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개] (Vermittlung)
'매개'는 '직접성(Unmittelbarkeit)'과 맞짝으로 사용되는 개념이다. "매개란 첫 번째 것으로부터 나와 두 번째 것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엔치클로페디(제3판) 논리학』 86절]라고 말해지지만, 여기서의 의미는 A(첫 번째 것)와 B(두 번째 것)의 두 항이 있고 A 쪽이 직접적인 것이고 B가 A에 의해서 매개되어(제약되어)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A가 원인이고 B가 결과이다. 예를 들면 아이의 존재는 부모에 매개되어 있다.
이에 반해 '직접성'은 '무매개성'이라고도 번역되는바, 다른 것에 매개되지 않고서 그것 자신으로 자립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적인 것은 우리에게 직관적으로 주어진다. 매개하는 것은 '매체(Medium)'라고 말해지지만, 그것은 더 나아가 해당 영역의 사물들 사이를 전달하여 접합시킨다는 의미로 보편적인 성격을 지닌다. 헤겔에 따르면 매체는 물질계에서는 물이며, 정신계에서는 기호, 특히 언어이다. 이때 물과 언어 모두 전달수단의 의미를 지닌다[『논리의 학』 6. 431].
모든 객관적 실재와 그 인식은 모종의 의미에서 다른 것에 의해서 매개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리하여 세계는 무한의 매개와 피매개의 연쇄이다. 부모 역시 그들의 부모에게 각각 매개되어 있다. 그리고 보통 학적인 구명은 이러한 연쇄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헤겔은 "천상에서든 자연에서든 정신 안에서든 또는 다른 어디에서든 직접성과 함께 매개를 포함하지 않는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같은 책 5. 66]고 말하여 직접성과 매개가 합치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예를 들면 내가 어떤 종교와 도덕을 자명하고 직접적인 소여로 간주하는 것은 아잇적부터의 교육이라는 매개의 결과에 다름 아니다.
이리하여 직접성은 "매개의 지양을 통하여"[같은 책 6. 565] 성립한다. 나아가 참된 매개는 다른 것에 의한 "우연한 매개", "자기에게 외적인 매개"[같은 책 6. 368]가 아니라 "자기 자신 속에서 자기를 완결하는 것으로서"[『엔치클로페디(제3판) 논리학』 69절] 자기매개이다. 예를 들면 생명은 무엇보다도 우선 각 기관에 제약되고 매개되어 있지만, 좀더 깊이 보면 전체적 생명이 각 기관을 재생산하고 그것들을 통합하며 동시에 생명 자신을 재생산하고 있다. 거기에는 "매개하는 것과 매개되는 것의 동일성"[『논리의 학』 6. 397]이 놓여 있으며, "매개를 지양된 것으로서 자기 속에 포함한다"[『엔치클로페디(제3판) 논리학』 147절 「보론」]는 생생한 운동이 놓여 있다.
만약 사물이 매개를 극복하여 직접적 자립성을 획득하는 운동체라고 한다면, 그러한 사물을 인식하는 활동도 마찬가지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요컨대 직접적인 자명성과 확신은 매개적인 논증에 의해서 근거지어지며, 나아가 그것을 극복한 결과 성립한다고 말할 수 있다. 헤겔에서는 직관지와 신앙과 매개적인 지식은 통일되어 있다. 이리하여 "직접지는 매개지의 소산이며 결과이기도 하다"[같은 책 66절]. 매개이론은 매사(Mitte)에 의해서주어와 술어를 결합하는 추리론에서 체계화된다. -시마자키 다카시(島崎 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