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 Proportion)
뉘른베르크 김나지움에 부임한 직후인 1808/09년 겨울 학기에 헤겔은 전 생애에 걸쳐 단 한 번 수학 수업을 담당한다. 그 상세한 자료가 흩어져 없어져버려 알 수 없지만, 강의보고에 따르면 "대수는 일반적 산법[4칙 계산과 거듭제곱]에서 시작하여 비례, 수열, 대수로 나아가고, 이차방정식까지 가르치고 또 연습했다"[『뉘른베르크 저작집』 4. 294]고 한다. 그의 수학 지식은 『논리의 학』의 '양론'에서의 무한과 미분의 설명에서 볼 수 있다.
거기서 헤겔은 비례를 외래어가 아닌 비(Verhältnis)와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엄밀하게는 두 개의 비가 같은 것 또는 그 표현인 등식의 의미에서 사용한다. 예를 들면 "방정식의 제곱근풀이에 의해 발견된 비와, 종좌표와 접선영의 비와의 비례[식]"[5. 338f.]와 같이 사용되는 것이다.
헤겔은 또한 예나 시대에 비례를 수학적 의미를 떠나 논리학의 원리로서 다룬 적도 있었다. 그 논리학은 단일관계(einfache Beziehung) · 비 · 비례의 3부로 이루어지며, 나중의 논리학과 대조해보면 단일관계는 '존재론', 비는 '본질론'과 '개념론'의 개념 장, 비례는 이념 장에 대응한다. 비는 "그 양항이 상호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지니는"[『예나 체계 Ⅱ』 GW 7. 38] 것이며, 존재의 비(실체:우유, 원인:결과, 성과:성과)와 사유의 비(규정적 개념, 판단, 추론)의 둘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비가 같은 것이 비례이다[같은 책 GW 7. 105]. 요컨대 헤겔은 존재와 사유의 동일성을 로고스의 의미를 지니는 Proportion에 의해서 생각하고자 했던 것이다.
비례는 정의 · 분할 · 인식으로 이루어진다. 정의란 명제형식에 의해서 표현된 지이며, '(인간)=(동물):(포유)'와 같이 정의해야만 하는 것(〈이것〉)을 보편[유]과 특수[종차]의 비에 의해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에서는 [좌변이 비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비례가 완벽하게 표현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같은 책 GW 7. 108]. 그리하여 역으로 보편을 비로 나타내는 것이 필요해진다. 이것이 다음의 '분할'이며, 보편의 분할에 의해서 〈이것〉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후의 '인식'은 기하의 작도와 증명을 모범으로 했기 때문에 비례의 완벽한 표현으로 된다. 작도는 전체를 요소로 분할하여 요소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비를 지적하는 것이고, 증명은 그 비 사이에 같음을 발견하여 전체를 다시 산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겔은 이 이후 수학 개념인 비례를 논리학의 원리로 하는 것은 포기했다. 비례[식]에서 보이는 동등성은 확실히 단순한 질과 양의 같음이 아니라 관계의 같음이지만,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동일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비례에 따르면 존재와 사유의 유비는 분명하게 되지만, 존재와 사유가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게 되지 않는 것이다. -에비사와 젠이치(海老澤善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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