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2] (Welt)
헤겔에서 세계는 무엇보다도 자연계가 아니라 풍속, 습관, 언어, 사물에 대한 사고방식 등을 유대로 하여 성립하는 인륜적 세계를 의미했다. 이 점은 예를 들면 청년 헤겔이 신약성서 요한복음의 코스모스 개념을 해석하여 "인간적 관계들과 인간적 생의 전체"[『기독교의 정신』 1. 374]라고 말하고 있는 데서, 혹은 『정신현상학』 '정신'의 단계 이후에 '의식의 형태들'과 더불어 '세계의 형태들'이 더듬어질 때 이것이 역사적 인륜적 세계를 가리키는 데서 단적으로 보인다.
물론 『정신현상학』을 보면 자연계, 나아가 감각적 세계를 넘어선 초감각적 세계, 명부의 세계 등을 가리키는 용례도 발견된다. 그러나 이것도 기본적으로는 이것들이 인간적 삶이 영위되는 마당인 한에서 전의된 데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세계가 인륜적 세계일 때 세계는 상호주관적 관계로서 단지 개별적인 주체들과 대립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개별적인 주체들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헤겔은 칸트가 변증론에서 영혼, 세계, 신의 세 가지를 무제약적 이념으로서 문제 삼은 것을 이어받아, 영혼인 주체의 의식에서 세계가 비춰짐과 동시에 세계가 다수의 의식적 주체로 성립하는 것이라면, 영혼은 세계로 세계는 영혼으로 상호 전환한다고 하고 거기서 양자를 통일하는 것으로서 절대 실재인 신을 응시하고 있다. 이러한 신을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헤겔의 정신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는 칸트와 함께 데카르트의 사유주체, 라이프니츠의 단자론, 스피노자의 신 개념을 비판적으로 자기 동화시킨 헤겔의 모습이 발견된다. 그리고 칸트에서 초월론적 주체로서의 자아가 시공세계 바깥에 서는 것인 데 반해, 헤겔에서는 의식이 이와 같이 세계와 결합함으로써 자아는 대상의식과 자기의식의 상호 융합에서 파악되며, 이에 따라 자아는 세계 속에 매몰되는 세계와의 직접적인 결합에서 자기를 해방하여 세계와의 대결을 통해 반대로 세계를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자기를 실현해가게 된다.
이러한 세계와의 결합에서 생기는 의식의 존재방식을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의식의 세계성"[3. 38]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상학은 의식이 외화와 귀환을 통해 자기의 세계화와 세계의 자기화를 도모하는 데서 세계성에서 자기를 본래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의식의 운동을 서술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즈마 타다시(上妻 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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