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적 세계] ( intellektuelle Welt)
플라톤의 참된 실재로서의 이데아의 사상을 실체화하여 감각적 세계에 예지적 세계를 대치시키는 두 세계론을 형성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은 플로티노스였다. 헤겔은 플로티노스를 높이 평가한다. 플로티노스에게 있어 모든 것의 근원은 '일자'이며, 이것은 모든 사유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미와 선도 넘어선다. 모든 것을 넘어선 이 일자로부터 산출된 것이 누스이다. 이것은 자기에 의한 자기 자신의 지(知)이며, 자기를 대상으로서 지니면서 자기 자신인 순수한 지의 세계이다. 이 두 번째 것이 이른바 예지적 세계이다. 헤겔은 플로티노스가 절대적인 일자의 자기 한정으로서 누스의 산출을 생각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지만, 이러한 한정, 전개가 일어났다고 할 뿐 그 필연성을 아직 참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한 점을 불충분한 것으로 여긴다 [『철학사』 19. 435-462].
경험적 세계의 파악이 주요한 관심사가 되는 근대에서 대립적인 두 세계론은 주류가 아니지만, 라이프니츠가 모든 사물의 예지적 성격(Intellektualität)을 주장하고, 우리들이 그것을 모래알 하나까지 완전하게 알 수 있게 되면 그로부터 전 우주의 전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할 때, 거기서 우리는 예지적 세계의 근대적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헤겔은 라이프니츠가 참된 통일을 신의 예정조화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주장을 기교적인 것으로 비판한다[같은 책 20. 233-255].
칸트가 사물 자체를 우리의 지성적 세계파악으로부터 구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예지적 세계를 규제적으로 상정하는 칸트의 의도가 엿보인다. 헤겔은 지금까지의 이러한 대립적 사상을 비판하고, 무한한 절대자 자신이 유한한 감각적 세계를 자신 그 자체로서 산출하며, 스스로의 규정 속에 유한성, 우연성을 포함한다는 새로운 절대자 개념을 제시한다. 종교철학 강의에서는 이와 같은 절대자의 구조를 영원한 아버지의 나라라고 하고, 논리의 타자로서의 현실을 아들의 나라라고 하며, 나아가 그 통일, 자기화를 성령의 나라라고 하는 삼중구조를 생각한다. -가타야나기 에이치(片柳榮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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