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양止揚 ] (Aufheben)
'지양(Aufheben)'이란 '폐기함'과 동시에 '보존하는' 것이다. 그것은 헤겔 철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의 하나이며, 단적으로 곳곳에서 반복되는 근본규정"[『논리의 학』 5. 113]이다.
라틴 어의 tollere에 대한 독일어인 Aufheben이라는 말은 '들어 올리다'를 의미하지만, 이 말이 더 나아가 '폐기하다'와 '보존하다'라는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다. 헤겔은 이것을 '폐기하다'라는 의미로 빈번히 사용하지만, 동시에 이 말의 이러한 '이중의 의미'에 주의를 촉구한다. 헤겔은 스스로 이 말을 사용할 때에 이 말이 동시에 이러한 '보존하다'라는 의미도 함의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정신현상학』 3.94; 『논리의 학』 5. 114; 『엔치클로페디(제3판) 논리학』 96절 「보론」].
헤겔은 이러한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함께 지니는 말을 가지고 있는 독일어의 '사변적인 정신'을 자랑하지만, 그것은 바로 거기서 헤겔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의 하나, 즉 "단순한 지성적인 이것인가 저것인가를 넘어서는"[『엔치클로페디』 같은 곳] 헤겔의 방법론, 결국 '변증법'의 원리를 발견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지양' 즉 '폐기함'과 동시에 '보존하는' 것이란 어떤 '개념'의 '한계'와 '결함'을 명시하고, 그 '개념'을 바로 그 '한계'와 '결함' 때문에 '폐기함'과 동시에 그 '개념'을 그 '한계'와 '결함'을 제거한 형태로 '보존하는' 것, 다시 말하면 어떤 '개념'을 기초로 그 '개념'의 '한계'와 '결함'을 제거하고 한층 더 고차적인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하르트만(Nicolai Hartmann 1882-1950)은 Aufheben의 원래의 의미, 즉 '들어 올린다', '위로 올린다'를 헤겔의 '지양'의 제3의 의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N. Hartmann (1957) 224. 일역 30쪽 참조].
구체적으로는 예를 들어 '동일성'이라는 '개념'은 그것의 무엇인가가 완전히 검토됨으로써 그 한계가 명확해진다. 요컨대 '동일성'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그것과는 다른 '구별'이라는 '개념'을 전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의 나)=(어제의 나)라는 '동일성'은 (지금의 나)와 (어제의 나)의 구별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성립하는 것이다. 이에 의해 '구별'을 포함하지 않는 '직접적인' '동일성'은 '폐기된다'. 그러나 그것은 전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구별'이라는 '개념'을 포섭한 '동일성', 즉 '근거'(지금의 나와 어제의 나라는 '구별'을 포함하는 '동일'한 '나 자신')이라는 고차적인 '개념'에서 동시에 '보존되는' 것이다.
이러한 '지양'의 사상은 원리적으로는 이미 예나 초기의 『차이 논문』과 『신앙과 지식』에서의 '모순'론과 '안티노미'론 그리고 이른바 '반성철학' 비판에서 발견된다. -다카야마 마모루(高山 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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