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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2] ( Pflicht)

Ⅰ. 칸트 비판. 헤겔의 의무론은 칸트의 도덕철학에 대한 깊은 통찰과 예리한 비판을 통해 수립된 것이었다. 즉 칸트는 도덕법칙이 자연법칙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으로 타당한 객관적 법칙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후험적인 경험적 질료에 의존하지 않고 선험적인 순수실천이성에 기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험된 주관적 욕구와 감성적 동인을 도덕적 의지의 규정근거로부터 모두 배제해버렸다. 따라서 도덕법칙은 예를 들면 "만약 행복하게 되고 싶다면, ······하라"라는 조건부의 가언명령이 아니라 "너는 ······해야만 한다"고 단적이고 무조건적으로 명령하는 정언명령이었다[『실천이성비판』 원판 38f.].

요컨대 그것은 "너의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하라"[같은 책 54]는 것이며, 이 명령에 복종하여 일체의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욕구를 물리치고,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도덕법칙에 완전히 일치된 행위만이 '의무'라고 불렸다. "의무여! 너, 숭고하고 위대한 이름이여"[같은 책 154]라는 칸트의 부르짖음은 바로 그의 도덕철학의 극한점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무가 이와 같이 주관과 객관, 감성과 이성의 분리, 대립을 전제하는 것이야말로 헤겔에게 있어 승복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헤겔은 그의 젊은 날의 초고, 이른바 『초기신학논집』에서 칸트가 "모든 것을 넘어서서 신을 사랑하고, 너의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라는 명령을 의무명령으로 간주한 것을 '부당'하다고 힐난하고 있다. 왜냐하면 의무를 기쁘게 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기 때문이다. 의무에는 사랑이 빠져 있고 사랑에는 의무라는 생각이 빠져 있다. 헤겔은 그와 같은 의무가 참으로 살아 있는 것과는 무관계한 공허한 개념 형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기독교의 정신』 1. 325], "사랑은 타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든가" 또는 오히려 "말하자면 타인 속에서 살고 감각하며 활동하고 있다"[『민중종교와 기독교』 1. 30]고 적었다.

이와 같이 그는 주관과 객관, 개별적 의지와 보편적 의지가 대립하면서 결합되어 있는 것, 부분과 전체의 유기적 통일에서 참되게 살아 있는 인간의 본질을 구하고 이것을 '인륜'으로서 파악했다. 인륜의 본질적 형태는 가족과 국가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헤겔의 의무론도 여기에 관점을 두고 다양한 의무를 논하게 된다.

Ⅱ. 의무의 충돌. 인륜적 의식은 보편에서 개별로 그리고 개별에서 보편으로 조용히 생성되고 있고 의무의 의식은 가족과 국가로 단일하고 순수하게 향하고 있지만, 의무를 현실에서 행위로 옮기면, 행위는 한편의 의무밖에는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의무와 의무의 비극적 충돌이 일어난다.

헤겔은 이것을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를 본보기로 하여 '인간의 계명'과 '신의 계명'의 충돌로서 드러냈다. 즉 테바이의 왕 클레온이 국가에 대한 반역자 폴뤼네이케스의 시체 매장을 법령에 의해서 금한 것은 '인간의 계명'의 입장이며, 폴뤼네이케스의 누이 안티고네가 감히 국법을 깨뜨리고 오빠의 시체를 매장한 것은 '신의 계명'의 입장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클레온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행하고 안티고네는 가족에 대한 의무를 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동굴 속에 유폐되어 비탄에 잠겨 목을 매고, 다른 한편 클레온은 그의 아들이 동굴에서 약혼자 안티고네의 뒤를 따라 자기 옆구리를 칼로 찌르고 그 비보를 들은 왕비도 관 속에서 칼로 자살함으로써 절망의 늪에 빠진다.

이렇듯 헤겔은 '인간의 계명'을 따르는 클레온과 '신의 계명'을 따르는 안티고네 모두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비극을 예로 들어 인륜에서의 개별과 보편의 아름다운 정태적이고 무매개적인 통일은 그것을 실제의 행위에 의해 실현하고자 한다면 개별에 대한 의무와 보편에 대한 의무의 충돌에 의해 필연적으로 파탄되고 붕괴한다는 것을 보였던 것이다[『정신현상학』 3. 328ff.]. 그러한 붕괴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 보편과 개별을 구별하는 도덕성의 입장에서의 의무이다.

