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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과 덕목] ( Tugend )

Ⅰ. 덕이란 인륜적 의무들을 수행하는 개개인의 성격적 특성을 의미한다. 개인은 이런저런 덕을 몸에 익힘으로써 몸을 인륜적 보편자에게로 열어간다. 유덕한 인간은 인륜적 의무를 자기에 대해서 부정적인 '강제'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자기의 개별성이야말로 부정되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별적 존재를 보편적인 것을 위해 희생하고 그에 의해 보편적인 것을 현존재로 가져오는"[『정신현상학』 3. 373] 것이 덕의 활동이다.

이러한 이해에 근거하여 헤겔은 덕을 "인륜의 현상"[『인륜의 체계』 PhB. 57], 또는 인륜적인 것의 "반영"[『법철학』 150절]으로서 규정한다. 인륜적 보편자가 각인의 덕에 의해서 현존재로 되는 것은 바로 덕에 있어서 인륜적 보편자가 개개인에게 "침투하고"[『엔치클로페디(제3판) 정신철학』 516절], "반영되는" 것에 의해서이다. "인륜적인 것은 자연에 의해서 규정되어 있는 개인적 성격 그 자체에 반영된다. 그런 한에서 인륜적인 것은 덕이다. 덕은 개인이 소속되는 관계들의 이러저런 의무에 대한 단순한 적합성 이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법철학』 150절].

Ⅱ. 개개인의 덕에서 인륜적 보편자가 현존재의 마당을 지닌다는 헤겔의 이해로부터 보면, 그는 덕을 인륜의 실현의 원리로서 적극적으로 주창하는 듯이 생각되지만, 그러나 실정은 그렇지 않다. 덕을 주창하는 것에 관해서 그는 오히려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신현상학』의 '이성' 장에서의 '덕과 세계행로' 절은 이러한 견해의 단적인 표명이다. 여기서는 보편적인 〈선〉을 본질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개별적인 인격성을 방기함으로써 이 〈선〉을 실현하고자 하는 '덕의 의식'이 역으로 개별적인 인격성을 본질적인 것으로 보는 '세계행로(세상의 관습)'에 대해서 싸움을 건다는 설정 속에서 '덕의 패배'의 논리가 제시되고 있다. '덕의 의식'은 각 사람이 개별성을 방기해야만 한다고 설명하지만, 개별성을 방기하여 보편적인 〈선〉을 실현하는 이 능력(즉 덕) 그 자체가 각 사람의 개별성에 기초하고 있다. '덕의 의식'은 자기가 부정하고자 하는 바로 그것을 자기의 존립의 원리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여기서 실현이 기도되는 〈선〉도 '세계행로' 앞에서 허무하게 쓰러져버리는 '추상적 · 비현실적인 본질'밖에 아니게 된다.

Ⅲ. 덕에 대한 헤겔의 이러한 말하자면 상반되는 태도는 '도덕성'의 입장-특히 칸트의 입장-에 대한 그의 비판의 관점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사상형성 과정에서 헤겔의 입장은 칸트의 도덕사상의 적극적 수용에서 엄밀한 비판으로라는 과정을 밟아가지만, 덕에 대한 그의 태도도 이에 수반하여 변화한다. 헤겔의 '덕' 개념의 내실을 이해하는 데서 이 변화 과정을 아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1) 사색의 출발점에 해당되는 튀빙겐 시기-베른 시기에 칸트의 도덕사상으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은 헤겔은 '의지의 자율'의 사상에 입각하여 인간의 '도덕성'의 자각을 설파하는 '도덕적 종교'를 새로운 민중종교로서 확립한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종교의 주창자로 여겨진 예수는 도덕성의 이념의 체현자로서 파악되며 '덕의 이상', '덕 그 자체'의 구현으로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파악에서도 보이듯이 이 시기에는 '덕'과 '도덕성'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으로서 생각되고 있으며, 따라서 여기서 확립되어야만 하는 종교에 대해서도 "덕의 종교"[1. 121]라는 규정이 주어지고 있다.

