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奴隸制] (Sklaverei)
헤겔은 인간을 오로지 '즉자적으로 자유로운 것'이라고 여기는 데로부터 노예제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입장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인간은 자기의 자연적 직접성을 도야함으로써 자기를 자유의 주체로 형성해가는 존재이며, 그 '개념'에서가 아니라 '이념'에서 자유이어야만 한다는 헤겔 철학의 기본적 입장이 여기서도 발견된다[『법철학』 57절 「주해」]. 요컨대 "인간의 본질이 자유에 있는 이상 노예제는 절대적으로 불법"이지만, 또한 그 제도는 역사철학적인 관점에서는 "좀더 고차적인 인륜과 이 인륜에 결부된 교양형성에 참여하기 위한 하나의 양태"이기도 하다고 파악되는 것이다[『역사철학』 12. 129].
"모든 민족은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즉 자기지배의 능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주인에게 복종하는 엄격한 훈련을 헤쳐 나가야만 하는" 것이고, 따라서 "자유의 단서"로서 "예속과 전제정치는 민족의 역사에서 하나의 필연적인 단계"라는 것이다[『엔치클로페디(제3판) 정신철학』 435절 「보론」]. 그런 의미에서 "노예제는 인간의 자연성에서 참으로 인륜적인 상태로의 이행에 속하게"[『법철학』 57절 「보론」] 된다.
그러나 노예가 도야되고 그들이 자유의 의식에 도달했기 때문에 노예제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 헤겔은 그 폐지의 근거를 "기독교의 원리"에서 구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엔치클로페디(제3판) 논리학』 163절 「보론」]. 근대 유럽에서 "곤란한 긴 세월에 걸친 교양형성의 노고"를 거쳐 점차 노예제가 소멸한 것은 바로 "게르만 민족들에 이르러 비로소 기독교하에서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유이며, 정신의 자유가 인간의 가장 고유한 본성을 이루는 것이라는 의식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역사철학』 12. 31, 403]. -난죠 후미오(南條文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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