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2] ( Recht)
(1) 『법철학』의 구성은 제1부 '추상법', 제2부 '도덕성', 제3부 '인륜'으로 이루어진다. (2) 독일어의 Recht는 법 · 권리 · 정의라는 세 가지 의미를 지니는 말이지만, 헤겔도 『법철학』에서 이 세 가지 의미를 살리고 있다. (3) 『법철학』은 그 서문에서 말해지고 있듯이 『엔치클로페디』의 제3편 '정신철학'의 제2부 '객관적 정신'을 좀더 상세하고 좀더 체계적으로 논한 것이다.
이상의 세 가지 점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헤겔이 말하는 법은 예를 들면 〈권력에 의한 분쟁 해결의 규준〉과 같은 통상적인 용법과 비교하여 훨씬 넓은 내용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본서에서 법이라고 말할 때 보통 법이라는 말로 이해되고 있는 시민법[추상법]을 의미할 뿐 아니라 도덕성, 인륜 및 세계사도 의미한다. 이것들이 마찬가지로 법에 속하는 것은 개념이란 사상을 진리에 입각하여 총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법철학』 33절 「보론」]. 덧붙이자면 『법철학』은 '자연법과 국가학'이라는 부제를 갖는다. 이것은 볼프 이래의 실천철학의 전통에 입각한 표제로서, 당시 철학은 이론철학과 실천철학으로 나누어져 후자에는 자연법 · 정치학 · 윤리학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로부터도 『법철학』이 단순한 법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론과 윤리학을 포함한 사회-정치철학이라는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헤겔에 따르면 법의 지반은 '정신적인 것'으로서 그 출발점은 의지이다. 이것은 자유로운 의지이다. 왜냐하면 자유롭지 않은 의지란 빈 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라는 것이 법의 실체와 규정을 이루는 것이고, 법의 체계란 "실현된 자유의 왕국", 정신이 자기 자신에서 산출한 "제2의 자연"에 다름 아니다[같은 책 4절]. "법이란 절대적인 개념의 현존재, 자기의식적인 자유의 현존재이다"[같은 책 30절].
이러한 헤겔의 파악 배후에서 자유가 이미 사회의 제도들의 원리로서 뿌리 내리고 있다는 인식을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로운 의지가 발전해가는 단계들이 추상법 · 도덕성 · 인륜의 각 단계인 것이다. 여기서 추상법은 소유, 계약 및 불법(에 대한 법)이라는 근대 시민사회를 기초짓는 법적 관계, 즉 시민법을 의미하지만, 그것이 추상적이라는 것은 여기서는 인간이 인권이라는 형식적인 권리의 담지자로서 보일 뿐, 개인으로서 지니는 특수성과 법적 관계의 배후에 있는 공동체의 존재방식 등이 사상되어 있기 때문이다.
헤겔은 법(철학적 법)과 실정법의 구별을 승인하고, 시민사회론 속에서 "법이 실정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장소"[같은 책 3절]에 관해 논하고 있다[같은 책 211-4절]. 또한 법철학은 법적 관계의 담지자로부터 볼 때에는 권리(와 의무)의 철학일 것이다. Philosophie des Rechts의 번역어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법철학〉이 정착되어 있지만,T. M. 녹스의 영역에서는 〈권리의 철학(Philosophy of Right)〉이다. -다카야나기 료지(高柳良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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