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책 처음으로 | 사전 | 자유게시판 | 회원자료 | 로그인

 

       ■ 의견바로가기

[헤겔 ]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헤겔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

독일 관념론의 초기에 이상과 같은 모든 미학이론들은 대체로 낭만주의 시조의 영향 하에 있었고, 이념과 현상의 플라톤적 이원론을 토대로 하면서 예술에서 그 통일을 기약하는 것이었다. 즉, 셸링에서 예술은 절대적 이념을 현상 속에 계시하는 것이었으나, 거기서는 내용으로서의 이념이 형식으로서의 현상에 대하여 아직 추상적 · 피안적 실체에 지나지 않고, 미적 직관에서의 양자의 통일도 결국은 기적적인 사실로서, 낭만주의적으로 강조된 데 불과했다. 졸거, 쉴라이어마허의 미학이론도 이념과 현상의 이러한 이분법적 분리의 문제에 대하여 어떤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졸거는 이 이원족 단절을 비판적으로 강하게 의식하여, 미의 비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헤겔은 이 문제에 대하여 그의 독자적인 변증법적 사유에 따른 논리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현상의 저편에 있는 초시간적 보편자로서의 이념은 사실상 이념이라는 진짜 이름과는 동떨어진 추상물에 불과하다. 참된 이념은 현상과 대립하는 단계에 머무르지 않으며, 스스로 현상한다는 것까지를 본질적 규정으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헤겔에 따르면, 절대자란 스스로를 끊임없이 부정하면서 이 부정을 매개로 하여 다시금 자기를 회복해 가는, 즉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주체로서 동적으로 파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대자에 대한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파악은 헤겔미학의 근본명제라고 불리는 미일반의 규정, 즉 “미는 이념의 감각적 현상이다”에서 전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여기서 이념은 자신에서 나아가 감각적으로 현상하고 이렇게 현상함으로써 비로소 미로서의 자기규정을 실현하는, 동적인 이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리하여 이념과 현상의 이원론은 이념의 자기발전이라는 일원론으로 통일되고, 이념은 바로 현상의 내부에서 동적으로 파악되는 것으로 되었다.
헤겔의 미학은 헤겔철학의 전 체계를 필연적 전제로 삼는다. 그의 철학체계는 정신이 변증법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모든 단계를 포괄하고 있고, 세부에 이르기까지 변증법의 논리에 의해 구분되어 있는 것이었다. 즉, 철학의 전 체계는 우선 이념 자체의 내재적인 존재 방식을 다루는 논리학, 이념이 일단 자기를 부정하여 자연으로 되고, 이 타재(他在)에서 무기물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점차 발전하는 과정을 다루는 자연철학, 그리고 이념이 이 부정태(否定態)로부터 자기 자신으로 회귀하여 정신으로서의 자각에 도달한 이후의 과정을 다루는 정신철학,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이 변증법적 삼분법은 정신철학의 내부에서도 반복되어, 개인의 의식에서의 주관적 정신과 역사적 · 사회적 세계에서의 객관적 정신, 그리고 정신이 자기 자신을 절대 최고의 이념으로서 파악하는 절대정신, 이렇게 3단계가 구별된다. 또한 절대정신의 영역은 예술 · 종교 · 철학의 순으로 3단계로 구분되었다. 이 세 가지는 절대적 이념 혹은 신을 공통의 내용으로 하며, 단지 이것을 어떤 형식으로 포착하느냐에 따라 구별된다. 즉, 예술은 절대자를 직접적 대상에서 직관하는 것이며, 종교는 절대자를 믿음에 의해 내면적으로 표상하는 것이고, 철학은 절대자를 자유로운 사유의 힘에 의해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리하여 예술이 절대정신의 영역에 놓임으로써 미학에 높은 학적 의의가 부여되었으나, 다른 한편 예술은 종교 · 철학의 전(前)단계 에 놓이게 되어 셸링과 낭만주의의 예술관에서와 같은 최고의 진리인식으로서의 지위로부터는 밀려났다. 그것은 철학의 인식을 뒷받침한다는 의미에서 ‘증서’(Dokument)라고는 불리지만, 더 이상 철학의 최고 ‘기관’(Organon)이라고 불리지는 않는다. 이상과 같은 예술의 체계적 자리매김을 근거로 하여 1817년부터1829 년 사이에 여섯 차례에 걸쳐 강연한『미학강의』(Vorlesungen über die Ästhetik)는 (1)예술미 일반, (2)예술의 발전 과정, (3)예술의 체계를 다루는 3 부분으로 구분된다.
