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함(취약성)] (Sprödigkeit )
물질의 직접적인 형태, 즉 물질을 성립시키는 점이 긴밀한 관계를 갖지 않고서 분산되어 있는 상태가 취약성이라고 말해진다. 따라서 취약한 물질에서는 점과 점이 응집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 그에 반해 예를 들어 철과 같은 금속은 그 대극에 놓여 있는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금속만이 자화될 수 있다. 왜냐하면 금속은 절대적으로 취약한 것이 아니라 단일하고 특수한 무게의 순수한 연속성을 자신 속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엔치클로페디(제3판) 자연철학』 312절 「보론」 9. 207]. 이와 같이 자성을 띤 금속은 점과 점이 높은 응집력을 지니고서 강고하게 연속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금속과 대비하여 헤겔은 취약한 물질의 대표로서 '유리'를 생각하고 있다. 유리는 점성에 머무르고 있어 약하며, 금속과 같은 응집성을 지니는 데 이르고 있지 않다. "내재적인 점성, 즉 취약성(그 다음에는 응집력)이라는 규정이 좀더 완전한, 그러나 형식적인 투명성(예를 들면 취약한 유리)과 일체가 된다"[같은 책 320절]. 응집력이 아직도 모자란 취약한 유리는 철과 같이 자성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투명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헤겔은 이와 같은 물리학상의 용어를 인간의 존재방식을 나타내는 것으로서도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폴리스적인 공동체가 해체된 로마의 '법 상태'에서 개인은 인륜적 실체라는 기반을 상실하여 개별적인 자기로서만 존재한다. 그와 같은 자기는 인륜적 유대를 상실하여 '점'으로서 뿔뿔이 흩어져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취약한 자기"라고 불린다. 이와 같은 자기는 "인격적 원자"로서 "[인륜적인] 정신을 상실한 점"에 불과하다. 이리하여 "인격은 각각 인격으로서 독립적으로(für sich) 존재하며, 다른 인격과의 연속성을 스스로의 점성의 절대적인 취약성으로부터 배제"[『정신현상학』 3. 358]함으로써 서로 소원하고 냉담한 관계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이사카 세이시(伊坂靑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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