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 무제약] ( Bedingung · das Unbedingte)
헤겔은 『정신현상학』의 '지각' 및 '힘과 지성' 절에서 '사물(Ding)'을 구성하는 보편적인 계기들을 '제약된' 보편성이라고 부르며, 나아가 그것들이 '사물'의 계기라는 한정에서 해방되어 '사물'의 내적인 본질로서의 '힘'으로 전개된 상태를 '무제약적'인 보편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약'이라는 말의 용법 배경에는 'Bedingung'이라는 독일어에서 '물화한다(bedingen)'라는 의의를 읽어내고, 일반적으로 '제약'을 '물화하는 것'으로서 파악하는 관점이 놓여 있다(이것은 헤겔 이전에 이미 셸링에게서 보인다). 이러한 견해는 나아가 '무제약적인 것'을 그것 자신으로서는 '사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채 오히려 타자를 '제약하는=물화하는' 모종의 절대적 존재로서 파악하는 견해를 동반한다.
『논리의 학』에서는 '본질론'의 '근거'의 최후의 항 'C. 제약'에서 '근거'와 '근거'에 부수되는 요인(부분적 근거)으로서의 '제약'과의 관계가 논의되며, 나아가 이 양자의 통일인 '무제약자'로서 '사태(Sache)'의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절대적인 무제약자[=사태]는 제약과 근거라는 두 측면을 자기의 계기로서 포함하며, 그것은 이 두 계기가 회귀해가는 통일이다"[『논리의 학』 6. 118]. 'C. 제약'의 논의 주제는 그것의 마지막 한 문장에서 "근거와 제약에 의해 매개되고, 더욱이 이 매개의 폐기에 의해 자기와 동일하게 된 무매개성 [=무제약자로서의 사태]은 실존이다"[같은 책 6. 123]라고 기술되어 있는 대로 가장 기본적으로는 '근거-제약-사태'의 상호관계를 고찰함으로써 '본질'로부터 '실존'에로의 진전을 실현하는 데 있다. 그리고 '사태'의 개념은 이어지는 『실존』 장에서 다시 '사물'로서 새롭게 규정되게 된다.
이상에 근거하면, 『논리의 학』에서 '제약-무제약'은 『정신현상학』에서와는 달리 '사물'의 개념이 나타나기 이전의 단계에서 취급되고 있으며, 오히려 이 출현을 준비하는 계기로서 파악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에 따라 '제약'이라는 말을 〈물화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관점은 배경으로 물러나고, 오히려 이 말은 그것에 대응하는 라틴 어의 '조건(conditio)' 혹은 '요건(requisitum)'이라는 원래의 용법에 가까워져 사태가 현실화되기 위한 요인이라는 의미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라이프니츠에서 '근거=(충분한) 이유'를 '요건'의 총체로서 파악하는 관점이 발견되지만, 헤겔에 의한 '근거'와 '제약'의 관계에 관한 논의도 이 점과의 관련에서 다시 읽을 여지가 있다. -오카모토 겐고(岡本賢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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