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의례)] (Kultus)
헤겔의 종교사상의 근저에 제사로서의 종교의 재건이라는 동기가 놓여 있다. 튀빙겐 시대의 그리스 축제에 대한 소박한 공명은 베른 시대에 칸트의 『단순한 이성의 한계 내에서의 종교』의 영향을 받아 제사를 물신봉사로서 거부하는 자세로 전환된다. 그러나 겨우 1~2년의 이 시기를 제외하면 제사라는 행위(Tun)를 종교의 본질로서 적극적으로 의의를 부여하고자 하는 자세는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종교를 이성적 교의로 환원하고자 하는 계몽의 시대에 눈에 띄는 특징이다. 제사론에는 계몽적 지성이 비합리라고 하여 내버린 것을 다시 한 번 이성에 받아들이고자 하는 헤겔의 노력이 놓여 있다.
예나 시기에 그리스의 축제의 이념을 계승하는 것으로서 기독교의 성찬이 정당화되며, 거기서 제사론의 기본이 만들어진다. 요컨대 그는 육화→수난→부활이라는 "그리스도의 생기사건(Geschichte)"을 근원적 동일→분열→재화합이라는 인류사(Geschichte)의 상징으로서 파악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먹고 그 피를 마시는 합일의 가장 내적인 방식에서" 분열의 고통과 화해에 대한 확신을 확고히 하는 의식으로서 의의를 부여한다(『자연법 강의 초고』[『로젠크란츠』 133-141]). 기독교의 성찬에서 희생과 공동식사라는 그리스적 공희(供犧)와 공통된 요소를 읽어내고 그리스적인 것의 이념적 재건으로서 이것을 승인했다.
제사는 삼위일체론 안에 위치지어진다. 실체적 통일(아버지)의 표상(아들)을 구체적으로 향유하는 자기의식의 요소(영=교단의 정신)가 성찬이라는 제사이다. 그것은 "신의 현재성의 향유"로서 "기독교 교의의 중심점"으로 된다[『종교철학』 17. 327f.]. 거기에 〈절대적인 것의 현재성의 파악〉이라는 헤겔 철학의 근본동기가 놓여 있다.
헤겔은 종교의 심오한 의미인 제사까지도 이성화했다는 점에서 종교를 전면적인 해체로 몰아넣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행위로서의 제사를 종교의 본질로 한 점에서 철학이론으로 지양되지 않는 종교 고유의 영역을 지켰다고 볼 수도 있다. 제사론은 '종교의 철학'의 종교성이 문제로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야마자키 쥰(山崎 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