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철학은 대체로 현실적인 것은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이 매개된 것이며, 역사는 이러한 매개로서 현실 일반의 본질 규정이라고 하는 통찰에 의해서, 인간 존재 · 문화의 역사성에 대한 의식으로서의 역사주의의 형성에 기여했다.

그러나 그의 역사철학이 동시에 역사는 필연적으로 이성의 사상을 요구한다고 하는 통찰을 제기했던 데 반해, 19세기 역사주의 사상의 주된 조류는 계몽적이고 합리주의적인 철학 이론에 의한 역사의 합리적 체계화의 거부 내지 회의라는 주도 이념에 기초하여 역사적 생기의 개별적인 발전과 사태성의 의미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실증주의적, 상대주의적 경향을 강화시키고 있었다. 20세기에 역사주의 아래서 역사에서의 합리적인 것이 점점 주관적인 것으로 환원되고 상대화되면 될수록, 역사 및 그에 대한 이해 그 자체가 도대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것 없이 성립할 수 없다는 헤겔의 근본 통찰에 점점 더 깊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히라노 에이치(平野英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