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론(추리)] (Schluß)
"모든 이성적인 것은 추리이다"[『논리의 학』 6. 352]. 헤겔에게서 추리란 이성이 행하는 논리조작이 아니다. 오히려 이성 그 자체이다. 예나 대학에 취임할 때 제출한 『취직 테제』에서 이미 "추리는 관념론의 원리이다"라고 하고 있으며, 자기의 철학 체계의 대강을 형성했다고 보이는 『엔치클로페디』의 끝 부분[제1판 474-7절, 제3판 574-7절]에서는 '논리', '자연', '정신'이라는 체계의 세 부문이 각각이 각각을 매개항으로서 지니는 3중의 추리라고 위치짓고 있다. 헤겔이 계몽적 지성의 입장을 넘어선 이성의 입장에 섰다고 말해질 때 그 이성의 논리적 구조를 보이는 것이 추리인 것이다.
전통적 논리학에서 추론이라고 불리는 것은 삼단논법(Syllogismus)이다.
M은 B이다. (대전제) A는 M이다. (소전제) 그러므로 A는 B이다. (결론)
이것은 역으로 보면 'A는 B이다'라는 결론명제가 M이라는 매개념에 의해서 근거지어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추리란 매개념을 근거로 하는 주개념(주어)와 빈개념(술어)의 결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점이 헤겔의 경우에도 추리의 본질이다. 그러나 그것에 의해 표현되는 내용은 전적으로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다르다. 전통적인 삼단논법을 헤겔은 '지성추리(Verstandesschluß)'라고 부르며, 본래의 추리가 지니는 이성적인 내용이 사상되어 형식만이 남은 것에 불과하다고 간주한다.
예를 들면 '장미는 빨갛다, 빨강은 색이다, 그러므로 장미에는 색이 있다'와 같은 지성적 추리에서 그 내용 없음이 이미 보이고 있는 것처럼, '장미'와 '색'이라는 두 항 사이에 본질적인 관계는 존립하지 않으며, '빨갛다'라는 중간항도 두 항에 대해 우연적이고, 따라서 양자의 결합도 외면적이다. "이러한 추리에서 주어는 다른 규정과 결합된다". "이에 반해 이성적인 추리란 주어가 매개에 의해서 자기를 자기 자신과 결합하는 것이다"[『엔치클로페디(제3판) 논리학』 182절].
헤겔이 본래의 추리라고 말하는 것은 결합되는 세 항이 동일한 본질을 지니고, 그것들이 서로 다른 것을 근거짓는 활동을 하는 관계의 것이다. 이것을 형식적으로 보면, A M B라는 세 개념 가운데서 'A는 B'라는 판단을 M이 매개할 뿐 아니라 'A는 M'이라는 판단을 B가 매개하고 'M은 B'라는 판단을 A가 매개함으로써 모두의 '있다'라는 직접적인 전제가 지양되는 '3중의 추리'라는 형태를 취한다.
나아가 헤겔의 경우 결합되는 '개념'이란 그것 자체가 보편, 특수, 개별이라는 세 개의 계기를 지니지만, 이것들은 보편이 특수화하여 개별로서 지속한다는 동일한 구조의 세 개의 양상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추리는 이러한 개념이 지니는 구조를 세 개의 개념의 관계로서 드러낸다. 따라서 추리의 세 항은 각각이 개별, 특수, 보편으로 위치지어지지만, 내적으로는 각 항이 동일한 개념인 것이다. 따라서 "세 개의 동일한 항으로 이루어지는 3중의 추리"[같은 책 198절]로 되는 것이 이성추리의 형식적 특징이다. 그리고 그에 의해 표현되는 내용은 동일한 것이 외면적으로는 서로 대립하는 세 항의 본질적 동일성 속에서 자기를 지속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헤겔에서 개념의 구조는 존재자의 내적 로고스를 의미하기 때문에 세 개의 개념의 관계인 추리도 자주 태양계와 생명과 국가와 종교와 같은 현실 그 자체의 관계라고 생각된다. 이 가운데 국가를 예로 생각해보자. "국가는 세 개의 추리로 이루어지는 체계이다"[같은 곳]. 개별이란 개인이다. 특수란 개인들의 정신적, 육체적 욕구이며, 이것이 그것만으로 조직된 것이 시민사회이다. 보편이란 국가, 법, 정부 등이다.
이 세 가지 형태를 상세하게 살펴보면, 각각이 다른 둘에 의존하고 있고 각각이 다른 둘을 결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판명된다. 그로부터 각 항이 다른 두 항을 내적 본질로서 자기 내에 포함하고 있으며, 각각이 매개항으로 되는 3중의 추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혀진다. "이들 세 개의 규정 각각은 매개에 의해 다른 두 항과 연결됨으로써 자기 자신과 연결된다"[같은 곳]. 이러한 추리에 의해서 세 개의 형태가 동일하며 자기 자신을 생산하는 유기적 통일 속에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미 말했듯이 헤겔은 일찍부터 추리 형식에 주목하고 있지만, 『예나 체계 Ⅰ』(1803/4)의 시기까지 추리는 지금까지 말한 것과 같은 동일자의 자기 내에서의 발전을 보이는 형식이 아니다. 『예나 체계 Ⅲ』(1805/6)에서 비로소 〈다른 것에로 자기를 외화함으로써 자기로 돌아온다〉는 '정신' 내지는 '주체'라고 불리는 동일자의 원환구조가 추리형식에 의해서 표현되게 된다. 그에 의해 추리는 주체(주어)의 부정적인 자기실현의 운동이라는 의미를 획득하고, 단지 논리적인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재 그 자체의 로고스를 열어 보여주는 구조로서 파악되게 된다. 이리하여 "모든 것은 추리이다"[같은 책 181절]라는 범논리주의의 입장이 표면화되어 가는 것이다. -우에무라 요시로(上村芳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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