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은 베른 시대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영국의 역사와 정치 · 경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열심히 연구했다. 그러한 연구는 『카르 친서』, 『독일 헌법론』, 『뷔르템베르크 민회 토론』, 『법철학』 및 『역사철학』의 강의들, 『영국 선거법 개정안』 등에 반영되어 있다.

프랑스 혁명의 충격과 독일 영방들의 근대화 개혁의 태동 속에서 헤겔이 초기의 폴리스적 구상에서 탈피하여 시민사회에서의 인격적 특수성의 충분히 자유로운 발전과 그것을 보편성에로 매개하는 의회제도에 입각한 정치적 국가라는 『법철학』의 구상으로 향해 가는 것은 영국의 시민사회와 의회주의의 발전사와 현상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비판적 고찰에 크게 힘입고 있다.

헤겔은 영국에서의 발달한 지방자치를 기반으로 한 신분들과 지방의 다양한 이해를 대표하는 의회주의의 오랜 전통, 시장사회 속에서 개인들의 특수한 욕구와 앎과 의지를 다면적으로 관련시켜 도야하는 상업과 산업의 발달사 속에서 근대의 "주체성의 원리"[『법철학』 260절, 187절]의 실현에 가장 적합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는 이러한 자유가 구체적 특수성을 벗어나지 못한 형식적 자유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영국 헌정체제의 기초를 구축한 마그나 카르타와 권리장전은 역사적으로 획득된 사적 권리 내지 특권으로서 단순한 실정적인 것의 집적에 불과하다.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구태의연한 불합리하고 부패한 선거제도와 거기에 입각한 지주귀족의 의회 과두정치, 나아가 영주권, 수렵권, 10분의 1세 등과 같은 많은 봉건적 특권의 존속 등은 영국에서 대륙 국가들의 혁명과 개혁에서 수행된 것과 같은 보편적 이성원리에 의한 헌법-법체계의 개혁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한 채 실질적 자유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영국 선거법 개정안』 11. 88-90, 94].

그에 더하여 헤겔에 의하면 이러한 명예혁명 이후의 영국의 법제 개혁 필요성은 상업혁명과 산업혁명의 진행에 의해 공업화, 도시화된 시민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왜곡, 즉 산업 부르주아지와 노동자라는 새로운 계급의 대두, 부의 축적의 극대화와 노동자의 물질적, 정신적 빈곤의 증대, 국내의 실업 · 빈곤 문제와 그 탈출로로서의 식민주의적 해외진출 등등 때문에 한층 더 긴급성을 띠고 있었다[『법철학』 240-248절].

이리하여 일찍부터 영국의 의회 선거제도에 주의를 기울여 온 헤겔은, 한편으로 1830년경부터 급속히 고양된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는 의회 개혁과 사회 개혁 운동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승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프랑스7월 혁명을 염두에 두는 가운데 이러한 개혁 운동 속으로 새로운 계급의 정치참가와 전통적 의회정치 장소의 파괴를 이끌어 들이지 않을 수 없는 "프랑스적 추상"[『영국 선거법 개정안』 11. 122]의 급진성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여, 계급대립을 융화시켜 혁명을 회피하고 개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군주권 강화의 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히라노 에이치(平野英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