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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화] (Reification)

인간과는 독립적이면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근본적으로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소유에 대한 인간의 관계나 행위, 그리고 인간의 생산물에 대한 관계나 행위 등을 변화시키는 작용을 말한다. 또한 인간이 인간적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고, 사물 세계의 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사물과 같은 존재로 변형되는 것을 의미한다. 물화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소외의 특수한 경우이다.
헤겔 철학에는 물화라는 개념이나 용어가 없다. 그러나 그의 분석에는 이 개념과 유사한 것들이 있다. 즉《정신현상학》에서의 관찰이성(beobachtende Vernunft)에 대한 분석과《법철학》에서의 소유에 대한 분석은 이 개념에 가깝다. 물화 개념의 실제적 역사는 맑스와, 맑스에 대한 루카치의 해석에서 시작된다. 비록 물화의 개념이 이미 맑스의 초기 저작들(즉《경제학-철학 수고》)에 내재되어 있었지만, 이 '물화'의 개념에 대한 확정적 분석과 사용은 후기 저서들에서 시작되어《자본론》에서 절정에 이른다. 물화를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곳은《자본론》제Ⅰ권, 제1장, 제4절과《자본론》제Ⅲ권, 제48장이다.《자본론》제Ⅰ권에서는 상품의 물신숭배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는 물화의 개념이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화 이론을 이루는 근본적 개념들은 많은 문구에서 자주 나타난다.

그러므로 상품형태라는 신비는 인간노동의 사회적 특징이 노동생산물의 객관적 특징인 사회적·자연적 특징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있다…… 상품형태와 상품으로서의 노동생산물 사이의 가치관계는 절대적으로 그들의 물리적 속성이나 그러한 형태에서 생겨나는 물질적 관계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사물들 사이의 환상적 관계형태를 가정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명확한 사회적 관계이다…… 이것을 나는 노동의 생산물들이 상품으로 생산되고 상품생산과 분리될 수 없는, 노동의 생산물에 부여했던 물신숭배라고 부른다…… 생산자에게서 한 개인의 노동과 나머지 사람들의 노동 사이의 사회적 관계는 노동하는 개인의 직접적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그들이 실제적으로 놓여있는, 즉 마치 어떤 물건과도 같은 개인들 사이의 물적 관계, 즉 사물들의 사회적 관계이다…… 생산자에게서 그들 자신의 사회적 행위는 생산자에 의해서 지배되기보다는 생산자를 지배하는 사물작용의 형태를 취한다.

두 번째 논의에서 맑스는 물화가 상품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의 모든 기본적 범주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기존의 총체적 분석을 요약하고 있다(화폐, 자본, 이윤 등). 그는 물화는 '사회적 형태가 상품생산과 화폐순환의 수준에 이르는 한에서 모든 상품형태에 어느 정도는 존재하는 것' 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나 또는 지배적 범주가 자본주의적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왜곡된 세계가 더욱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발전된 형태의 자본주의에서 물화는 극에 달한다.

자본의 이자나 이윤, 토지 임대료, 노동임금은 이러한 경제의 3가지 중요 요인으로서 일반적으로 가치와 부의 구성부분들 사이의 관계로 표현된다. 이것을 통하여 우리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완전한 신비화와 사회적 관계의 물화, 그리고 물질적 생산관계가 그들의 역사적 내지 사회적 규정과 결합을 이루게 된다. 이것은 '자본씨(氏)와 토지 부인(婦人)' 이 사회적 특징인 동시에 직접적으로는 사물들로서 유령 걸음을 하고 있는 세계이다.(《자본론》제Ⅲ권, 제48장)

