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민족은 각자에게 고유한 신화를 지닌다. 신화는 민족의 세계관을 이야기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자 민족의 종교의식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헤겔은 『종교철학』에서 인도, 페르시아, 그리스 등의 신화를 분석하고, 각각의 민족종교의 성질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 고대의 종교를 취급할 때에는 신화가 가장 유력한 자료가 되었다. 신화의 철학적인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종교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절대적 근거로 하는 헤겔에게 있어 신화는 언제나 양면성을 지니는 것으로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민족의 종교는, 따라서 또한 신화는 보편적인 규정, 즉 진리를 포함한다. 신화의 근저에는 합리성의 본능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신화는 감성적인 견해를 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다양한 우연적이고 외적인 재료가 섞인다. 왜냐하면 개념을 감성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무리가 생기고, 환상의 토대 위에서는 이념을 올바르게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철학사』 18. 103].

신화가 보편적인 진리를 포함하는 예로서 헤겔이 가장 자주 끌어들이는 것이 구약의 낙원추방의 신화이다. 지혜의 나무의 열매를 먹는 것은 인간이 순진무구한 자연태(즉자태)에 안주할 수 없게 되는 것이고, 그곳을 떠나 자기의 모습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마음의 경지(대자태)에 다다름으로써 인류의 정신적 발전이 가능해진다. 낙원추방의 신화를 헤겔은 인간에서의 지의 그러한 역설적인 모습을 암시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신화와 철학적 이념의 어긋남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서는 플라톤의 대화편에 삽입되는 문학성 풍부한 신화(내지 우화)에 대한 비판이 있다. 헤겔은 이러한 신화(우화)의 삽입이 논리의 필연적인 전개를 중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철학서에는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철학사』].

-하세가와 히로시(長谷川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