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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출판소식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민중의 소리) 조회:836 (2006-12-05)


이제 국내에서도 웬만한 사람이라면 '우고 차베스'라는 지구 반대편 국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라크를 침략한 미국이야말로 진정한 테러리스트"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 미주정상회의 석상에 삽을 들고 나타나 "신자유주의를 땅에 묻어버리겠다"고 공언하는 돈키호테같은 지도자.

오랜세월 미 제국주의와 독재자, 자본가들에게 수탈당하고 억눌려왔던 베네수엘라 내에서 민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는 차베스는, 불과 몇 년 사이에 국제적 유명인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에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차베스라는 인물과 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세상을 바꾸는 혁명'에 관심을 갖고있던 이들이라면 새책 "차베스, 미국과 맞장뜨다"(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지음, 시대의 창)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열정'만 갖고 모인 젊은이들이 낸 수준높은 차베스 연구서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에서 펴낸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표지. 베네수엘라에 송유관을 꽂고 있는 미국을 한방에 몰아내는 차베스를 형상화한 그림은 한겨레 신문 장봉군 화백의 작품이다. ⓒ시대의 창


차베스의 혁명 과정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젊은이 몇명이 모여 일년 여에 걸쳐 함께 공부하고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면서 만들어낸 성과물인 이 책은,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차베스라는 인물과 그의 헌신적인 혁명과정을 아주 생생하고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국내에 차베스와 베네수엘라 혁명 과정에 대한 연구나 저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책은 사회 개혁을 꿈꾸는 진보운동가들에게 차베스를 이해하는 데 등대와 같은 지침서가 될 만하다.

가난한 원주민의 후손으로 군인이 된 차베스는 미국의 식민지 상태나 다름없는 조국의 현실에 분노하여 혁명을 결심한다. 중위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이 불러온 급격한 양극화에 저항해 일어난 민중 봉기 '카라카소'에서 무고한 시민 수천명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사건은 그의 혁명 추진에 더욱 불을 붙인다.

1992년 2월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감행한 첫번째 혁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민중은 그의 혁명을 지지했고, 차베스는 1998년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대대적인 사회주의 개혁작업을 시작한다.

차베스 개혁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제헌의회'가 있었다. 제헌의회의 의원을 새로 뽑고, 진보적인 헌법을 새로 제정하고, 새 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회주의 개혁을 거침없이 추진해나갔다.

새 헌법은 여성, 원주민 등 차별받던 이들에게 평등한 권리를 보장했으며, 특히 가난하고 빼앗긴 이들에게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인간다운 삶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제공하도록 했다.

'제헌의회 전술'이야말로 차베스 개혁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1970년대 칠레의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적 의회에 발목을 잡혀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결국 피노체트의 반동 쿠데타에 의해 실패했던 것처럼, 제헌의회를 통해 의회의 사법부를 새로 '물갈이'하지 않았다면 차베스 역시 98년에 선출된 보수적인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혁명을 성공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남미의 적은 미 제국주의", 전세계 반미연대 형성해가는 차베스

세계 제 5위의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석유 생산의 대부분을 미국 회사에게 빼앗긴 상태 역시 차베스는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2001년 11월에 통과된 탄화수소법은 외국 기업에 높은 로열티를 부과하고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가 석유사업의 실질 소유권을 갖게 함으로써 국가의 자원인 석유를 되찾아왔으며, 석유 사업의 이익은 무상의료, 무상교육, 빈민구제 사업을 통해 민중에게 환원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차베스의 개혁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추진된 것이었다. 하루아침에 기득권을 잃게된 보수 반동세력은 2002년 4월 쿠데타를 일으켜 차베스 대통령을 체포하고 암살하려 했으나 차베스의 복귀를 촉구하는 거대한 민중 집회에 밀려 결국 실패했고, 2002년 11월 국영 석유회사(PDSVA) 총파업을 통해 경제 쿠데타를 일으켰고, 2004년 8월에는 대통령 소환투표를 추진했으나 민중의 압도적인 차베스 지지로 인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차베스는 석유를 통해 미국 중심의 제국주의적 세계화에 맞서 국제 연대를 추진하는 한편, 21세기 사회주의를 지향하며 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다.

차베스는 2006년 5월 모든 자원의 국유화를 선언하고 '혁명자금'인 석유값을 올려받는 대신, 빈민들과 주변의 남미 국가들에는 싸게 공급하며, 중동과 남미에서 나는 석유의 대부분을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선진국들이 터무니없이 싸게 소비하는 구조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치적·경제적으로 남미의 민중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미 제국주의에 맞서 남이 국가들이 단결해야 진정한 해방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차베스는 대통령 당선 이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반미 외교'로도 유명하다.

역내 자유무역을 통해 남미 시장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FTAA(미주자유무역지대)에 대항해 민중무역인 ALBA(미주지역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를 추진하고 있으며, 남미 국가들에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과 천연가스 수송관을 건설해 '에너지 동맹'을 통한 라틴아메리카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21세기 사회주의' 위대한 실험 시작한 베네수엘라

"나는 매일 더욱 확신하게 되며 내 마음 속에는 한점의 의심도 없습니다. 이전부터 수많은 지식인들이 말해왔듯이, 우리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안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사회주의를 통해서만, 평등과 정의가 살아있는 진정한 사회주의를 통해서만이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은 민주주의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강요하는 방식의 민주주의는 아닙니다."

차베스가 말하는 '21세기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베네수엘라의 이념이다.

책의 저자는 한미FTA, 평택미군기지 이전, 비정규직, 농업 붕괴의 위기에 빠진 남한의 모습 역시 베네수엘라가 겪었던 모순과 다르지 않다며, "베네수엘라에서 가능하다면 남한에서도 가능하다"는 말로 책을 맺고 있다.

( 2006-12-05 20:1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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