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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힐리즘] ([영 nihilism])

사상으로는 동양의 노장ㆍ불교사상 및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사상에도 있지만, 이 말의 사용은 야코비에게서 시작되었으며, 투르게네프가 소설 『아버지와 아들』(1861)에서 기성체계에서 인정되고 있는 질서나 가치에 부정적 태도를 취하는 주인공 바자로프를 니힐리스트라 부른 이래 자유주의자나 반동주의자들이 당시의 혁명적 민주주의자들을 이 이름으로 부르게 되어 이 말이 일반화되었다. 이것을 현대적인 의미로 심화시킨 사람이 니체이다. 원래 이 말은 라틴어 무(無,nihil)에서 나왔지만, 여기에서 무는 존재에 대한 비존재로서가 아닌 세계와 생존의 의미에 상관하는 가치의식에 뿌리를 둔다. 가치의식에 의해서 생존이 의미를 갖고 역사적 발전의 목표도 정립되는 한에서, 니힐리즘은 가치의식의 상실로 나타나고, 기존의 가치는 붕괴하였지만 미래의 가치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은 역사적 전환기의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 위에 니체는 지금까지 가치 정립의 근거였던 기독교적인 신의 죽음에 의해서 이것이 도래하였다고 보고, 이후 니힐리즘이 시대의 지류로 되었던 것도 거대한 세계사적 전환기에 당면한 오늘날의 위기가 그 속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 기본 형태는 두 가지이다. 1)기존의 가치 붕괴에 의한 무의미한 생존을 무의미한 대로 살아가는 도피적 형태. 이것을 니체는 수동적 니힐리즘이라 말한다. 2) 미래의 가치를 창조함이 없이 기성의 것에 반항하는 파괴적 형태. 니체는 이를 능동적 니힐리즘이라 한다. 그러나 니힐리즘이 그 자신의 입장을 가치 의식에 결부시켜 하나의 적극적인 자기주장으로 될 때 이미 그 자신을 극복하게 된다. 현대의 실존 철학에 있어서 무(無)도 역시 생존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에 있다. 다만 그것이 미래에서 역사의 목표를 올바르게 제시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현대 니힐리즘의 근본 문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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