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행로] (Weltlauf)
『정신현상학』의 'Ⅴ. 이성' 장의 '행위하는 이성'의 세 번째 단계는 'c. 덕과 세계행로'이다. 두 번째 단계의 '심정의 법칙'이 단순한 주관적인 법칙이었던 점이 반성되고 '보편적인 것'이 덕으로서 내세워진다. 의식은 "이미 개별성에 대한 집착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의 증명으로서 인격 전체를 희생하는 것"을 지향한다[3. 283]. 홀로 '덕의 기사(Ritter der Tugend)'를 자처하며, 세상 일반을 상대로 하여 싸움을 건다. 그것은 아무래도 돈키호테적인 망상에 불과하며, 결국 세계행로의 힘겨움을 깨닫게 된다. 그가 내세운 덕은 "국민이라는 실체에서 내용이 풍부한 기반"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실체로부터 빠져나온 실질이 없는 덕이며, ······ 세상(세계행로)과 싸우는 공허한 연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3. 290].
'세계행로'란 그와 같은 망상을 넘어서서 지속하는 "공공의 질서"[3. 282]이다. 그것은 각 사람이 자기 자신을 타당화시키고자 하면서도 "다 같이 저항을 받고, 서로 타인에 의해서 해체되는" 것과 같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보편적인 저항이다"[같은 곳]. 불안정한 듯이 보이지만, 바로 거기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적인 기반이 있다.
'덕의 기사'는 '세계행로'를 "전도되어 있음"으로 보고, "이것을 다시 한 번 전도시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3.285]. 그러나 세상이라는 것이 자기가 생각한 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사리사욕만이 추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동시에 타인에게도 은혜를 가져다주고, 공공의 복지에 공헌한다. 거기에 '갖기도 하고 가져지기도 하는' 관계(스미스적인 상호의존관계)가 있다. 덕의 기사가 세계행로에 건 싸움을 통해 '사태 그 자체'라는 상호의존의 체계가 자각되며, 의식은 견실한 시민(V.C.)으로 성장한다. -야마자키 쥰(山崎 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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