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성)自己(性)] (Selbst , Selbstheit)
보통 '자기 자신을/에서(sich selbst)'라는 식으로 sich를 강조하여 사용되는 부사의 selbst를 헤겔은 대문자화하여 ① 변화를 통한 사물의 동일성의 중심, ② 자발성의 원천이라는 의미에서 인격적인 것과 자연물 모두에 〈자기〉라는 말을 사용한다. 『정신현상학』의 '관찰하는 이성' 끝 부분에서 "자기란 사물이다"[『정신현상학』 3. 260]라고 하는 것이 최초의 출현. 개체(개체성)와 보편의 통일을 그 자신이 개체성인 이성이 수행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무리가 있다. 자기의 본질을 자기로부터 구별하여 보편으로서 자기 바깥에 세울 수밖에 없는 개체성 대신 '정신' 장 이후에 이 통일을 수행하는 것이 자기본질 · 자기 원인자로서의 자기이다.
자기는 우선 개별자를 개별자이게끔 하는 보편적인 것, 개인 바깥에 있는 본질, 인륜적 실체이다. 그러나 개별자는 실제로 보편을 담지하여 이것을 현실화한다. 이것이 개별자를 보편화한다. 개별성을 보편적으로 서로 인정하는 개개인, 즉 인격성이라는 제1의 자기가 성립한다. 그러나 자기본질인 개별자는 자기 원인자이어야 한다. 제2의 자기인 교양과 계몽의 자기는 교양형성의 운동에 의해서 스스로의 내용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그러나 더 나아가 산출된 자기는 개별자 자신의 자기확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도덕적 의식이라는 제3의 자기는 자기를 자기로부터 독립된 현존재, 즉 세계로서 산출하며, 나아가 이 현존재가 자기와 동일하다는 것을 안다[같은 책 3.324-494].
자기(Selbst)의 용례가 496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성(Selbstheit)은 4개, 더욱이 '이성' 장에서는 오히려 이기성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되며[같은 책 3. 271f.], 도덕적 의식에서는 만인에게 승인된 단적으로 의무에 들어맞는 행동을 가리킨다[같은 책 3. 476]. 이것도 자기가 '정신' 장 이후에 비로소 개념화되었다는 것을 뒷받침할 것이다. '자기(Selbst)'를 형용사화한 '자기적인(selbstisch)'의 용례는 '종교' 장 이후를 중심으로 7개가 있다. 이것은 자기의 자발성으로서의 존재방식, 행위하는 것으로서의 자기를 형용한다.
한편 자연철학에서의 "물질의 자기"란 빛이다. 자기성(Selbstischkeit)이란 빛이 지니는 직접적인 추상적 자기동일태를 가리킨다[『엔치클로페디(제3판) 자연철학』 276절]. 또 하나의 자기성(Selbstheit)은 생명의 자기운동을 가리키며[같은 책 359절], 『현상학』의 "살아 있는 개체"[『정신현상학』 3. 223]와 같다. 다만 『현상학』에는Selbstischkeit의 용례는 없다. -이시카와 이오리(石川伊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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