(2) 프랑크푸르트 시기가 되면 헤겔의 칸트에 대한 비판의 관점이 드러나 '도덕성' 내지 '도덕법칙'은 인간의 생에 보편과 특수의 대립을 가져오고 생을 파괴하는 것으로서 파악되지만, 이러한 견해의 변화에 수반하여 덕은 칸트적인 도덕법칙을 '보전'하는 것으로서 고쳐 파악된다. 덕이란 자기의 경향성을 물리치고 도덕법칙에 따르는 도덕적 심정이 아니라 오히려 경향성과 도덕법칙의 대립을 폐기하는 것이자 다름 아닌 양자의 종합의 형태라는 것이 이 시기의 헤겔의 이해이다. 그러나 그가 덕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헤겔은 칸트적인 도덕법칙을 덕으로 대치함으로써 '보전'이 완성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개별적인 이러저런 덕은 인간관계의 다양성이 증가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개별적인 덕들의 통일원리가 요구되게 된다. 헤겔은 이러저런 덕이 바로 '하나의 살아 있는 정신'의 양태들로서 상대화됨으로써 참된 보전이 성립한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살아 있는 유대'를 '사랑'에서 구한다. "덕은 법칙에 대한 복종의 보전이지만, 마찬가지로 사랑은 덕의 보전이다. 덕의 온갖 일면성, 온갖 배제, 온갖 제한은 사랑에 의해서 폐기되어 있다"[1.362].

(3) 헤겔이 도덕성 및 덕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지니게 된 이유의 하나로서 프랑스 혁명의 추이에 대한 그의 인식이 제시된다. 혁명이 공포정치에 빠지고 파탄되어가는 사태를 헤겔은 '자유와 덕'이라는 두 가지 '추상적 원리'가 절대화된 것의 필연적 귀결로서 파악했다[『역사철학』 12. 532f.]. 이러한 인식과 더불어 '사랑'이라는 주관적 원리의 아포리아도 자각되어 새로운 사유가 모색되는 것이 예나 시기이다. 이 시기의 헤겔은 "전체(민족)는 부분(개인)에 앞선다"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발상에 기초하여 개체의 원리인 도덕성과 덕의 절대시를 물리친다.

"인륜은 개인 그 자체에서 자기를 표현하는 한에서는 어떤 부정적인 것이다. [······] 개인에 속하는 인륜적 특성들-용기(Mut), 절제, 검약, 좋은 마음씨 등-은 부정적 인륜이다[······]. 즉자적인 가능태이자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이 덕들이 도덕의 대상이다"[『자연법 논문』 2. 505]. 요구되는 것은 특정한 덕을 원리로 하여 '존재해야만 하는' 인륜의 확립을 주장하는 것이나 덕의 의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저런 덕을 인륜적 전체 속에 위치시켜 '인륜의 현상'으로서 제시하는 것이다.

『인륜의 체계』에서 헤겔은 시대의 실정에 입각한 인륜의 존재방식으로서 (a) 통치자, 전사, (b) 상공업자, (c) 농민이라는 세 가지 신분조직을 구성의 핵심으로 하는 유기적 국가를 구상하고 그 각각에게 (a') 용기(Tapferkeit), (b') 성실 · 정직(Rechtschaffenheit), (c') 신뢰(Zutrauen)-및 용기-라는 마음의 특성을 대응시키고 있다.

그는 여기서 상공업자의 성실 · 정직을 본래의 '덕'으로 간주하지 않고, 이에 반해 전사의 용기를 '덕 자체'로서 평가하고 있지만, 나중의 초고[『예나 체계 Ⅲ』 GW 8. 266ff.]에서는 이러한 각각의 신분들에 대응하는 '심정'으로서 (a") 의무를 이행하는 도덕적 심정, (b") 성실 · 정직, (c") 신뢰를 병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개별적인 덕에 대해 헤겔이 의의를 부여하는 것은 나중 시기에서도 정해져 있지 않다. 뉘른베르크 시기에는 "질서 있는 모든 국가의 시민의 덕"으로서 "정부의 명령에 대한 복종의 심정, 국민의 명예의 감정"이 제시되며[4.266], 『법철학』에서는 성실 · 정직이 "법적으로나 인륜적으로 인간에게 요구되는 보편적인 것"으로 된다[150절]. 『엔치클로페디(제3판) 정신철학』에서는 신뢰가 "인륜적 현실성의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의 덕"으로 되며, '정의(Gerechtigkeit)'와 '호의적 경향성'이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우연성에 대한 관계에서의 덕"으로 되고 있다[516절].

-사사자와 유타카( )

[네이버 지식백과] 덕과 덕목 [德-德目, Tugend] (헤겔사전, 2009. 1. 8., 가토 히사다케, 구보 요이치, 고즈 구니오, 다카야마 마모루, 다키구치 기요에이, 야마구치 세이이치, 이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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