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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bürgerliche Gesellschaft)

Ⅰ. 근대의 총괄 시도. 『법철학』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언제나 그 성격이 문제로 되어왔던 데 반해, 시민사회론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찬사가 주어져왔다. 있는 바의 것에 대한 개념파악이라는 모티브의 결정체, 즉 긍정과 부정에 대한 투철한 눈을 시민사회론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라는 말은 청년기 초고에도 있지만, 그것은국가와 같은 뜻이고 당시의 용법에 따르는 것이었다.

예나 시기에 들어가면 시민사회 영역은 인륜의 사색을 좌우하는 중요 테마로 된다. 그러나 인륜론 가운데에서 '시민사회' 개념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하이델베르크 시기를 기다려야만 했다([『법철학 강의』(반넨만)]. '시민사회'라는 말은 이 강의와 관련된 『엔치클로페디(제1판)』 437-39절에 대한 노트에도 있다). 인륜은 개별과 보편이 각각 독자적인 영역을 이루면서 서로 매개된 일체성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시민사회-국가체제로서 성립한다. 인륜은 제도의 체계이며, 그것에는 자각적인 담당자와 심성이 없을 수 없다.

헤겔의 '시민사회'는 근대의 성과를 집약하여 개별에게 고유한 활동영역을 보장하면서 그것을 보편으로 〈교양, 형성〉하는 과제를 짊어진다. 그 기축은 〈노동〉과 그것에 기초하는 〈욕구와 노동의 체계〉에 있다. 시민사회야말로 근대의 주체적 자유를 이루는 추상법-소유주체, 도덕성-내면적 주체성이 본래적으로 활동하는 장이며, 나아가 시민사회의 제도들에서 보편을 앎으로 가져오는 마당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민사회는 국가의 조건이며, 반면에 시민사회는 국가를 전제한다. 나아가 헤겔은 시민사회 그 자체를 해체할 수도 있는 문제성을, 그리고 더 나아가 시민사회-국가체제를 붕괴시킬 수도 있는 문제성을 지적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시대에 앞서가는 헤겔이 있다.

Ⅱ. 청년기. (전통적 용법에 따라서) '시민사회'라는 말은 『민중종교와 기독교』[1. 61, 63, 66], 『기독교의 실정성』[1. 160]에 있지만, 그 영역은 "시민사회에서 개개인의 권리가 국가의 권리로 된 것은 시민사회의 본성에 속한다"[같은 곳]고 하듯이 국가의 영역과 겹친다. 이러한 용법은 시민이 곧 정치적 의의를 지니며, 국가와 시민사회가 동질의 통치기구를 형성하는 시민사회(societas · civitas)라는 당시에도 여전히 남아 있던 전통적 용법에 닿아 있다.

후에 헤겔은 이러한 전통과 단절된 지점에서, 또한 근대 자연법에서도 여전히 겹쳐 있던 시민사회-국가를 분리하여 근대의 차원에 입각하는 양자 관계를 확립하고자 한다. 다만 시민사회 영역은 청년기의 사색에 끊임없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것은 소유와 권리의 문제로서, 사랑의 공동성에 소외를 초래하고(단편 『사랑』, '재산공동체' 참고), 또한 유대적 입법을 넘어서서 〈생〉의 화합을 초래할 〈사랑과 용서〉(예수)를 구별-대립을 첨예화하는 소유의 운명에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소유(재산)의 운명은 우리에게 대단히 강력하게 되어버렸다" [『기독교의 정신과 그 운명』 1. 335]. J. 스튜어트 『정치경제학 원리』(1767, 독역 1772)의 상세한 노트(1799. 2. 19-5. 16)는 이러한 한가운데서 작성되었다.

Ⅲ. 예나 시기 (1). 인륜을 해체하는 것. 시민사회 영역의 문제는 인륜의 사색에서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다루어진다. 헤겔의 최초의 체계구상을 전해주는 단편(1801-1802)에는 "이념은 자연을 떠나 정신으로서 고양되며, ······ 욕구와 법의 영역을 지배하에 두면서 자유로운 민족으로서 실재적으로 된다"고 하고 있다. 고전적 실천철학의 틀에 근거하는 『자연법 논문』의 인륜 구상은 '욕구와 법의 영역'을 고전적 신분론의 틀 안에 두고, 고대의 폴리스적 인륜을 붕괴된 것이라는 관점에서 철두철미 부정적으로 취급한다. 앞의 영역에 해당하는 '점유의 체계'는 "물적 욕구와 그를 위한 노동 및 축적에 관계하는 보편적인 상호의존의 체계"[2. 482]이며, 형식적 법 · 권리를 동반한다. 그것은 개별성을 원리로 하기 위해 부정적인 취급이 누그러지면, 곧바로 사인(부르주아)의 이해관심을 만연시키고 불평등을 확대시키며, 그 결과 인륜을 침식하여 독자적인 위력으로 전환된다.

