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Afrika)
헤겔에 의하면 "세계사는 동에서 서로 향해 나아간다"[『역사철학』 12. 134]. 유럽이 세계사의 종결이고, 아시아가 그 시원이다. 헤겔이 세계사의 전개에서 '본래의 아프리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이집트를 제외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이지만, 그 역사적 위치는 "아프리카를 뒤로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세계사의 무대에 오른다"[같은 책 12. 129]고 하는 역사 이전의 단계이다. 즉 "아프리카는 역사적 세계에는 속하지 않으며, 따라서 거기서는 운동과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 ······ 우리가 본래적인 의미에서 아프리카라고 말하는 것은 아직 전혀 자연적 정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 몰역사적인 것이다"[같은 곳].
그런데 인간은 타자를 통해서 비로소 자기 자신을 알 수 있지만, 아프리카의 정신에서는 타자는 자연이고, 따라서 자기는 자연적 자기이며, 자연에 대한 관계가 자기로서 알려진다. 인간으로서의 타자와 자신보다 고차적인 절대적 본질에 대한 앎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기서는 고차적인 존재자에 대한 외경과 자신을 약한 것으로 느끼는 종교적인 의식은 없고, 다만 "인간이 최고의 힘이며 인간이야말로 자연에 대해서 명령을 내리는 것"[같은 책 12. 122]이라는 의식만이 있다. 이러한 의식에서 종교는 마술이나 주술로서 나타난다. 또한 자기를 최고로 하는 이러한 의식은 도리어 인간멸시의 관념을 낳는다. 인간에 대한 존경은 고차적인 존재의 의식에서 비로소 생겨나기 때문이다.
식인의 관습이나 노예제도는 죽음의 경시라기보다는 생명의 경시, 인간멸시에 기인한다. 나아가 국가에서 보이는 것은 자연적, 감성적 자의의 입장이기 때문에 국가를 성립시키는 것은 '외적인 폭력'뿐이다. 그러므로 총괄하자면 "아프리카인은 인간의 개념을 이루는 바의 의식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자유가 아닌"[『종교철학』 16. 252] 것이다. 아프리카는 '자유의 의식의 진보'라는 역사의 무대에 오르기 이전의 '동화의 나라'이다. -미즈노 다츠오(水野建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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