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Nacht)
'밤'은 '깊이(Tiefe)' 및 '심연(Abgrund)'과 함께 헤겔의 부정성 개념에 관련되는 메타포 군(중복되어 사용되는 것도 드물지 않다)에 속한다. 밤은 거기서 존재가 삼켜지고 무화됨과 동시에 존재자를 산출하기도 하는 마당이다.
무화의 작용은 정신적 주체에 의해서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무한성으로서의 사유에서 "대립 또는 유한성은 모두 무화"되지만, 그 "순수한 밤"은 "진리의 숨겨진 심연"이기도 하다[『신앙과 지식』 2. 431]. 또한 김나지움의 철학 수업에서는 학생들을 구체적인 표상에서 떼어내 '내적인 영혼의 밤'으로 되돌리는 것을 주안점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무화되어야만 하는 대상은 '낮(Tag)'으로서의 감성적 세계와 유한자 일반이다. 다만 사변은 유한한 지식도 지양해야만 한다. '단순한 반성'이 무화되는 '밤'은 오히려 건전한 인간 지성이 거처를 얻는 '생의 참된 낮'이기도 하다[『차이 논문』 2. 35].
다른 한편 정신의 발전의 변증법을 전제할 때 밤은 아직 충분히 전개되지 않은 질료성, 실현을 기다리는 '단순한 개념'에 대응한다. 정신의 계기들이 전개되어 각각이 독립하여 현존재하는 것이 '낮'이라고 한다면, 그 운동 이전에 아직 머무르고 있는 정신은 "본질의 밤"에 비유된다[『정신현상학』 3. 505]. 개인의 마음 수준에서 그것은 언어에 의한 분절화를 경험하기 이전의 환각적인 '형상'이 꿈틀거리는 "보존의 밤"이다[『예나 체계 Ⅲ』 GW 8.186f.]. 세계사에서는 하나의 문명에서 전개된 계기들이 앎으로, 즉 정신의 "자기의식의 밤"으로 내화되고 그로부터 또한 새로운 정신의 형태가 발현한다[『정신현상학』 3. 590]. 철학체계에 관해서는 셸링의 동일철학의 형식주의적인 절대자관이 "모든 소가 검게 되는······ 밤"으로서 비판된 것이 유명하다[같은 책 3. 22]. -나카오카 나리후미(中岡成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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