(1) 우선 헤겔은 미를 이념의 감각적 현상이라고 하는 앞서의 근본 규정에 의해 미 일반을 철학적으로 규정한 후, 미는 본래 예술의 미가 아니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정신을 자연보다 고차의 것으로 간주하는 그의 입장에서 볼 때, 정신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 쪽이 당연히 자연에서의 미보다 고차적인 것으로 된다. 물론 자연에서도 무기체의 미로부터 인체의 미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개념을 드러내 주는 아름다운 사물이 존재한다고 해도, 이들은 모두 개념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 이념의 표현상 필연적이지 않은 부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본래 의미에서의 순수한 미를 실현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반하여 예술미에서는 모든 부분이 순화되어 있어서 이념에 적합하지 않는 불순물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인체의 미에는 정신의 광휘가 특히 눈에 의해서 드러나는 데 비해, 예술미에는 모든 부분이 무수한 눈이 되어 정신의 빛을 남김없이 발휘한다. 이렇게 순수한 유기적 총체를 헤겔은 ‘형상’(Gestalt)이라고 불렀다. 그에 따르면, 참된 의미에서 미의 이름에 값하는 것은 형상에서 드러난 이념, 즉 ‘이상’(Ideal)이어야만 한다. 이상은 두말할 나위 없이 미 일반에 대하여 예술미를 규정하는 개념이므로 헤겔의 미학은 예술미를 본래의 대상으로 하는 예술철학으로서 규정된다.
(2) 그런데 예술미, 즉 이상은 상술한 바와 같이 이념과 형상의 통일이기 때문에, 이념이 형상과 합치되는 관계를 근거로 3개의 예술형식이 필연적으로 분화되어 나온다. 즉, 예술이 이상적 통일을 아직 탐구하고 있는가, 이미 이것을 달성했는가, 더 나아가 이것을 초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가에 따라 상징적 · 고전적 및 낭만적이라는 3개의 예술 형식이 구분된다. 예술의 역사적 발전은 - 이러한 예술형식들을 적용하여 설명하면 - 그리스 · 로마 시대의 ‘고전적 예술형식’을 정점으로 하여, 이 정점으로 상승하는 고대 동방의 ‘상징적 예술형식’과, 이 정점을 위로하여 예술로서는 이미 하강선을 그리는 기독교적 근대의 ‘낭만적 예술형식’을 전후에 배치한 웅대한 포물선으로 이해된다. 우선 상징적 예술형식은 말하자면 참된 예술을 준비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이것의 여러 모습은 페르시아 · 인도 · 이집트 · 유태 등 고대 동방의 예술들을 통하여 역사적으로 관찰되는데, 여기서는 내용이 거기에 상응하는 형식을 모색하고 있을 뿐 아직 이것과 참된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추상적 · 초감성적인 내용을 가지고 자연의 소재에 조야하게 접근하고, 거기서 자신을 무리하게 드러냄으로써 일종의 숭고한 특성을 나타낸다. 다음으로 고전적 예술형식의 시대, 즉 고대 그리스 · 로마에서의 이념은 보다 구체적으로 되고 소재의 감각적 형식 속에서 직접적으로 현현한다. 그리스 신들은 각기 독립된 이상적 인격을 가지고 살아 숨쉬며 아름다운 형상 속에서 그 본질을 남김없이 드러내어 본래의 ‘이상’을 실현한다. 앞에서 헤겔이 일반적으로 예술미를 이념과 형상의 통일, 즉 이상으로 규정했을 때, 그는 그리스 고전예술을 그 전형으로서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그리스 세계야말로 예술의 시대, 예술가의 정점을 이루는 것으로 되는 바, 헤겔의 미학은 여기서 고전주의적 성격을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그러나 이념은 형상과의 이상적 통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하여 정신으로서의 자신의 보다 깊은 규정에 주목하여 형상과의 융합을 벗어나 정신의 내면으로 복귀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기독교적 근대의 예술형식인 ‘낭만적 예술형식’이 생겨난다. 이념과 형상의 통일은 여기서 다시 파괴되지만, 이념은 정신미로서 정신적인 ‘사랑’에서 현현함으로써 한층 발전 단계에 도달한다. 이념의 정신성은 자기에 적합한 형상을 발견하는 데 지나치게 충실하기 때문에, 그의 현상과 이상적 통일은 심정의 깊숙한 내면으로 후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내면화는 예술 본래의 모습에서 본다면 후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념의 변증법적 발전에서 본다면 오히려 예술을 초월하여 종교를 향해 전진하는 것이다. 확실히 헤겔에 따르면, 예술의 세대 - 정신이 절대자를 전적으로 예술에서 파악하고 있던 때 -는 이미 과거에 속한다. 근대는 철학의 시대이고, 그리하여 예술조차 철학적으로 파악하게 되었다. 따라서 예술을 최고의 인식형식으로 간주하는 낭만주의적 예술관은 부정되고, 예술은 이념의 발전단계에서 보나 현실의 역사에서 보나 철학 이전의 단계에 놓이게 되었다.
