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2] (Bewußtsein )
Ⅰ. 헤겔의 철학적 세계를 처음으로 웅혼한 형태로 수립한 『정신현상학』은 '의식의 경험의 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거기서 "자연적 의식이 참된 지식으로 나아가는 도정", "의식 그 자체가 학으로까지 형성되는 상세한 역사"가 더듬어지기 때문이다[『정신현상학』 3. 72-3]. 그것이 가능한 것은 '의식'이 본래 제한된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초월성을 본질로 하고 그 자신에서 "바로 자기 자신의 개념"이기 때문이다[같은 책 3. 74]. 바꾸어 말하면 "의식은 한편으로 대상에 대한 의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바로 그 자신의 개념이기도 하며", 따라서 "의식에 있어 참된 것에 대한 의식"임과 함께 "그 참된 것에 대한 자기 자신의 앎을 의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식은 자기 자신에서 자기 자신의 척도를 부여하고" "자기 자신을 음미"함으로써 의식이 행하는 "변증법적 운동"인 것이다[같은 책 3. 76 이하].
그리하여 "의식의 형태들"을 무너뜨리고 "의식의 참된 실존"에 이르기까지 "의식의 역전"이라는 "경험"을 수행하는 바의[같은 책 3. 78 이하] "자기 자신을 관철하는 회의주의"[같은 책 3. 72]가 전개된다. 의식의 "배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발생사건을 그 "운동과 생성"의 필연성에서 전개하여 보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철학자"에게 있어" 긴요한 과제이다[같은 책 3. 80].
Ⅱ. 이러한 방법에서 성립한 『정신현상학』은 최초의 '의식' 장에서 '감성적 확신', '지각', '힘과 지성'의 세 형태를 취급한다. 그 후의 장들은 '자기의식'과 '이성'이다. '이성' 장에 이어 '정신' 장이 있지만, 여기서는 이미 "단지 의식의 형태들"이 아니라 "세계의 형태들"이 취급된다고 확언되며[같은 책 3. 326], 그 후 계속해서 '종교'와 '절대지' 장이 이어진다.
뉘른베르크 시대의 '중급반을 위한 의식론(1809년 이후)'은 의식의 형태들을 이성까지로 한정하는 경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 '의식론'에서는 제1단계가 '의식 일반'(감성적 의식 · 지각 · 지성의 세 단계를 포함), 제2단계가 '자기의식'(욕망 · 주인과 노예 · 자기의식의 보편성의 세 단계를 포함), 제3단계가 대단히 짧은 '이성'이다[『뉘른베르크 저작집』 4. 111-123]. 만년의 『엔치클로페디(제3판) 정신철학』에서도 이 구분이 고정화되어 '의식'을 취급하는 '정신현상학'은 이성에서 중단되며, 나아가 그것은 '인간학'과 '심리학' 사이에 놓인 채 대체로 '주관적 정신' 부문에 속하게 되어 법 · 도덕 · 인륜을 다루는 '객관적 정신'[『정신현상학』에서의 '이성'과 '정신' 장]과, 예술 · 계시종교 · 철학을 다루는 '절대적 정신'[『정신현상학』에서의 '종교'와 '절대지' 장]으로부터 단절되었다[『엔치클로페디(제3판) 정신철학』 10. 199-229].
결국 문제는 의식이라는 이름 아래서 헤겔이 무엇을 이해했으며 어떠한 정신의 존재방식을 생각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정신현상학』의 근본사상에 근거하면서 뉘른베르크 '의식론'의 틀을 원용함으로써 간략한 소묘를 수행하고자 한다.
Ⅲ. '의식'이란 '정신'의 '현상' 형태, 나아가 정신이 "존재하는 대상과 본질적으로 관계할" 때의 현상 형태로서 대상을 아는 "자아와 대상과의 상호관계" 또는 "대상에 대한 자아의 일정한 관계"이다[『뉘른베르크 저작집』 4.111-2]. (1) 그 대상이 '자아에 대립하는 객체'일 때 의식은 '의식 일반'이며, (2) 대상이 '자아 자신'일 때 의식은 '자기의식'이고, (3) 대상이 '사상'일 때 의식은 '이성'이다[같은 책 4. 113].
(1) 의식 일반 가운데 (a) 우선 최초의 '감성적 의식'은 "외적 대상에 대한 직접적 확신"으로서 '지금' '여기에' '이것''이 있다'고 확신한다[같은 책 4. 113-4]. 그러나 '지금'은 이 지금이기도 저 지금이기도 하며, 또한 그것들 가운데 어느 것도 아닌 '보편적인 것'이고, '여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이 의식의 진리는 '보편적인 것'에 존립한다고 단정된다[같은 책 4. 114]. 『정신현상학』에서의 '감성적 확신'의 음미는 좀더 치밀하게 언어론도 포함하여 대상 · 자아 · 양자의 직접적 관계의 세 가지로부터 전개되며, '이것'이란 사실 '보편적인 것'이라고 결론지어진다[『정신현상학』 3. 90].
