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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Gewalt , Macht )

정치의 본질을 권력으로 보는 관점은 근대의 관점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근대 시민사회의 성립과 무관하지 않았다. 즉 봉건적 공동체가 해체되고 거기서 추출된 분산적 개인이 서로 일정한 질서하에 살아가게 되었을 때 거기서의 정치 세계는 무엇보다도 권력으로서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징적인 것이 마키아벨리였지만, 홉스에서도 국가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 상태로서의 자연상태로부터 각인의 각인과의 계약을 통해서 설립되는 것이며, 부정에 대한 처벌의 공포를 통해 정치사회에 일정한 질서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로크에서도 정치권력이란 "사형 및 그 이하의 모든 형벌을 동반하는 법을 만들어 집행하는 권리"를 의미했다.

이와 같이 생각할 때 헤겔의 시민사회론이 홉스-로크적인 정치이론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명확할 것이다. 즉 헤겔에게 있어 시민사회는 '욕구의 체계(das System der Bedürfnisse)'였던 것이다. 거기서 각 사람은 '욕구 덩어리'로서 있으며, 자기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노동을 행하고 그 결과를 자산으로 소유한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그와 같은 노동생산물의 교환을 통해 일정한 상호의존관계가 성립해 있으며, 그리하여 각 사람의 욕구는 오히려 타인의 노동을 통해 채워지고 각 사람의 노동 역시 타인의 욕구를 채우는 것으로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가 바로 '욕구의 체계'로서 존재하며, 각 사람은 자기의 욕구를 제1의적인 것으로서 생각하는 특수적 인격으로서 있는 한, 시민사회는 기본적으로 분열과 대립, 상극의 세계로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그와 같은 분열을 저지하고 일정한 질서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권력이 요청되는 것이지만, 그 국가는 헤겔이 말하는 외적 국가(der äußere Staat), 강제국가(der Notstaat), 지성국가(der Verstandesstaat)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홉스와 로크에서와 마찬가지로 개인에게 외적인 물리적 강제력의 체계로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헤겔은 그와 같은 시민사회상에 만족할 수 없었다. 오히려 헤겔의 국가론은 그와 같은 대립과 상극에서 "무절제와 빈곤 그리고 그 둘 모두에게 공통된 육체적이고 인륜적인 퇴폐의 광경을 드러내는"[『법철학』 185절] 시민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며, 거기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인륜적 이념의 현실성"[같은 책 257절]으로서의 국가에 다름 아니다. 그리하여 국가는 "그 보편성으로까지 고양된 특수적 자기의식 속에서 그것이 지니는, 실체적 의지의 현실성으로서의 즉자대자적으로 이성적인 것"[같은 책 258절]으로서 존재한다. 거기서 국가는 이미 개인에 대립하는 외적 보편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특수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의 상호삼투 위에서 성립하는 구체적 보편, 인륜적 공동체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헤겔은 시민사회의 성립과 더불어 해방된 개인의 주관성과 특수성을 매개로 하면서 폴리스적 공동체를 회복하고자 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국가는 이미 사적이면서 공적인 것으로서 존재하는 개인의 내적 의지에 의해 떠받쳐진 것으로서 있는바, 국가의 본질을 이루는 것은 이미 물리적 강제력이 아니다.

그런데 헤겔에 따르면 이와 같은 국가의 이념을 지탱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애국심이라는 정치적 마음가짐(politische Gesinnung)이며, 또 하나는 국가의 유기조직, 즉 국가체제(Verfassung)이다. 이 가운데 국가체제는 입법권, 통치권, 군주권이라는 세 개의 것으로 구성된다. 언뜻 보아 이것은 근대적인 권력분립을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른바 사법권(그것은 내용적으로는 오히려 시민사회론 부분에서 논해지고 있다)이 통치권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별도로 한다 하더라도, 이 세 개의 권력들 가운데서 군주권이 최고에 위치하고 더욱이 그 군주제는 입헌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세습적이다. 상하 양원으로 이루어지는 의회에서 하원은 선거에 의하지만 상원은 세습적이고, 입법권에 참가하는 것은 이러한 의회와 통치권의 주체로서의 정부(그것 자체가 군주에 집중된 집권형의 조직구조를 나타낸다) 그리고 군주이지만, 이 가운데서 최고 결정권은 군주에게 놓여 있다.

이런 의미에서 헤겔의 국가론을 단순히 근대의 입헌주의적인 자유주의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헤겔에게 있어서는 정치권력이 특수적 이익이 날뛰게 되는 시민사회적 분열을 지양하는 것이야말로 문제였던 것이며, 위로부터의 지도와 아래로부터의 의지의 흡수가 훌륭하게 조화되고 바로 보편과 특수가 상호침투하면서 모두가 유기적 연관 가운데 존재하는 국가의 조직과 권력의 존재방식이 문제로 되었던 것이다.

-후지와라 야스노부()

[네이버 지식백과] 권력 [權力, Gewalt, Macht] (헤겔사전, 2009. 1. 8., 가토 히사다케, 구보 요이치, 고즈 구니오, 다카야마 마모루, 다키구치 기요에이, 야마구치 세이이치, 이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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