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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知性2] (Verstand )

사물은 다른 것과 구별되어 분별됨으로써 우리에게 '이해하기 쉬운(verständlich)' 것으로 된다. 이러한 분별의 능력이 지성이다. 구별하여 분별하는 것, 그것은 사물을 다른 것과의 대립관계에서 파악하는 것이며, 다시 말하면 사물을 규정하여 제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지성은 "제한의 힘"[『차이 논문』 2. 20]이라고 불리며, 또한 다음과 같이 말해지기도 한다. "지성으로서의 사유는 고정된 규정성과 이 규정성의 다른 규정성에 대한 구별을 고집한다. 그와 같은 제한된 추상적인 것이 지성에게 있어서는 그것만으로 독립하여 성립하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간주된다"[『엔치클로페디(제3판) 논리학』 80절].

헤겔 철학의 특징의 하나는 지성을 부정적인 것으로서 파악한다는 점에 있다. "참다운 것은 전체이다"[『정신현상학』 3. 24]. 그러나 지성은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분열을 고정화하기 때문에 진리를 파악할 수 없다. 플라톤 철학에서의 감성계와 이데아계의 구별, 근대적 자연과학에서의 현상과 법칙의 구별, 근대 철학에서의 주관과 객관의 구별-이들은 모두 바로 그러한 지성적 사유의 산물이다. 『정신현상학』에서는 사물을 '내적인 것'인 '힘'의 '외화' 내지 '현상'으로서 파악하고, 이 '내적인 것'을 사물의 '본질'로서 탐구하고자 하는 사유태도가 '지성' 장에서 주제화되며, 그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헤겔이 지성을 철학적 사유의 영역에서 전면적으로 물리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성이라는 이 '부정적인 것'에서 그것이 지닌 독자적인 긍정적 의의를 발견하는 데 헤겔 철학의 특징이 놓여 있다. 이른바 변증법적 사유는 이러한 의의를 발견해가는 그의 사상형성 과정 속에서 확립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성적인 것(dasVerständige)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그의 태도는 우선 첫째로, 철학을 소수의 개인들의 비교적인 소유물로서가 아니라 공교적인 '학'으로서 수립하고자 하는 그의 태도와 결합되어 있다. 학은 그 보편성 · 객관성 · 확실성을 지니기 위하여 지성에 의한 명확한 규정을 필요로 한다.

지성에 대한 헤겔의 평가는 둘째로, '절대자'에 관한 그의 독자적인 이해와 결합되어 있다. '전체'인 절대자는 물론 지성에 의해서는 표현되지 않는다. 지성이 그것의 고유한 표현형식인 판단 형식에서 절대자에 관한 언명을 하고자 하면, 절대자는 이율배반, 즉 자기모순으로 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헤겔은 이러한 자기모순이야말로 절대자의 하나의 국면의 정당한, 그리고 또한 불가피하고 불가결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절대자는 자기의 부정성에 의해서 자기를 자기 자신에 대립시키고 이 대립을 다시 부정하여 자기를 회복하는 생동하는 '주체'의 운동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지성은 '주체'로서의 절대자의 자기전개에 있어 필연적인 분열의 계기를 표현한다. 하지만 지성의 분리 · 대립은 사변적인 '이성'에 의해서 결합되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지양되어야만 하는 '부정적인 것'인 한에서, 지성은 긍정적인 것으로서 학의 체계 안에 수용된다. 철학적 사유의 영역에서 물리쳐져야만 하는 것은 지성의 규정들을 절대시하여 '분열의 절대적인 고정화'[『차이 논문』 2. 22]를 수행하는-나쁜 의미에서의-지성적 사유이다.

지성은 이성과 더불어 사유의 하나의 기능 또는 능력이지만, 헤겔에게서는 사유가 단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동시에 객관적이기도 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지성에 관한 그의 파악에서도 좀더 특징적인 독자적인 견해가 나타난다. "현존재는 질이며, 자기 동일적인 규정성 또는 규정된 단순태이고 특정한 사상(Gedanke)이다. 이것이현존재의 지성이다"[『정신현상학』 3. 54]. 또는 사물 A가 A로서 존재하는 것, 그것은 이 사물이 A로서의 자기동일성을 지니는 것이며, 그것은 다시 말하면 이 사물이 다른 사물과 구별된 특정한 〈질〉이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 구별이란 하나의 추상이다. 그리고 이 추상은 바로 사유의-특히 지성의-산물이다. 사물을 이해하는(verstehen) 주관적인 사유 능력은 또한 사물 그 자체가 존립하는(bestehen) 객관적인 능력, "존재의 능력"[『차이 논문』 2. 26]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성은 절대자의 자기전개에서의 분열의 계기를 단지 표현할 뿐 아니라 분열로 자기를 전개하는 절대자의 힘 그 자체라고 이해된다. 본질적으로 '주체'인 절대자는 자기의 "지성이라는 경탄할만한 위대한 위력"[『정신현상학』 3. 36]에 의해서 자기를 분열시키고 유한한 특수한 존재들을 정립한다. 그러나 또한 이 분열에서도 자기를 분리하여 다시 자기를 회복한다. 이러한 분리의 활동은 그것 자신이 지성의 활동이다. "지성적인 것(Verständigkeit)은 하나의 생성이며, 이와 같은 생성으로서 그것은 이성적인 것(Vernünftigkeit)이다"[『정신현상학』 3. 54]라는 헤겔의 말은 절대자를 '주체'로서 파악하는 그의 견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사사자와 유타카( )

[네이버 지식백과] 지성 [知性, Verstand] (헤겔사전, 2009. 1. 8., 가토 히사다케, 구보 요이치, 고즈 구니오, 다카야마 마모루, 다키구치 기요에이, 야마구치 세이이치, 이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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