물화[Verdinglichung]와 동일한 의미로 마르크스는 대상화[Versachlichung]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대상화의 반대되는 의미를 인격화[Personifizierung]라고 불렀다. 그는 이러한 사물의 인격화와 생산관계의 물화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물화'와 '인격화' 그리고 '속류 관념론'과 '물신숭배'를 이데올로기적 대립물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사물이 자연적 속성으로 간주하는 경제주의자들의 속류 유물론과 그들이 그러한 관계에 종속되기 때문에 사물이 가지게 되는 특징은 동일하게 속류적 관념론, 심지어는 물신주의로까지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유물론은 사물에게 그것들의 내재적 속성으로서 사회적 관계를 부여함으로써 이를 신비화하기 때문이다.(《요강》687쪽)
일부분은 그의 생전에 출판되고 나머지 부분은 그의 사후에 곧 편찬된, 일반적으로 그의 가장 대표적인 저작으로 여겨지는《자본론》에서 논의되었던 물화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이 분석은 오랫동안 방치되어있었다.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은 루카치 이후에 점차 확산되면서 맑스의 영향과 막스 베버(관료주의와 합리화에 대한 그의 분석에서 이 문제에 대한 중요한 측면이 밝혀졌다 ; →Lowith 1932)의 영향, 그리고 짐멜 (《화폐의 철학》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의 영향을 종합하여 창조적인 방법으로 논의되었다. 루카치는《역사와 계급의식》에서 가장 길게 서술한 중심적인 장에서 '물화와 노동자계급의 의식의 문제'를 다루면서 상품숭배가 우리 시대, 즉 현대 자본주의의 특수한 문제(84쪽)라는 것과‘또 이러한 문제는 주변적인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중심적인 구조적 문제’라는 관점(83쪽)으로부터 출발했다. 루카치에 의하면,‘상품구조의 본질’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써 밝혀졌다고 주장한다.‘그것의 근거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사물의 특징을 띠고 있고 근본적 본성’즉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은폐시킬 만큼 아주 합리적으로 보이는 마력적 객관성과 자율성을 획득하였기 때문이다(83쪽). 경제학 그 자체에 있어서의 이러한 문제의 중요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루카치는 보다 광범위한 문제, 즉 상품의 구조적 결과와 더불어 상품교환은 사회의 내적이고, 외적인 총체적 삶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물화와 상품숭배라는 현상의 두 가지 측면이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그는 이것을‘객관적’인 것과‘주관적’인 것으로 구분했다)을 지적했다.‘객관적으로 사물들 사이의 개체와 관계의 세계가 갑자기 생겨나서(시장에 있어서의 상품과 그것의 운동)……. 주관적으로는―시장경제가 충분히 발전된 곳에 있어서는―인간의 활동이 인간 자신으로부터 소원하게 되면서 사회의 자연법칙이라는 비인간적 객관성에 종속되며, 마치 어떤 소비 품목과도 같이 인간으로부터 독립된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87쪽). 두 측면 모두가 동일한 법칙을 따른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의 근본적 원리, 즉 계산될 수 있다는 데 근거한 합리화의 원리는 노동자의‘정신’과 그리고 더 포괄적으로는 인간의식을 포함하는 모든 영역에 확장된다.‘자본주의 체계가 계속적으로 생산하고, 높은 수준에서 그 자신을 경제적으로 재생산하듯이 물화의 구조는 점차적으로 보다 깊이, 보다 운명적으로 그리고 보다 결정적으로 인간의 의식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93쪽).
물화의 문제는 1920년대 초에 차츰 확산되어 가는 듯이 보였다. 그 해에 루카치의 저서가 나왔고 소련 경제학자인 루빈[I. I. Rubin]이 그의 저서《맑스 가치론에 대한 연구》(러시아에서 출판 ;→Rubin 1972)를 출판했는데, 이 책의 처음 부분은 상품의 물신숭배에 대한 맑스의 이론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루카치의 경우보다 폭이 좁고(왜냐하면 물화를 경제학에만 국한시키기 때문에)덜 과격하다. 루카치가 물화에 대한 그의 이론에서‘소외’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반면에, 루빈은 물화의 이론을 소외의 유토피아적 이론에 대한 과학적 재구성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카치와 루빈은 제 3 인터내셔날의 공식적 대변자들에 의해 헤겔주의자이며 관념론자로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맑스의 저서인《경제학-철학 수고》의 출판은 루카치에 의해서 시작된 맑스 해석을 위한 중요한 지지 자료가 되었지만, 이것은 제2차 대전 뒤에 와서야 비로소 충분한 인정을 받게 되었다. 비록 물화에 대한 논의가 소외에 대한 논의처럼 그렇게 확산되거나 밀도 있는 것은 아니었어도 골드만, 가벨, 코지크와 같은 일련의 뛰어난 맑스주의자들이 이에 대하여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맑스와 루카치의 저서들이 새롭게 논의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말과 물음을 포함하는 하이데거의《존재와 시간》도 새롭게 논의되었다. 즉‘고대의 존재론은 “사물-개념”을 다루었는데 여기서“의식을 물화 시킬”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그러나 물화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 개념은 어디에서 유래했는가?……이러한 물화가 왜 끊임없이 지배하게 되는가? 의식의 존재는 어떻게 긍정적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물화는 거기에 부적합하게 되어 있는가?’ 골드만은 이 문제가 루카치를 향해 던져진 것으로서(루카치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었지만) 루카치의 영향은 하이데거의 몇 가지 긍정적인 개념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화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많은 문제들이 논의되었다. 그리하여 물화, 소외 및 상품의 물신숭배 사이의 관계에 대한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어떤 사람은 물화를 소외나 상품의 물신숭배와 일치시키려고 노력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이 3가지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려고 하였다. 그밖에 어떤 사람은 소외를‘물화’라는‘유물론적’개념에 대치되는‘관념론적’개념이라고 주장한 반면에, 또 다른 경우에는‘소외’를‘물화’개념과 사회학적으로 반대 의미를 갖는 철학적 개념으로 간주했다. 지배적인 견해에 따르면 소외는 좀 더 광범위한 현상으로서 물화는 소외의 한 가지 형식이거나 양태라는 것이다. 캉그르가에 의하면‘물화라는 소외의 가장 고차원적인 형태이며’(1968, 18쪽), 또 이 물화는 단지 개념일 뿐만 아니라‘총체적으로 물화된 구조를 비판적으로 연구하며 실천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아니 그보다도 이를 보다 잘 파괴하기 위한 방법론적 요구조건이다’(앞의 책, 82쪽)
[관련자료]
Arato, Andrew 1972: 'Lukács's Theory of Reification'.
Gabel, Joseph 1962: La réification.
Goldmann, Lucien 1959:Réification'. In Recherches dialectiques.
Kangrga, Milan 1968: 'Was ist Verdinglichung?'
Löwith, Karl 1932(1982): Max Weber and Karl Marx.
Lukács, Georg 1923(1971): History and Class Consciousness.
Rubin, I. I. 1928(1972): Essays on Marx's Theory of Value.
Schaff, Adam 1980: Alienation as a Social Phenomenon.
Tadić, Ljubomir 1969: 'Bureaucracy-Reified Organization'. In M. Marković and G, Petrović. Prax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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