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顚倒 ] (Verkehrung)
말의 뜻으로는 어떤 상태와 규정을 역전시키는 것 또는 역전된 상태를 가리킨다. 일찍이 "······ 철학은 지성 나아가 건전한 상식······의 정반대라는 것에 의해서만 철학이다. 그것들에 대해 철학의 세계는 즉자대자적으로 하나의 전도된 세계인 것이다"[2. 182]라는 예가 보인다. 그러나 철학적인 개념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부여받게 되는 것은 『정신현상학』에서이다.
우선 '힘과 지성' 장에서 '전도된 세계'가 논의된다. 지성에게는 현상하는 감성적 세계를 넘어선 '내적인 것', '초감성적 세계'가 대상으로서 열린다. 여기서 헤겔은 플라톤적 이데아, 칸트적 사물 자체, 근대과학의 '법칙들의 고요한 나라' 등의 문제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 첫 번째 초감성적 세계는 감성적 세계의 전도이긴 하지만 구별과 변화의 원리를 지니는 현상을 전체적으로 지양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전도가 '설명'을 매개로 한 번 더 전도되어 현상이 지니는 그것들의 원리를 자기의 것으로 하고 "동등하지 않은 것의 자기동등성, 비지속성의 지속성"[『정신현상학』 3. 127]의 성격을 지닐 때, 두 번째 초감성적 세계, 즉 '전도된 세계'가 성립한다. 이 세계는 현상과 초감성적 세계의 이원론이 지양되어 각 계기가 직접적으로 스스로의 부정의 계기를 포함하면서 통일되어 있는 "내적 구별"의 세계, 즉 무한성의 세계이며, "절대적 개념", "생명의 단순한 본질", "세계의 영혼"[같은 책 3. 132]이라고도 말해진다. 나아가 이러한 무한성을 통해서 대상의식으로부터 자기의식에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도된 세계'는 헤겔 철학의 관건이 되는 개념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나아가 '자기 소외된 정신, 교양'에서도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를 실마리로 하여 전도의 의식이 지니는 중요성이 지적된다. 성실한 의식이 지니는, 교양을 결여한 몰사상적인 자기동등성의 원리를 파괴, 전도시킴으로써 "절대의 분열 한가운데서의 자기동일"[같은 책 3. 385]이 가능하게 된다. 전도의 의식은 정신으로 풍부해지며, 거기서 지배적인 것은 '개념'이게 된다[같은 책 3. 386]. -요네나가 마사히코(米永政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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