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화] (Verdopplung)
헤겔의 철학에는 독특한 이중구조가 뿌리내리고 있다. 왜냐하면 헤겔은 그것 자체에서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그러한 절대적인 자체 존재를 일반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헤겔에 따르면 존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것 아닌 〈다른 것〉과의 매개에 의해서, 다시 말하면 〈자기〉와 〈타자〉의 〈이중화〉에서 비로소 그것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빨강〉은 〈빨강〉 아닌 〈다른 색〉에 의해서(같은 차원에서의 이중화), '본질'은 우리에게 직접 주어지는 '본질' 아닌 소여들 즉 '현상'에 의해서(차원이 다른 이중화), '주관'은 '객관'에 의해서, '객관'은 '주관'에 의해서(작용을 매개로 한 이중화) 매개되어 각각인 것이다.
이러한 〈이중화〉의 사상이 헤겔 철학에서의 가장 중요한 개념들, 예를 들면 '모순'이나 '절대적 부정성'과 직접 관계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그것 자체에서 바로 그것이지 않다고 하면, 모든 것은 그것 자체 안에 바로 그것인 것의 '부정성'을, 즉 그것의 '죽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떤 것이 A라고 하면, 그것 자체에서 이미 동시에 비-A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이중화〉에 관련하여 헤겔 자신의 서술을 잠깐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즉 '자연법칙'과 '법률'과 같은 일반적으로 '형식'은 그것 자체에서 그것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자연〉과 〈사회〉 그 자체라는 '내용'과의 관계에서 이것들에 매개되어 그것으로서 존재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자연〉과 〈사회〉 그 자체도 그것 자체에서 그것으로서 존재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으며, 그것들도 '자연법칙'과 '법률'이라는 '형식'에 의해 매개되어 그것으로서 존재한다. 이리하여 〈자연〉과 〈사회〉는 그것 자체에서 '이중화'되어 있다. 〈자연〉과 〈사회〉는 이러한 '이중화(된 것)'의 끊임없는 '전도'(매개)에서 '절대적인 상호관계'로서 존재하는 것이다[『엔치클로페디(제3판) 논리학』 133절]. -다카야마 마모루(高山 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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