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技術 ] (Technik)
인간은 외적 자연에 관계하는 가운데 기술을 통해 그로부터 몸을 분리하고 도리어 그것을 제어하며 스스로의 자립성을 획득한다[『역사철학』 12. 295]. 헤겔은 기술을 목적관계-특히 외적인 목적관계-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기술은 주관적 목적-수단-실현된 목적이라는 추론적 관계에서 생긴다. 주관적 목적은 자신과 객관 사이에 다른 객관, 요컨대 수단을 삽입한다. 이 수단의 존재방식에 헤겔은 주목한다.
주관적 목적 속에 있는 지성은 목적의 수행-실현이라는 외적인 목적관계를 통하여 이 수단에서야말로 자기 자신을 보존하기 때문이다. 목적이 실현된 후 "직접적인 향유는 소멸되고 망각되지만, 도구는 남는다. 인간은 그 목적의 점에서는 외적 자연에 종속되면서도 도구에 의해서 외적 자연에 대한 지배력을 지닌다"[『논리의 학』 6.453]. 그리고 도구라는 수단에서의 요소들의 관계, 수단과 외적 자연의 관계가 기계적 내지 화학적 관계에 속하면서도 동시에 외적임에도 불구하고 목적관계에 참여한다는 점에 기술의 특성이 있다[『논리의 학』 6. 444f.]. 이런 의미에서 기술에는 수단성이 각인되어 있다.
이리하여 기술의 문제는 다분히 도구의 문제로 집약된다. 위에서 말한 내용적 기초를 준 예나 시기의 고찰에 따르면 도구란 노동에서의 주체-대상관계 속에서 주체의 능동성과 수동성이 지속하는 것으로 된 것이며, "도구는 전통 속에서 전해지는" "현존하는 이성적 중간항"[『예나 체계 Ⅰ』 GW 6. 300]이라는 문화적 의의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구에는 인간의 활동성이 불가결하며, 계속해서 "나는 손에 못이 박히는" "추론의 혼"[『예나 체계 Ⅲ』 GW 8. 206]이다.
그러나 도구를 대신하는 기계는 인간이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하는 것이면서도 자연과의 관계를 지니는 앞의 추론적 관계를 단절시키며, 노동의 세분화, 공소화, 기계에 대한 종속[같은 책 GW 8. 243]을 초래한다. 다만 수단의 체계로 된 기술이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대해서는 예감적인 것에 그친다. -다키구치 기요에이(潼口淸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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