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별] (Unterschied , Differenz)
'구별'이라는 개념은 헤겔 철학에서 특유의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헤겔이 술어로서 사용하는 '구별'이란 '절대적 구별', '구별 그 자체(der Unterschied an sich)' 또는 '내적 구별'이라고 표현되는 헤겔 철학의 독자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보통 '구별'이라고 하면 그것은 다른 것과의 구별이다. A는 A일 수 없는, 예를 들어 B와 '구별'된다. 그러나 헤겔이 말하는 '구별'이란 이러한 다른 것과의 구별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구별"인 것이며, 또한 헤겔 특유의 표현을 재현하자면 "구별" 그 자체가 스스로를 스스로와 구별하는 그러한 "구별의, 구별 그 자체와의 구별"인 것이다[『논리의 학』 6. 46f.].
'구별'이 '구별' 그 자체와 '구별'된다는 것, 이것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참다운 존재〉('무한성')가 첫째, 언제나 '구별', 즉 〈참다운 존재〉와 '가상'과의 '구별'에서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참다운 존재〉는 둘째, 이러한 '구별'로부터 '구별'된다, 즉 이러한 '구별'을 '폐기'하고 있다는 것, 결국 〈참다운 존재〉는 '가상'과의 '동일성' 또는 '일체성'에서만 〈참다운 존재〉로서 존립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헤겔이 말하는 '구별'이란 〈참다운 존재〉의 존재방식 그 자체인 것이다.
이러한 '구별'의 존재방식을 헤겔은 『정신현상학』의 '힘과 지성' 장에서 단적으로 전개해보이고 있다[3. 120 이하]. 즉 〈참다운 존재〉란 우선은 '지각된 세계'로서의 〈가상〉='현상'과는 '구별'된 자연과학적인 '법칙들'('첫 번째 초감성적인 것', '법칙들이 정지된 왕국')이다. 그러나 둘째로 이 '법칙들'은 끊임없이 '변전하는' '현상'의 '모상'인 까닭에 그것 자체가 끊임없이 (역사적으로) '변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참으로 〈참된 존재〉는 이러한 변전하는 '현상'과 '변전하는' '법칙들'과의 '일체성'으로서의 〈살아 있는 자연 그 자체〉, '세계의 영혼'('두 번째 초감성적 세계', '전도된 세계')인 것이다. -다카야마 마모루(高山 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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