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의미에서의 이데올로기 개념에는 존재-현실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의식형태라는 함의, 또는 마르크스의 의미에서 본원적으로 사회적 생활-존재에 규정된 사회적 의식형태라는 함의가 있다. 그리고 '공론적', '비현실적'이라는 경멸의 의미를 포함한 용법은 '이데올로그'(관념학파)를 공격한 나폴레옹에서 시작되지만, 어쨌든 헤겔이 이러한 의미에서 이데올로기 개념을 사용한 적은 없다. 원래 프랑스 관념학파의 데스튀트 드 트라시(AntoineLouis Claude Destutt de Tracy 1754-1836)에 의한 이데올로기(idéologie)는 추상적 형이상학 비판이라는 의미를, 따라서 정신과학들을 인간학, 심리학 측면에서 기초짓는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헤겔은 이런 의미에 근거하여 "프랑스 인들의 관념학"의 모티브와 J. 로크 내지 근대 스코틀랜드 철학의 모티브의 친근성을 지적한다[『철학사』 20. 219, 286]. 다만 의식이 학문지로 나아가는 『정신현상학』의 각 단계마다 해당 의식형태의 비진실성을 폭로하는 모티브가 있다고 한다면, 거기서 이데올로기와 그 비판 문제를 읽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다키구치 기요에이(瀧口淸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