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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미국의 헤겔 연구] ()

경험론의 오랜 전통을 지닌 영국에서 헤겔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어 영향력을 미치고 있던 것은 그린(Thomas HillGreen 1836-82), 브래들리(Francis Herbert Bradely 1846-1924), 보잔케트(Bernard Bosanquet 1843-1923) 등을 중심으로 하는 19세기 후반의 이른바 신헤겔학파에서이며, 그것은 미국에도 파급되고 있었다.

그러나 곧 20세기에 이르자마자 신실재론과 분석 철학이 융성하는 가운데 헤겔 철학은 점차 비판 대상이 되었으며, 오히려 배격 대상으로까지 되고 있었다. 거기서는 "헤겔의 형이상학에서 도출되는 것은 참된 자유가 전제적 권력에 대한 복종에 있다는 것, 자유로운 언론은 악이라는 것, 절대군주제가 선이라는 것,······"이라는 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의 말에서 단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헤겔 정치철학의 보수적 · 권력적 성격이 그대로 그의 형이상학적 전제와 결합되고 때로는 파시즘의 사상적 온상으로까지 여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제2차 세계대전 무렵부터 그와 같은 경향에 대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콜링우드(RobinGeorge Collingwood 1889-1943) 밑에서 배운 녹스(T. M. Knox)는 이미 1940년의 논문 「헤겔과 프러시아주의」에서 역사적 자료로서 헤겔 자신의 저작을 사용하여 헤겔이 권력국가론자이자 보수적인 프러시아국가의 어용철학자라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따라서 또한 헤겔은 국가사회주의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헤겔을 오히려 서구정치사상의 자유주의적 전통을 계승하는 자라고 말했던 것이다.

『법철학』(1942), 『청년기 신학논집』(1948), 『헤겔 정치논문집』(1964), 『미학』(1975), 『자연법론』(1975), 『인륜의 체계』(1979)로 이어지는 헤겔 저작들의 일련의 영어번역은 그와 같은 문제의식으로 촉진되었던 것이며, 그것이 영미에서의 헤겔 부흥과 관련하여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물론 『정신현상학』, 『논리의 학』, 『철학사』 등은 그보다 상당히 오래 전에 영역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문제의식과 작업은 펠친스키(Z. A. Pelczynski) 등에 의해 계승되어 헤겔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헤겔 부흥은 단지 그의 정치철학에 그치지 않고 철학 전반에 미치고 있었다. 핀들레이(J. N. Findlay), 『헤겔-재검토(Hegel: A Re-Examination, 1958)』는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 밑에서도 공부한 핀들레이가 헤겔 철학을 분석 철학에 대립된 것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로 끌어당기고 나아가 보통 사람들에게도 이해될 수 있는 것으로서 제시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핀들레이에 따르면 헤겔은 초월론적 형이상학자나 직관주의자가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의 경험적 지식에 관계하는 철학자였다.

이 핀들레이 밑에서 공부한 플랜트(R. Plant)의 『헤겔(Hegel, 1973)』에서의 헤겔 평가는 좀더 적극적인바, 그것은 근대사회가 초래한 인격의 단편화와 원자화에 항의하는 데서 더 나아가 시민사회를 매개로 하여 인륜적 공동체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헤겔 정치철학을 그의 형이상학에서의 근대 계몽 비판과 결부시켜 통일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 점에서 전후 영미권에서의 헤겔 연구(또는 헤겔 흡수)의 정점을 이루는 것이 테일러(C. Taylor), 『헤겔(Hegel, 1975)』이라고 말할 수 있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61) 등의 현상학의 영향을 받은 테일러는 자기 자신의 사유 속에서 헤겔 해석을 전개하고자 하는데, 그 기본에 있는 것은 근대 계몽의 주체성의 논리와 그에 대한 반동으로서의 낭만주의 내지 표현주의(expressionism)의 통합으로서 헤겔 철학의 현대적 의의를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테일러는 헤겔 형이상학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보편적 정신이 자립화되고 개별적 정신이 수단화된다는 점을 비판한다).

물론 영미권에서 헤겔 연구의 진전은 『정신현상학』과 『논리의 학』 그리고 『법철학』과 같은 헤겔 철학의 중심부분에 그치지 않는다. 해리스(H. S. Harris)의 초기 헤겔 연구(Hegel's DevelopmentToward the Sunlight. 1972;Hegel's DevelopmentNight Thoughts. 1983), 페트리(M. J. Petry)의 헤겔 자연철학 연구(Hegel's Philosophy ofNature. 1970)로 대표되는 개별 연구들과 주해들도 여럿 출판되어 있다. 1970년에 결성된 미국헤겔학회(TheHegel Society of America) 및 1979년에 결성된 영국헤겔학회(The Hegel Society of Great Britain)가 영미에서의 헤겔 연구 진전의 표현인 동시에 헤겔 연구의 새로운 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후지와라 야스노부()

[네이버 지식백과] 영국과 미국의 헤겔 연구 [英國-美國-硏究] (헤겔사전, 2009. 1. 8., 가토 히사다케, 구보 요이치, 고즈 구니오, 다카야마 마모루, 다키구치 기요에이, 야마구치 세이이치, 이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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