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체2] (Organismus)
일반적으로 생명을 지니는 것을 가리킨다. 헤겔은 유기체를 자연철학의 최고 단계인 화학과정으로부터 정신이 산출되기에 이르는 과정 속에 위치짓고 비유기적 자연으로부터 생성되고 형성되면서도 동시에 비유기적 자연을 지양하는 고유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유기체의 고유성이란 그것이 주체적인 '생명과정(Lebensprozeß)'이라는 점에 있다. 그러한 사고방식의 배경에는 기계론적 자연관에 대해서 '생명' 개념을 중심에 놓은 셸링의 유기체론적인 자연철학이 놓여 있다.
헤겔은 '비유기적인 것(Unorganische)'으로부터 '유기적인 것(Organische)'으로의 이행과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저 이행은 비유기적인 것의 자기 내 반성이며, 다시 말하면 유기적인 것 그 자체 일반으로의 생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편적인 것은 자기 자신에서 자기를 실현해야만 하며······ 바로 그 운동에 의해서 자립적으로 된다. 이 운동은 보편적인 것 자신 속으로 치환된다. 유기적인 것은 그 비유기적 자연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이다"[『예나 체계 Ⅲ』 GW 8. 126f.]. 이와 같이 비유기적인 것으로부터 유기적인 것으로의 이행은 유기체가 생성하여 자기를 실현하는 운동과정인 것이다.
헤겔의 유기체론의 특징은 생명과정의 유동성과 거기서 형태화되는 '유기조직(Organisation)'을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서 파악하는 것에 있다. 즉 유기체는 "자기 자신을 내몰아 유지하는 무한한 과정"[『엔치클로페디(제3판) 자연철학』 336절] 속에서 자립적인 '주체'로 끊임없이 자기를 '형태화(Gestaltung)'함과 동시에 그 형태화 과정으로부터 유기조직을 지닌 개별적인 '생명체'로서 산출되는 것이다. 지구상에 생겨난 '생명체'는 식물적 유기체와 동물적 유기체로 분화한다. 식물은 "겨우 직접적인 주체인 데 불과한 생명성"[같은 책 343절]이어서 동물적 유기체와 같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 식물은 빛, 물, 공기와 같은 비유기적인 자연원소들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며, 자기를 뿌리와 잎 나아가 꽃으로 형태화하고 그 결과로서 종자를 산출하여 자기 자신의 생명성을 보존한다.
그에 반해 동물은 유기체가 지니는 유동성을 가장 잘 체현하고 있다. "유기적인 유동성이라는 하나인 것, 요컨대 유기적인 젤라틴 모양의 것은 비유기적 자연을 자기로부터 분리함으로써 이것을 자기 속으로 지양하여 자기의 유동성에로 가져오며, 이 유동성으로부터 자기를 근육과 뼈로 분화시킨다. 그럼으로써 바로 유동성, 요컨대 생명을 부여받은 유기적 유동성은 비로소 자신의 내적인 보편성으로 되고 절대적인 개념으로 된다"[『예나 체계 Ⅰ』GW 6. 223].
이와 같이 하여 동물은 유동적인 주체성으로서 자유로운 '자기운동'을 행할 수 있다. 즉 동물적 유기체는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반응하여 이동하면서 비유기적 자연을 자기 속으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동화함으로써 자기를 재생산한다. 헤겔은 동물적 유기체의 활동을 '감수성', '흥분성', '재생산'의 세 가지 계기로 구별하고, 그에 따라 자극을 감각하는 '신경조직', 운동하기 위한 '골조직'과 '근조직(Muskelsystem)', 식물을 소화하기 위한 '내장조직'과 같은 조직형태를 고찰하고 있지만, 이러한 부분들은 통일적인 전체로서의 유기체의 계기로서 비로소 기능하는 것이다.
동물적 유기체는 개별적인 개체로서 생명활동을 영위하면서도 동시에 같은 유에 속하는 다른 개체와 서로 관계하여 하나의 유적 과정을 구성한다. 헤겔은 개체가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것에서 유적 의식이 생성한다고 생각한다. "질병은 [생명] 과정의 계속이다. 유기체는 이 질병을 견뎌낼 수 없다. 질병에 대항하여 보편적인 것인 유가 나타난다. 동물은 죽는다. 동물의 죽음은 의식의 생성이다"[『예나 체계 Ⅲ』 GW 8. 172]. 이리하여 동물적 유기체는 죽음에 직면함으로써 유라는 보편적인 것을 의식하게 된다고 생각되고 있다. 여기서 헤겔은 동물적인 의식이 인간의 '정신'으로 이행하는 필연성을 보는 것이다. -이사카 세이시(伊坂靑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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