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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2] (Entfremdung)

이 말은 원래 ent-fremd-en이라는 동사를 명사화한 것이지만, 이 동사는 분리 · 이탈 · 이질화를 의미하는 접두어 ent와 이질 · 낯섦 · 무인연 · 무관계를 의미하는 형용사 fremd가 결부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fremd라는 독일어 형용사는 영어의 alien, 불어의 étranger에 해당되는 말로서 일반적으로는 알지 못하는 사람과 사물, 이방인과 이형의 것에 대해 사용된다. 따라서 entfremden이라는 동사의 가장 일상적인 사용방법은 사람들이 모종의 형태로 서로 소원하게 된다는 사용방법이다. 한국어의 소외라는 말에도 원래 다른 사람을 멀리한다는 단순한 사용방법밖에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자기소외라든가 소외된 상황과 같은 형태로 고도로 추상화된 철학적 용어로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소외' 개념의 이와 같은 철학적 용어화의 배경에는 (1) 마르크스의 『경제학 · 철학 초고』(1844년)에서 헤겔의 소외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짊어진 것으로서 원용되고, (2) 나아가 이 초고가 이른바 MEGA(마르크스 · 엥겔스 전집)의 간행(1920년대 말 이후)에 의해서 널리 알려지게 되어 소외라는 용어 그 자체에 대한 선구적인 주목이 이루어지며, (3) 제2차 세계대전 후, 특히 1950년대 후반 이후 이 소외 개념이 '근대' 일반의 구조해명의 핵심어로서 급부상하기에 이르렀다는 역사적 경위가 놓여 있다.

철학적 용어로서의 Entfremdung의 한국어와 일본어 번역은 오로지 '소외'이지만, 현대 중국어에서는 '이화()'이다. 영어에서는 오로지 alienation만이 사용된다. 불어에서는 약간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어서, 이폴리트(Jean Hyppolite 1902-68)는 rendre étranger, devenir étranger라는 동사형을 사용한다든지 라틴 어로부터의 조어 extranéation을 사용한다든지 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aliénation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다만 이폴리트는 이 aliénation(aliéner)이 본래 Entäußerung(entäußern)에 대한 대응어라고 말한다. 또한 마르크스에서는Entfremdung과 Entäußerung이 거의 구별되지 않지만, 헤겔에서는 이 양자 사이에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헤겔의 형이상학적 사유에 따르면 모든 존재자는 그 본성상 자기 자신을 부정하여 자기의 타자(Anderssein)로 되고 이질화되는(sich entfremden필연성을 내포한다. 나아가 이러한 사고방식에 따르면 일단 부정된 것도 나아가 그 내재적 부정성에 의해서 다시 부정되어 본래의 것으로 귀환하게 된다. 다만 그 귀환은 단순한 이전의 존재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의 부정' 내지 '타자의 타자'라는 매개를 거쳐 좀더 풍부한 내용을 획득한 복원이다. 헤겔의 소외 개념은 본래 이와 같은 '타자화(Anderswerden)' 내지 '자기이화(Sich-entfremden)'의 사상 위에서 성립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헤겔이 말하는 소외(Entfremdung)란 기본적으로는 자기소외(Selbstentfremdung)인 것이다.

헤겔의 체계 전체에 대해 말하자면, 자연계는 정신이 자기 밖으로 나와(즉 타자화하고 외화하여) 사물성(Dingheit)의 세계로 나타난 모습으로서 파악되고 있다. 여기서 자연은 말하자면 정신의 외화(Entäußerung)로서의 소외(Entfremdung) 형태이다. "자기의식의 외화야말로 사물성(Dingheit)을 정립한다"[『정신현상학』 3. 575], "물리적인 자연은 정신의 타자이다"[『논리의 학』 5. 127]. 헤겔에서는 이와 같이 정신의 타자화가 사물적 세계에 관계되는 현상일 때에는 오로지 외화라는 뉘앙스가 강한 Entäußerung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다른 한편 정신은 사물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그것 자체로서 그것의 가장 고도한 형태인 절대정신에 이르기까지의 전개 도상에서 일단은 본래적 본질로부터 탈락된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신현상학』에서 '자기 소외된 정신-교양'이라고 명명되어 있는 정신이 그것이다. 『정신현상학』의 Ⅵ. '정신' 장은 인간의 상호주관성의 세계(즉 공동체) 내지 그 사상의 형태들을 단계적으로 서술한 것으로서 이해될 수 있지만, 그 한 단계인 교양의 세계는 원자적인 자아의 집합체이자 개별과 전체 사이에 내면적 · 필연적인 통합의 기반이 없기 때문에, 거기서의 대인관계에서는 한편으로는 분열과 대립이, 다른 한편으로는 강제적이고 외면적인 결합이 특성을 이루게 된다.

헤겔에 따르면 정신의 이와 같은 소외태(탈본질형태)는 타자 속에서 자기를, 자기 속에서 타자를 보는 정신의 본래적인 본질형태, 즉 "최고의 공동성이 최고의 자유인"[『차이 논문』 2. 82] 형태에 도달하기 위해 지나갈 수밖에 없는 하나의 우회단계이다. 이러한 소외태로서 구체적으로는 앙시앵 레짐으로부터 계몽의 시대를 거쳐 프랑스 혁명에 이르는 프랑스의 역사가 염두에 두어져 있다. Entäußerung에 반해 Entfremdung은 이와 같이 오로지 대인관계에 관계되는 소외현상 일반을 논할 때에 사용되는 용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야지마 교시로()

[네이버 지식백과] 소외 [疎外, Entfremdung] (헤겔사전, 2009. 1. 8., 가토 히사다케, 구보 요이치, 고즈 구니오, 다카야마 마모루, 다키구치 기요에이, 야마구치 세이이치, 이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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