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Poesie , Gedicht )
헤겔에 따르면 넓은 의미의 시는 산문(Prosa)에 대립하고 문예 전반과 대응한다. 시는 이중의 의미에서 예술들의 최고위에 있으며 그것들을 통합한다. 첫째로 그것은 건축, 조각, 회화 등의 조형예술들과 음악의 양극을 좀더 고차적인 단계에서, 즉 정신적 내면성 그 자체의 영역에서 통합한다. 둘째로 그것은 상징예술(건축), 고전적 예술(조각)보다 고차적인 단계의 예술 장르로서 회화, 음악과 더불어, 그리고 동시에 이 양자를 통합하면서 낭만적 예술의 최후의 부문을 형성한다.
조형예술들과 음악이 감각적 재료를 그대로 정신적 내포를 담는 형태로 삼는 데 반해 시는 그것 자신이 이념적이기도 한 언어를 외적 형태로 함으로써 정신적 내용을 감각적 재료로부터 떼어놓는다. 말소리는 물리적 실재상에 담보되고 있지만, 사람에 따라 말이 나오는 조건이 다르며, 또한 나온 말과 글자는 물리적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 사이에 등가관계가 성립된다는 점에서 이미 이념적이다.
이러한 말소리를 외적 형태로 하고 말의 뜻에 매개되면서 사상내용이 전달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표상과 직관상과 감정과 같은 내적 상태상도 외화되어 가는 것이다.
시는 본래 반드시 운문일 필요가 없다. 고대의 언어들에는 리듬이 자연스럽게 속해 있었다. 그것은 음절의 자연스러운 장단에 기초하며, 그리하여 시는 어의 또는 의미 내포가 다름에 따라 동요함이 없었다. 그러나 근대의 언어들은 자연적인 리듬을 잃고 의의를 중시한다. 그것을 명시하기 위해 악센트가 우위를 차지하게 되고 산문화로 향한다. 각운과 두운 등의 압운은 낭만적 문예 형식에 고유한 것이다. 주관적 정신이 소리의 물질성에서 자기 자신을 청취하고자 할 때 각자가 형성하는 외적 음향을 각운에 의해서 한층 더 강하게 제어하는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넓은 의미의 시는 서사시, 서정시, 극시로 이루어진다. 서사시에서는 사건, 사태가 객관적으로 자기 완결된 전체성에서 주관에 대립하는 것으로서 묘사된다. 그러나 협의의 시는 서정시이다. 여기서는 서사시와는 거꾸로 "자신을 말로 나타내고 심정을 그것 자신의 외화에서 듣고자 하는"[『미학』 15. 418] 요구가 충족된다. 극시에 관해서는 '드라마' 항을 참조. -가나타 스스무(金田 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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