그리하여 제1-제2의 신분간 구별은 폐기되고 인륜은 붕괴한다. 또한 앞의 부정적인 취급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억제'에서 구해졌다. 『독일 헌법론』 정서 단편 '국가의 개념'(1802. 11 이후)에서는 앞의 영역을 위해 '사회'가 사용된다. 그것은 국민의 자유로운 활동과 자치의 영역으로 된다. 이러한 관점에는 사회의 세세한 항목까지 통괄하고자 하는 프랑스 혁명 하의 국가론과 피히테의 자연법론에 대한 비판의식이 움직이고 있다.

Ⅳ. 예나 시기 (2). 보편화의 운동. 앞의 영역은 『인륜의 체계』에서는 '욕구의 체계'로서 인륜의 긍정적인 구성요소로 일변한다. 헤겔은 A. 스미스의 자연적 자유의 체계를 시야에 받아들여 분업에 의해 뒷받침되어 그것에서 균형적으로 확대되는 시장과 거기서 부단히 생성되는 균형의 확립에 주목한다. 그것은 확실히 개별성이 자아내는 합성체이지만, 단순한 총화는 아니다. "잉여는 어떠한 것이든 간에 모두 전체에 있어서 무차별화된다"[『인륜의 체계』 PhB 80]. 전체인 시장은 개별적인 것을 보편적인 것으로서 수용하고, 보편적인 것에 의거하여 잉여의 교환을 성립시킨다. 여기서 보편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욕구의 체계'에 고유한 덕인 정직(Rechtschaffenheit)은 문자 그대로 법 형성(Rechtschaffen)에로 통한다. 분업, 욕구의 다양화, 잉여, 가치, 화폐, 교환, 계약이라는 실재적 관계의 도달점은 상업활동(Handel)에 두어진다.

헤겔은 이러한 체계의 변동-착란의 모습들(부와 빈곤으로의 양극 분해도 포함)을 검토하면서도 그것의 자기통합력에 기대를 걸고 인륜의 신분간 관계와 전체를 유지하는 것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는 여전히 고전적 폴리스론의 신분론의 틀 내에 있으며, 노동에는 객체에 대한 형태부여-점유의 의의가 부여되는 데 그친다. 『예나 체계 Ⅰ』에서는 시민사회 영역을 가리키는 표현이 "공동성과 상호의존의 거대한 체계"[GW 6.324] 이외에 특별히 내세워지지 않지만, 이 영역은 '인륜적 정신', '국민정신'에서의 보편적인 차원이라는 위치를 지니기에 이르며, 그 귀취가 후자의 존재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개인의 욕구의 범위와 그를 위한 활동 사이에 국민 전체의 노동이 나타난다"[같은 책 GW 6. 322].

헤겔은 분업과 욕구의 다양화를 기초로 개별적 노동이 그대로 만인의 욕구에 적합한 "보편적이고 관념적인 노동"[같은 책 GW 6. 321]의 의의를 지니는 것, 그리고 개인의 욕구충족이 '국민 전체의 노동'을 매개하는 것, 이러한 차원에서 점유가 소유의 의의를 지니는 것에 주목한다. 노동의 가치는 이러한 보편성에 의거하여 정립된다. 여기에는 노동에 있어 보편성의 각성을 주장하는 자세가 놓여 있다. 그러나 헤겔은 분업에 대해 획기적 의의를 인정하면서도(A. 스미스의 이름은 GW 6. 323 난외에 있다), 노동의 일면화, 기계에 대한 종속, 노동가치의 하락, 나아가 공황에 이르기까지 언급한다. 이러한 체계에 대한 단호한 제어의 필요마저도 주장된다. 인륜적 정신이 이 체계의 유기적 구성에 어떻게 관계되는지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 초고는 중단된다.