Ⅲ. 도덕적 의무. 헤겔에게 도덕성의 입장은 자기의식이 자기와 즉자적으로 존재하는 보편적 의지를 구별하면서 더 나아가 자기가 보편적 의지와 동일하다는 것을 대자적으로 의식하는 입장이다. 그것은 '고립적'(대자적)인 주관적 의지이며, 보편적 의지와의 동일성〈에서 분리되어 있다(abs-tractum)〉는 의미에서 추상적(abstrakt)이다. 따라서 "도덕적 입장은 〈상관관계〉 및 〈당위〉 또는 〈요구〉의 입장이다"[『법철학』 108절]. 거기서는 선도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본질성이고, 특수적 주관의 의지에 있어 '의무'로 된다. 의무의 규정은 정의를 행한다든가 타인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특수적인 규정을 아직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내용 없는 동일성, 추상적인 무규정성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의무〉는 〈의무를 위해〉 해야 한다"[같은 책 133절]는 이러한 공허한 형식주의에는 어떤 행위의 내용이 의무인지 아닌지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모든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가 '의무'의 이름 아래서 시인될 수 있다[같은 책 135절]. 따라서 이러한 주관성은 내용이 공허하다는 의미에서 역시 추상적이며, 선이라는 추상적 보편성과 실제로는 동일한 것이다. 그리고 선과 주관적 의지의 이러한 동일성이 양자의 참된 모습이기 때문에, 양자는 그 추상적 일면성을 지양하여 구체적 통일을 달성한다. 즉 『정신현상학』에서 붕괴된 '인륜'은 이후의 『법철학』에서 재생되는 것이다. 그것은 국가를 가족이 전개되고 실현된 완성태로서 다시 파악함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Ⅳ. 인륜적 의무. 인륜의 전체에서는 객관적인 것이 주관성으로서 채워지며, 주관성 속에 객관적인 것이 현실화되어 있다. 그것은 개별과 보편이 아름다운 통일을 이루고 있는 공동체이며, '가족'에서 '시민사회'를 거쳐 '국가'로 전개되는 것이지만, 어느 것에 있어서든 인륜적 실체가 개인의 현실의 자기의식에 의해서 자각되고, 인륜적 규정들은 실체적 규정들로서 개인의 의지를 구속하는 다양한 종류의 의무로 된다. 그 의무가 제한으로서 나타나는 것은 오로지 무규정적인 주관성, 즉 추상적 자유에 대해서, 그리고 자연적 의지의 충동 또는 무규정적인 선을 자기의 자의에 내맡겨 규정하는 도덕적 의지의 충동에 대해서일 뿐이다.

역으로 개인은 이러한 의무에 의해서 오히려 한편으로는 단순한 자연의 충동에 몸을 맡기는 것으로부터, 그리고 또한 도덕적 반성 속에서 억압되어 헤매는 것으로부터 해방됨과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행위의 구현 및 객관적 규정에 이르지 못한 채 자기 속에 머무르는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규정적인 주관성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런 까닭에 "의무에 의해서 개인은 자기를 실체적 자유로 해방하는"[같은 책 149절] 것이며, "의무란 본질에의 도달이며, 긍정적 자유의 획득이다"[같은 책 149절 「보론」]. 그런데 실체적 의지가 현실적으로 나타난 것이 국가이기 때문에 인간이 이행해야 하는 의무는 국가 속에서 인간이 속하는 관계들에서 그에게 제시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같은 책 258절]. 따라서 국가가 참으로 '인륜'의 완성태인가 아닌가가 헤겔의 의무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된다.

-마쓰이 요시카즈()

[네이버 지식백과] 의무 [義務, Pflicht] (헤겔사전, 2009. 1. 8., 가토 히사다케, 구보 요이치, 고즈 구니오, 다카야마 마모루, 다키구치 기요에이, 야마구치 세이이치, 이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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