(b) 이어지는 '지각'은 '이것'에서 변하여 '매개'를 포함하는 '보편적인 것'인 '사물', 즉 "많은 성질을 갖춘 사물"을 그 대상으로 한다[같은 책 3. 94]. 이 사물은 보편적 성질들의 '······도 또한 · 병존(Auch)'의 면과 '일자(Eins)'로서 그 성질들을 부정적으로 통일하는 면을 지니며[같은 책 3. 96], 그 자신에서 "상반되는 진리"[같은 책 3. 101]를 갖추어 "그 자신 하나의 독립적으로 존재하는(Fürsichsein)" 개별성을 가짐과 동시에 "다른 것에 대해서 존재하는(Sein für ein Anderes)" 보편성을 지님으로써[같은 책 3. 102 이하], "하나의 동일한 관점에서 바로 자기 자신의 정반대"[같은 책 3. 105]이다.
(c) 이 구조가 한층 더 높아져 "무제약적인 보편성"에 이를 때 "지성의 왕국"이 시작된다[같은 책 3. 104]. 지각사물에서 인정되었던 구조는 '힘'과 그 '외적 표출'로 다시 파악되며[같은 책 3. 104], 이 "두 개의 힘의 유희"의 '현상'을 매개로 하여 '지성'은 "사물들의 내적인 것", "초감성적 세계"를 발견하고[같은 책 3. 116-7], "법칙들의 고요한 왕국"[같은 책 3. 120]이라는 "첫 번째 초감성적 세계"[같은 책 3. 128]를 수립한다. 그러나 그것은 구별과 통일의 상호 전환 운동으로 발전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오로지 '설명'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사상 그 자체 속에 정립될" 때[같은 책 3. 125] 거기서 "두 번째 초감성적 세계"로서의 "전도된 세계"가 출현한다[같은 책 3.128].
그것은 첫 번째 세계를 전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바로 자기 자신이 전도시켜진 세계", 즉 "바로 자기와 그 반대 정립물을 통일시키고 있는" 세계이며, 이것이야말로 "무한성", "세계의 영혼", "생의 단순한 본질", "절대적 개념"이다[같은 책 3. 131-2]. 헤겔은 대상세계의 본질구조를 구별과 통일의 상호 전환의 변증법적 구조에서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2) 이제 '사물의 내적인 것'이 '개념'으로 된 이상, 의식은 여기서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하여" '자기의식'으로 전환된다[『뉘른베르크 저작집』 4. 116]. (a) 자기의식은 우선 '욕망'으로서 "다른 사물과 관계하며", 대상을 '지양'하여 자기와 결합하려고 한다[같은 책 4. 117 이하].
(b) 그러나 자기의식은 '부정'의 활동을 행하는 다른 자기의식과 상대해서만 '만족'을 얻는다[『정신현상학』 3.144]. 자기의식은 자유로운 독립자로서 상대에게 '인정'될 것을 요구한다[『뉘른베르크 저작집』 4. 119]. 그렇기 때문에 "자연적 현존재에 사로잡히지 않은 자유로운" 자기를 상대에게 분명히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같은 책4. 119]. 이러한 생사를 건 투쟁에서 '감성적 현존재'보다도 '자유'를 중시한 자는 '주인'으로 되고 '자유'보다도 '생명'을 선택한 자는 '노예'로 된다[같은 책 4. 120]. 그러나 본래 자유는 "현존재 속에서" 실현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현존재에 사로잡힌 노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성을 방기하고", "참된 복종"을 이루며, "주인의 공포"를 인내하고, '노동'에 의해 "봉사"하며, "외적 세계의 형성"에 노력할 때, 자기의식은 "보편적 의지"로 이행한다[같은 책 4. 121].
(c) 그 결과 "보편적 자기"가 성립하고, '인정'의 장이 열리며, "모든 덕", "모든 헌신", "모든 명성"의 기초가 구축된다[같은 책 4. 122].
(3) 마지막으로 헤겔은 "이성이란 의식과 자기의식의 최고의 통합이며", "이성의 규정들이 우리 자신의 사상임과 동시에 대상적이기도 하여 사물들의 본질의 규정이기도 하다"는 '확신'이고, 나아가 이성의 앎은 "단순한 주관적 확신"이 아니라 "확신과 존재의 합치 내지 통일"로서의 '진리' 그 자체이기도 하다고 규정하고 있다[같은 책 4.122f]. -와타나베 지로(渡辺二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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