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의 최근 연구 동향] ()
일찍이 미학의 모국이자 본거지였던 독일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그 중심적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서, 미학은 프랑스ㆍ이탈리아ㆍ영국ㆍ미국ㆍ소비에트연방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연구되기 시작했다. 세계대전으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던 ‘국제미학회의’가 1956년 이후부터 다시 재개되어 4년마다 개최되었고, 각국의 미학회는 앞을 다투어 전문지를 발행하였다. 또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파리 대학을 비롯한 동경ㆍ교토ㆍ바르샤바 대학 정도에 국한되었던 미학강좌가 최근 2,30년 사이에 토리노 외에도 유럽 각국의 대학에서 잇달아 설치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미학의 세계적 발전을 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나아가 그 발전을 더욱 촉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여러 나라에서 미학연구가 격증하고, 이에 따라 미학에 관한 저서와 논문이 속출하여 정리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하고 무질서하기까지 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국제화 및 문화의 다국화 현상이 미학과 예술의 학문적 인식영역에 미친 영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이제 이러한 상황에서 출발하여 비교적 두드러진 최근의 연구동향을 몇 가지로 간추려보자.
(1) 근대미학의 주류를 이루어 왔던 철학적 경향, 특히 관념론적 경향 가운데에는 이미 일찍부터 과학적 또는 실증적 방향과 예술학적 방향이 대응ㆍ발전해 왔는데, 이것이 최근에 는 현대미학의 한 시기로 획을 그었던 현상학적ㆍ존재론적 연구에 대항한 새로운 의미에서의 실험미학과 예술과학이 발전하면서 각종 예술분야의 심리학적 연구도 하게 되었다.
(2) 실존철학 계통에 속하는 미학은 아직까지도 계속해서 그 여파를 남기고 있고, 현상학적 경향도 이와 함께 재음미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철학의 영향을 받아 기호론과 의미론의 입장에서 예술작품의 구조를 분석하거나, 혹은 미적 판단에 대한 언어 표현을 비판하는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구조주의적 방법을 미학에까지 적용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3) 현대 예술 자체가 다의적인 관념 구성으로 치우쳐 점점 더 난해해져 가는 경향을 띠게 되면서, 일반적으로 예술을 언어로 유추된 기호로 보는 견해가 두드러짐에 따라 ‘해석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이러한 관점은 이미 정신분석적 입장에도 영향을 미친 바 있으며, 해석학을 특히 미학에 연결시키려는 주장도 새로이 대두되고 있다.
(4) 현대 공업사회의 기계술의 비약적 발전과 그 압도적 영향아래서 예술도 기계화ㆍ합리화되어 비인격화하려는 경향을 띠어감에 따라, 그 기술로서 근본성격을 재인식하고 기술론적 관점에서 종래 미학의 예술관을 수정ㆍ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5) 현대 기술세계에서는 물질생활의 향상, 전달매체의 발전, 국제교류의 증진 등에 의해 인간존재 자체가 규격화ㆍ평준화됨에 따라, 예술이 일상 경험 간의 상호 관련과 현실사회의 기구에 짜 맞추어지는 한편, 그 반면에 인격적 개성의 퇴행으로 상실되어가는 인간의 자유를 예술 체험을 통해 회복하려는 내적 요구도 높아지게 되었다. 따라서 예술과 사회의 관계문제가 오늘날 새로이 절실한 과제로 남아 각종 예술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보이론을 미학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6) 다방면에 걸친 이러한 연구를 하게 되면서 그 내부에서 방법론적인 정리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요구되기에 이르렀는데, 특히 오늘날 일반적으로 인간에 의해야만 할 가치기준이 상실되어 가는 상황에서야말로 미적 가치의 원리를 확립하는 일이 절실하게 요청되었기 때문에, 다시 미학의 기초론을 다양한 시각에서 재정립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이와 함께 미학사도 여러 번 재검토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여러 나라의 주요학설에 대하여 이 사전이 초판 발행된 뒤 십 수 년에 걸친 연구 상황을 개관한다. 또한 특별히 보충을 요하는 것은 해석과 구조주의 그리고 예술사회학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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