(3) 상징적 · 고전적 · 낭만적이라는 이상의 3개의 범주는 예술의 역사적 발전 원리로서 이용될 뿐 아니라, 예술의 체계적 분화의 원리로서도 이용된다. 즉, 건축은 가장 두드러진 상징적 예술로서 규정되고, 마찬가지로 고전적 예술로서의 조각이, 그리고 낭만적 예술로서의 회화 · 음악 · 시가 각각 거론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예술들은 각기 일정한 범주 아래 포괄됨과 동시에, 다른 한편 그 자신은 모든 범주를 거쳐 발전해가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건축은 질료의 추상적인 질서 속에서 신의 주변(울타리)을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예술로 된다. 그러나 이윽고 개성의 빛이 질료에 개입하고 전당(殿堂)에 신 자신이 들어오게 되면, 정신적 내용은 매체와 완전히 합일하게 된다. 그리하여 조각에서 매체 그 자체는 의미를 상실하고, 정신 · 이념 이 매체의 개별성 속에서 문자 그대로 구체화되어 직접적으로 현현하고, 가장 고전적인 예술이 실현된다. 다음으로 낭만적인 예술들은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시(Poesie)에 의해 실현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낭만적인 시의 개념에서는 예술의 내용과 형식이 각각자기 자신 속으로 귀환하여 서로 다른 것으로 되고, 그리하여 직접적 통일을 해소시키기 때문이다. 예술의 종류별로 보면 이 해소는 회화 · 음악 · 시의 순서로 행해지며, 그에 따라 점차 내면으로의 퇴행이 철저하게 진행된다. 즉 회화는 대상의 입체성을 평면에 묘사함으로써 3차원 속에서 1차원을 주관화하고, 조각에서는 인간의 감정 · 표상 · 행위 등 보다 한층 내면적인 내용을 표현하는 원리이다. 그런데 음악은 소리, 즉 공간적인 존재 일반을 부정하는 가장 주관적인 매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내면적인 심정(Gemüt)을 직접 심정의 깊은 곳으로 침투시키는 예술로 되고, 한층 깊은 내면성에 도달하게 된다. 더 나아가 시에서는 언어가 제공하는 표상 또는 의미가 내용을 담당하게 되어, 감각적 요소는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비중이 가벼운 것으로 된다. 이 표상은 주관의 내면에 직접 주어진 것임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 내면 속에서 객관적 · 대상적인 세계를 전개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시에서의 내면성은 외적 존재의 특수성도 풍부하게 포괄하면서 보다 구체적이고 충실한 정신성으로 고양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헤겔 미학은 상징적 · 고전적 · 낭만적이라는 기본적 범주에 의해 예술의 역사와 체계가 상호 침투하게끔 된다. 일반적으로 헤겔이 말하는 역사는 이념의 체계가 역사적으로 전개되는 것에 지나지 않고, 거꾸로 이념의 체계는 그렇게 역사적으로 전개된 것을 그 자신의 필연적 계기로 내포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헤겔에 의해 확립된 이러한 역사주의입장은, 예술을 철학에까지도 명확하게 관철되도록 하며, 예술미의 본질에 관한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변증법적 파악 및 예술의 역사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과 결합되어 헤겔 미학의 체계를 미학사에 있어 하나의 커다란 봉우리로 만들었다. 물론 이것은 이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여전히 비판의 여지를 남기고 있으며, 헤겔의 철학적 입장 자체도 스스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 관념론의 입장을 확립함으로써 종래의 미학사상을 종합하고 웅대한 체계를 산출한 그의 미학사적 의의는 실로 거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리하여 독일 관념론의 미학은 헤겔에 의해서 종합되고 정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헤겔을 가장 직접적으로 계승한 헤겔학파의 미학을 비롯하여 이후의 관념론미학은 오히려 새로운 시대의 실증적 경향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어 관념론 미학으로서의 발전은 더 이상 별다른 진전을 보여주지 못 했다. 관념론 말기에 나타난 이러한 동요는, 다음에 다룰 쇼펜하우어의 독자적인 사상에서 이미 그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 인접어

피셔
하르트만
하이데거
해골의 춤
해석
헤겔
헤겔
헤르바르트
혁명기 전후의 마르크스주의 예술론
혁명적 민주주의자의 예술론
현상학파의 미학

뒤로
■ 의견

 



HOME - 후원방법 안내 - CMS후원신청 - 취지문 - 사용 도움말 - 회원탈퇴하기

2002 노동자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만들기 모임
120-702 서울시 중구 정동 22-2 경향신문 별관 202호 44
laborsbook@gmail.com
모바일버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