Ⅴ. 예나 시기 (3). 교양형성의 단계. 『예나 체계 Ⅲ』에서는 "현실적 정신"[GW 8. 222]이 시민사회 영역에 해당된다. "만인의 만인을 위한 노동과 향유"[같은 책 GW 8. 223]라는 보편성의 지평에서 개별자는 불특정 다수의 〈추상적〉 욕구에 대응한 〈추상적〉 노동을 담당한다. 불특정 다수를 위해서라는 의미에서 〈추상적인 가공물〉이 상대하는 데서 교환가치(사물로서는 화폐)가 성립한다. 교환은 이러한 가공물을 그저 개별자의 구체적인 욕구-충족에로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물화된 자기(가공물)〉의 교환 그 자체가 추상적 노동의 담당자로서의, 또한 인격=소유주체로서의 인정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헤겔은 〈인정된 상태〉의 지평에서 생기는 "선악의 지식, 인격적인 올바름과 올바르지 못함"[같은 곳]을 매개로 하여 법적 범주가 등장하여 활동하는 장면을 설정한다. 범죄에 대한 법의 발동에는 인정된 상태로부터의 특수의지의 이반을 원상태로 되돌린다는 의의가 놓여 있으며, 보편의지(법)는 개별의지가 알게 된 것으로 되어 현실적으로 알려져 타당한 것이 된다. 현실적 정신은 이러한 교양형성에 의해서 〈법의 지배〉라는 헌법체제(보편의지의 구체화)의 초석이 된다. 다만 만인의 노동의 성과인 '보편적 부'는 개개인의 생활의 수단, 실체이긴 하지만, 이전의 초고들에서 보았듯이 부와 빈곤으로의 양극 분해에 이르는 부정적인 양상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이러한 보편적 부의 영역에는 고유한 가치가 있는 이상, 국가권력의 "간섭은 가능하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것이어야만 한다"[같은 책 GW 8. 244]. 개입은 누진과세, 구빈세 등의 재정, 사법, 내무행정(Polizei) 등에 걸치지만, 그것들은 통치의 계기에 속한다. 이와 같이 '현실적 정신'이 교양형성-앎의 운동이라는 것에 의해 헌법체제-국가권력과의 매개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시민사회-국가체제의 원형이 탄생한다. 다만 "앎에 기초한 공동체(공동사회Gemeinwesen)"[같은 책 GW 8. 237]는 개별의지에서 나오는 소외화-교양형성의 단계들로서 제시되기 때문에 그 구성계기들이 반드시 정돈되어 있지는 않다. 또한 『정신현상학』 '이성' 장에서는 〈인륜적 의식의 생성〉이 노동과 욕구의 체계의 긍정적인 면에 의거하여 다루어지며, '정신' 장 '자기 소외된 정신'에서는 재부는 국권에 침투하여 그것을 재부의 운동에 흡수하는 위력으로서 다루어진다.

Ⅵ. 교양형성으로서의 제도의 체계. 후에 이러한 〈앎에 기초한 공동체〉는 확고하게 된 체계로서 제시된다. '시민사회'는 그렇게 했을 때 개념화되었다. 시민사회의 기저를 이루는 욕구와 노동의 상관적 질서 그 자체에서 노동에 기초한 교양형성의 작용이 활동하기 때문에 이제 거기서는 "즉자적으로 법인 바의 것"[『법철학』 211절]이 잉태된다. 이리하여 인격과 소유의 침해에 대한 사법제도의 활동은 잠재적인 것의 정립이라는 의의를 지니게 된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보편과 특수가 분리되는 "인륜의 상실태"[같은 책 181절]이기도 하기 때문에 권리의 보장에 그치지 않고 "개개인의 생계와 복지의 보장"에 관계하는 내무-복지행정(Polizei), 직업단체(Korporation)가 정립된다.

특히 이와 같은 시민적 관계에 뿌리박고 자치능력을 갖춘 직업단체에서 국가와의 "공동통치"[『법철학 강의(반넨만)』 141절]가 성립한다. 시민사회의 제도들(지역 자치단체도 포함)은 보편-특수의 일체화에 관계하는 이성적인 것의 나타남으로서 "공공의 자유의 초석이다"[『법철학』 265절]. 시민사회에서의 제도화를 통해 비로소 국가의 제도적 통합이 성립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제도들은 시민사회 내에서 발생하여 그것을 해체할 수도 있는 문제에 대응하여 정립되어 있기 때문에 불완전함을 드러낸다. 부가 증대되는 한편, "특수한 노동의 개별화와 제한성이 증대됨과 동시에 이러한 노동에 결박된 계급의 예속과 궁핍이 증대된다"[같은 책 243절].

시민사회에서는 빈곤, 천민 문제가 불가피하게 생겨난다. 직업단체는 특히 상공업층 내에서 인륜적 계기를 회복하는 과제를 짊어지면서도 기능과 정직함이라는 가입요건이 필요하며, 앞의 문제에 전체적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가 직접 대처하면 인격적 자유의 안전과 보호라는 시민사회의 사명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되며, 국가(이성국가)와 시민사회(지성국가)의 원리적 구별이 해소되어버린다. 시민사회는 인륜적 이념의 지주이면서 그 의미가 되물어지는 장이기도 하다.

-다키구치 기요에이()

[네이버 지식백과] 시민사회 [市民社會, bürgerliche Gesellschaft] (헤겔사전, 2009. 1. 8., 가토 히사다케, 구보 요이치, 고즈 구니오, 다카야마 마모루, 다키구치 기요에이, 야마구치 세이이치, 이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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