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Verbrechen)
헤겔에 따르면 '범죄'란 "법 그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다[『법철학』 95절]. 즉 단지 물건을 빼앗는 것과 사람들의 행동을 구속하는 것 등은 그것 자체로서는 아직 〈범죄〉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은 개나 고양이도 하는 것이고, 여러 자연적인 재해에 의해서도 우리에게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법'을 부분적으로 부정하고 그 개변을 촉구하는 것이긴 해도 그것에 의해서 '법'의 존재 그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한에서 그것은 아직 '범죄'가 아니라 단순한 '해악'인 것이다. 이에 반해 '자유로운' '법적' 존재인 우리 인간이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구속한다고 하면 그것은 '범죄'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의식하든 하지 않든 관계없이 자기의 자의적이고 기만적인 '법'의 승인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요컨대 '자유'의 구체화로서의 '법' 그 자체를 그 근저에서부터 파괴하는 것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헤겔은 '범죄'를 "부정적 무한판단"이라고 말한다[같은 곳]. 그것은 개별적인 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존재 그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범죄'란 이렇듯 '자유'이고 '법적'인 것을 생명으로 하는 인간이 '법'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데서 헤겔은 초기의 『기독교의 정신』에서 '범죄'를 "자기 자신의 생명의 파괴"[1. 344]라고 부른다.
그런데 헤겔은 이러한 '법'의 〈전면적 부정〉으로서의 '범죄'를 『법철학』에서[82절 이하] '범의 없는 불법'과 '사기'로부터 구별하고 '본래의 불법'이라고 명명함으로써 다음과 같이 특징짓고 있다. 즉 '민사소송'에서의 '권리의 충돌'에서는 당사자는 누구나 자기의 주장을 본래의 '법'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본래의 '법'이 〈주관적으로는〉 확립되어 있지만, 〈객관적으로는〉 확립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객관적으로는〉 '불법'이지만, '범의 없는 불법'인 것이다. 또한 '사기'는 〈객관적인〉 '법'을 '불법'에 이용하고자 하는 한에서 '법' 그 자체에 관해서 〈주관적으로〉 '불법'이다. 이에 반해 '본래의 불법'으로서의 '범죄'는 '범의 없는 불법'의 〈객관성〉과 '사기'의 〈주관성〉의 결합이며, '객관성과 주관성의 양면'에서 전적으로 '불법'인 것이다. -다카야마 마모루(高山 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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