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Ehe)
헤겔에 따르면 결혼은 인륜적 관계이다[『법철학』 161절 「보론」]. 여기서 인륜적 관계라는 의미는 결혼이 인류의 종으로서의 생명의 유지와 보존을 위한 성적 관계로서만 파악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칸트와 같이 결혼을 시민사회의 단순한 계약관계로서만 파악하여 서로의 성기를 상호간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관계로서 파악하는 것도 잘못이다. 나아가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결혼의 본질을 두고자 하는 것도 잘못이다. 결혼은 이상과 같은 모든 것을 포함하면서도 사랑과 신뢰를 토대로 생활 전체를 공동으로 영위하는 관계에서 성립하는 사회적으로 승인된 관계인 것이다.
결혼에 대한 헤겔의 이와 같은 규정의 특징은 결혼을 단순한 자연적인 관계로 환원하는 것에 대해서나 단순한 시민적인 계약관계로 환원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점이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형태를 취하는 것은 연애지상주의나 결혼제도를 부정하는 동거주의나 내연관계에 반해 감정의 변덕이나 우연성을 극복하고 법적인 규정에 따른 관계를 취하는 것으로서 그것을 좀더 높은 인륜적 관계로 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칸트적인 파악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 즉 개인의 존립을 절대화하여 사회적 · 공동적 관계를 인간의 본질에 있어 외적 · 파생적 관계로 하는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인륜적 · 공동적 관계의 현실적 형태가 직접적으로 형성된 관계로서 결혼을 파악하는 시도이다. 이와 같이 파악된 결혼에서는 개인이 서로 헌신함으로써 일심동체가 되기 때문에, 그리하여 상대 속에서 자신을 의식하는 구조가 되는 한에서 결혼은 본질적으로 일부일처제로 된다[『법철학』 167절].
헤겔은 이리하여 단순히 재산관계로 환원되는 것이 아닌 공동의 존재방식의 근원으로서 일부일처제라는 결혼 형태에 대해 그 위치를 부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좀더 커다란 사회적 규모에서의 공동적 관계를 기초짓고자 했다는 점에서 헤겔의 결혼관은 대단히 독창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토 가즈오(佐藤和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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