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성] ( Positivität)
청년 헤겔의 사상형성은 실정성의 극복과 중첩된다. 헤겔의 실정성 이해의 변화는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1)은 김나지움 시대부터 베른 시기까지, (2)는 베른 시기부터 프랑크푸르트 시기에 걸쳐서, (3)은 프랑크푸르트 시기부터 예나 시기에 걸쳐서이다.
(1)의 시기는 자연법과 실정법의 대립을, 그리고 또한 기독교의 공허화와 형식화를 문제로 하고 있었다. 이때의 실정성 이해는 자기의 심정과 행위를 자신의 주체에 기초짓는 것이 아니라 자신 바깥의 '권위'에 의거시키는 점에 있다. 실정성이란 자율이 아니라 타율이며, '권위'라는 타자에 의존하는 관계이다. 헤겔은 『초기신학논집』에서 이와 같은 타율의 관계형식을 유대교에 중첩시켜 보고 있다. 자기 바깥의 '권위'에 대한 복종이야말로 인간의 주체를 폄하하여 예속시킨 원인이었다. 이러한 유대 민족의 실정적 상황을 해방시키고 민족에게 자유를 가져다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예수라고 헤겔은 해석한다. 그때 헤겔은 '예수의 가르침'에서 칸트의 도덕률을 읽어내고, '이성의 자유'를 강조한다.
그러나 (2)의 시기에 걸쳐서 헤겔은 '이성의 자유'로는 실정성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한다. 『실정성 논문』에서 말해지고 있듯이, 예수는 '주체의 자유'를 설파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적'이 신앙의 대상이 되고 '예수의 가르침'이 실정화된 것은 우리가 '이성의 자유'를 보편적인 것으로서 수용할 때 '감각'과 결합되지 않는 한에서 그 자유의 가르침은 보편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실정화에서 헤겔은 주체적 자유와 객체적 현상의 결합의 필연성을 읽어내고, 그 관점을 『실정성 논문 개고』에서 명확히 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종교와 사랑』 초고에서는 주-객의 복종 · 배제의 관계인 실정성의 근저에서 주-객의 통일적인 관계인 '사랑'이 활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3) 이러한 실정성의 극복과정에서 헤겔은 횔덜린의 영향을 받아 '생'을 내세운다. 거기서는 주-객의 '분리'가 '동일'과 같은 관계로서 파악되게 된다. 이와 같이 '분리하는' 지성이 활동하고 있는 실정성 안에 이성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에서 실정성은 극복된다. -핫타 다카시(八田隆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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