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2] (Glaube )
헤겔의 신앙 이해는 기본적으로 이것을 신의 인식으로 보는 것에서 일관된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당연히 거기서 예상되는 것은 기독교 신앙이지만,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용어법에 관한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즉 그는 "그럼에도 신앙이란 표현은 그것이 기독교 신앙을 상기시키고 이것을 포함하거나 쉽사리 동일한 것인 것으로 보이는 이점을 수반한다. 그리하여 이 [야코비의] 신앙심 있는 철학은 본질적으로 경건하고 기독교적으로 경건한 것처럼 보인다.
······ 그러나 우리는 외견상 단순한 말의 같음을 통해 몰래 숨어들어올 수 있는 것에 기만당하지 않아야 하며 그 구별을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엔치클로페디(제3판) 논리학』 63절]고 하여 기독교 신앙과 신앙 일반, 특히 직접지와 같은 뜻으로까지 확대 해석된 야코비의 신앙 이해를 준별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한층 더 깊이 파고 들어간 형태로 "신앙이라는 말부터가 이미 기독교 신앙을 위해 간직되어 온 것인바, 그리스 인의 신앙, 이집트인의 신앙 등이라고는 말하지 않으며 또 제우스에 대한 신앙, 아피스에 대한 신앙 등이라고는 말하지 않는 것이다.
신앙이란 확신에 갖춰진 내면성을 말하는 것이며, 더욱이 의견과 표상과 신념과 의욕과 같은 그 밖의 모든 것에 대립하는 것으로서의 가장 깊고 가장 집중된 내면성을 언표하는 것이다"[『신의 존재증명에 관한 강의』 17. 349]라고 하여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만 이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신앙과 지의 대립이나 단절을 부정하는 입장에서 "반성과 논변 또는 사유 일반을 그 속에 포함하지 않는 신앙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록 한순간의 것이라 하더라도 신앙을 거기에 포함하지 않는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신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원래 신앙이 무언가 전제의 형식이어서, 그 유래가 어떠하든, 강고한 기초로 되는 가정의 형식이기 때문이다"[같은 책 17. 352]라는 식으로 신앙 지평의 비종교적인 것으로의 확대도 보유하고 있다.
요컨대 "신앙이 일종의 지이며, 지의 특수한 한 형태"[『엔치클로페디(제3판) 정신철학』 554절]라고 보는 입장인 것이다. 이러한 용어법들은 신앙을 신의 인식으로서 이해하는 데로 수렴되며,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철학적으로 다시 파악했다는 자부심에 뒷받침된 헤겔 종교철학에서는, 인식의 측면에서 보는 한, 신앙은 개념적 사유의 아랫자리에 서게 된다.
"[신학자들이] 절대적 내용을 유한하게 사유함으로써 기독교의 근본교의가 대부분 교의학으로부터 사라져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철학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로 철학이 지금 본질적으로 정통적인바, 영구히 타당한 명제들, 즉 기독교의 근본진리들은 철학에 의해서 획득되고 보존된다"[『종교철학』 17. 202]고 한다. 교회의 권위에 입각한 실정적 신앙이 그 위치를 회복할 것도 아니다. 신앙을 신의 인식으로 보는 논리구조를 『정신현상학』의 서술에 입각해 말하면, 절대종교 내지 계시종교(즉 철학적으로 파악된 기독교)가 절대 실재(신)의 자기의식으로서 실현되어가는 과정에서 절대 실재의 대상의식이라는 주관성의 면을 담지하면서 그 완결에서 종교 그 자체로 되돌아오는 것이 신앙이다.
이것은 신앙을 자기의식적 구조 안으로 받아들이는 헤겔의 강인한 논리구조라고도 볼 수 있지만, 신앙 그 자체에 그 존립부터 이미 일종의 한시적인(물론 이것은 구원론적인 의미에서의 '시간'이지만) 성격이 놓여 있으며, 신의 나라의 실현을 보는 것은 신앙의 본래적인 완결로서 그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야만 할 것이다.
신의 인식으로서의 신앙을 근저에서 밑받침하고 있는 그것의 존재론적 성격 역시 헤겔 종교철학에서 특히 강조되어야만 한다. 프랑크푸르트 시기의 "신적인 것에 대한 신앙은 믿는 자 자신 안에 신적인 것이 존재함으로써만 가능해진다"[『기독교의 정신』 1. 382]는 통찰로부터 시작하여 헤겔 종교철학의 기본명제로서의 "정신은 정신에 대해서 존재하는 한에서만 정신이다"[『엔치클로페디(제3판) 정신철학』 564절]의 장대하면서도 치밀한 전개인 『종교철학』에 이르기까지 본래적으로 동등한 자의 대응과 모순을 매개로 한 합일의 모티브는 신앙을 논하는 것에서 충분히 구현되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종교철학』 제1부 '제사론'은 그 하나의 증좌이다.
그러나 여기에 이르러 또한 역사적 현실이 종교철학적 진실을 계속해서 배반하고 있다는 것은 "신앙에서는 아무것도 정당화되지 못하고······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설교되지 못하며 소금은 맛을 잃고 있다"[『종교철학』 17.343]는 것이 그의 동시대 인식이다. 헤겔의 이른바 성직 신분으로서의 철학자에 의한 이러한 사태의 자폐적 방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말해야만 한다. -요네자와 호즈미(米澤穗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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