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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륜2] ( Sittlichkeit)

헤겔은 『법철학』에서 도덕으로부터 인륜으로 이행함에 있어 인륜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인륜이란 살아 있는 선으로서의 자유의 이념이며, 이러한 살아 있는 선은 자기의식 속에 자기의지와 의지의 활동을 지니고, 자기의식의 행동을 통해 자기의 현실을 지니지만, 다른 한편 마찬가지로 자기의식도 인륜적 존재 속에 자기의 즉자대자적으로 존재하는 기반과 동적인 목적을 지니는바, -결국 그것은 현존세계로 됨과 동시에 자기의식의 본성으로 된 자유의 개념이다"[『법철학』 142절].

헤겔은 인륜이 추상법의 외면성과 도덕의 내면성을 하나로 종합한 것이라고 말한다. 헤겔은 근대 계몽기의 자연법론자들(예를 들면 홉스와 로크)처럼 사회적 제도들을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분리된 외적인 법의 체계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그것을 선의 이념이 자유로운 의지를 통해서 역사 속에 구체화되고 축적되며 발전되어온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또한 개인이 도덕적일 수 있는 것은 그와 같은 사회적 연관들에 그렇게 하여 구체화되어 있는 선의 이념을 스스로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의해서이다. 또한 칸트와 같이 법과 도덕을 이원적으로 분리하는 것도 잘못이다. 오히려 인륜으로서의 사회적 제도들은 제도라는 객관적 계기와 자기의식이라는 주관적 계기의 통일 위에서 성립하는 것이며, 그것들의 상호침투 속에서 발전해간다.

헤겔이 인륜의 주관적 계기를 강조할 때 확실히 그는 한 면에서 근대에 해방된 개인의 주관성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헤겔이 굳이 인륜 내지 인륜적 공동체라고 말할 때 그것이 그리스의 폴리스적 공동체를 하나의 모델로 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다. 본래 인륜(Sittlichkeit)은 어원적으로도 습속을 의미하는 "Sitte"에서 유래한다(윤리Ethik도 원래 습속을 의미하는 그리스 어 에토스ἔθος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폴리스적 공동체에 대한 동경은 이미 튀빙겐 및 베른 시대 초기 헤겔에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고대의 인륜적 세계는 현실의 시민사회에 대치된 이상으로서 놓여 있었다. 그러나 예나 시대에 그것은 시민사회 바깥에 그것과 대치된 것으로서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연관, 요컨대 해방된 개인의 욕망과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동, 노동생산물의 소유 및 계약에 의한 그것들의 교환이라는 새로운 상호의존의 연관을 통해서 실현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된다. 그러므로 또한 시민사회의 분열을 지양하여 유기적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서 민족(Volk)이 절대적 인륜의 위치를 점하게 되기도 한다.

인륜의 이와 같은 위치짓기와 그것을 보여주는 논리는 『정신현상학』과 『법철학』에서 거듭해서 나타난다. 『정신현상학』에서 그것은 무엇보다도 '정신' 장에서 나타나지만, 그것에 앞선 '이성' 장에서도 우선 목표로서의 '인륜의 나라(das Reich der Sittlichkeit)'가 선취적으로 제시되며, 쾌락에서 출발한 자기의식이 자기를 실현하고자 하여 타자 및 사회와 충돌하고 충돌하는 것을 통해서 자기부정과 자기극복을 이루면서 마침내 사회적 연관 속에 몸을 두고 인륜의 세계를 자기의 것으로 해나가는 과정이 더듬어지고 있다. 그리고 '정신' 장에서는 우선 그리스의 폴리스에서 역사적 실체로서의 인륜적 세계가 제시되면서 폴리스의 해체 후 공동체로부터 소외된 정신이 다시 인륜의 세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이 장대한 유럽 정신사의 과정에서 더듬어지고 있다.

아니 우리는 '위대한 교양의 책'으로서의 『정신현상학』 그 자체를 특수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한 자기의식이 자기부정의 여행을 거듭하고 교양=자기형성(Bildung)을 거듭하면서 바로 특수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이 상호침투하고 아름다운 조화 속에 있는 인륜의 세계를 나의 것으로 해나가는 정신의 발걸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법철학』 역시 이미 말했듯이 추상법, 도덕, 인륜이라는 전체의 구성 그 자체가 사회적 제도들을 인륜의 체계로서 개념적으로 파악하여 나의 것으로 해나가는 정신의 발걸음을 제시하고 있지만, 나아가 이 '인륜'의 부분에서의 '가족', '시민사회', '국가'라는 구성 역시 가족에 있던 인륜적 일체성이 해체되면서 곧이어 시민사회를 매개로 하여 국가에서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았을 때 헤겔 정치철학에서 '인륜'이 지니는 무게가 자연스럽게 분명히 될 것이다. 물론 회복된 인륜의 세계는 이미 폴리스의 그것이 아니라 근대에서 추출된 개인의 특수성과 주관(주체)성을 매개한 그것이자 시민사회를 매개한 그것이었다.

-후지와라 야스노부()

[네이버 지식백과] 인륜 [人倫, Sittlichkeit] (헤겔사전, 2009. 1. 8., 가토 히사다케, 구보 요이치, 고즈 구니오, 다카야마 마모루, 다키구치 기요에이, 야마구치 세이이치, 이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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