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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와 미학] ()

구조주의(structuralisme, structuralism, Strukturalismus)에 관한 논의에는 항상 두 개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1960 년대 후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러한 논의가 활발해졌을 무렵에 구조주의는 예컨대 근대 유럽사상에 하나의 핵을 형성하고 있던 진화론적인 역사주의에 대립하는 것으로 파악되어, 주로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로 취급되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미학과의 관계에서 논할 경우에는 오히려 과학적인 방법의 구조주의가 문제로 되지 않을 수 없다.
구조(주의)적 방법의 특질은, (1) 하나의 현상을 가능한 한 작은 요소나 단위로 분해하여 현상 전체를 그들 단위의 법칙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진 체계(system)로 파악하는 것, (2) 그 때 가설적으로 구성된 체계를 바탕으로 하나의 모텔을 작성하여 그것을 분석해야 할 대상에 적용시킴으로써 가설을 검증하고, 동시에 그것 자체 이상의 두 가지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구조주의에 의해 특별히 새롭게 제창되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자연 과학 전반에 고유한 방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방법으로서의 구조주의 특징은 레비 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1908~)가 주장한 것처럼, 자연과학적인 방법을 인간적 현상들에 적용함으로써 정밀과학인 인문과학(science humaine)의 확립을 꾀한다는 점에서 찾아야만 할 것이다. 확실히 이전의 모든 인문과학에서는 대상은 무엇인가의(그 방법을 결정했던 것과 동일한)원리에 의해 미리 선택되고 구성되었으며, 푸코(Michel Foucault, 1926~)의 용어에 따르자면, 인식적 장(champs épistemologique)에서 규정된 방법 혹은 지(知, savoir)에 꼭 들어맞는 것만이 인간적 사실로 인정되고 분석되어 왔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가치론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정신영역의 분할 등도 그 하나의 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반해 구조주의가 인간적 현상을 전체적으로 생생하게, 그리고 분석적으로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하며, 그 경우에는 가설적 모델을 작성한다는 것이 유효한 방책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본래 가설적 모델과 대상과의 관련을 보증하는 객관적인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분석에 의해 명확하게 드러나는 드러내는 대상의 구조도 단지 자의적인 해석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와 함께 바로 여기에 방법상 커다란 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구조주의를 미학 자체의 방법으로 직접 채택하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구조주의는 미학의 성립 기반이었던 근대적인 정신과학비판으로 이해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본래 미학 역시 하나의 인간적 현상이므로 구조주의적 분석 대상으로 성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술을 독자적인 현상으로 성립시키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로 미적 가치인 이상, 예술을 구조주의로 분석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하나의 모순이다. 거기에는 예술이 넓은 의미로 볼 때 언어활동(의미 활동)의 일부로 파악되며, 그 문맥 내에서만 생각되는 것으로 된다. 따라서 이런 의미로 예술적 현상을 분석하는 데 방법적 패턴을 제공하는 것은 언어학이다. 소쉬르는 언어활동(langage)을 제도적ㆍ법칙적인 언어(langue)와 개인적ㆍ임의적인 언어(parole)로 나누어 생각하였는데, 예술에서도 당연히 작가의 자유로운 창조행위에 제약을 가하는 법칙적인 것이 상정되어야만 한다. 물론 그 관계를 언어에서와 똑 같은 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뒤프렌느가 지적한 것과 같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에도 개체적 활동과, 개체를 초월하여 개체에 대해 제약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라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두 부분 사이에 있는 특수한 관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이냐에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바르트(Roland Barthes, 1915~)가 작자에게 부여된 사회적 객체로서의 ‘법칙적 언어’와 작가의 육체와 역사에 기인하는 그의 예술의 무의식적인 부분인 ‘문체’(style)를, 작가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언어적 자연이라고 말하고, 여기에 작가의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이자 작가에게 형식적 자아동일성(identité formelle)을 보증하는 것으로서의 글쓰기(écritre)를 대립시킨 것은 확실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된다. 쓰는(écrire)행위는 이렇게 법칙적 언어의 사회적 제약과 문체의 무의식적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것은 거기에서 벗어나면서 과연 무엇을 지향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이 목적하는 것은 블랑슈(Maurice Blanchot,1907~)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학공간이라는 성스러운 공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과 예술을 파악한다는 것은 이들 삼자, 즉 언어적 자연ㆍ글쓰기ㆍ성스러운 공간의 총체를 파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스러운 공간은 그 본질상 정밀한 분석을 끊임없이 피해 다니는 것이고, 다른 한편 언어학적ㆍ정신분석적 방법에 의한 언어적 자연의 분석도 그 자체로는 결코 문학과 예술의 분석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작가에 의한 형식적 선택의 결과이자 이 양자를 중개하는 글쓰기의 형식적 분석만이 문학과 예술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정밀한 분석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소쉬르가 또 하나의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은 기호(signe)에서 ‘의미하는 것’(signifiant)과 ‘의미되는 것’(signifié)이라는 두 개로 이루어진 구조를 인식한 것이다. 이 경우에 중요한 것은 어떤 의미적인 단위가 그 의미하는 작용을, 똑같은 다른 단위와의 결합에서 만들어지는 전체(ensemble)에 삽입시킴으로써 획득한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분석은 당연히 의미하는 것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종래에는 작품을 그 의미 내용으로 파악하고 분석도 의미되는 것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는데, 과연 작품에서 의미하는 것과 의미되는 것의 관계는 단일하게 규정될 수 있는 것인가, 특히 작품은 어떤 기호체계(예를 들면 언어)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취하는, 소위 ‘내포’(connotation)체계이다. 만일 이 양자의 관계가 규정적인 것이라면, 그 의미내용은 통념화 된 개념과 이미지의 총체인 이데올로기의 단편적 재현에 머무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작품은 그 의미를 자기 내부에 갖지 않으며, 내재적인 법칙의 지배 아래 요소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체계라는 점에서 완결성을 갖는다. 하지만 의미되는 것을 자기의 밖에서 취하며 그것에 대해 스스로를 열어놓는다는 것, 작품을 의미 있게 해야 하는 것은 이미 작품의 분석차원이 아니다. 그러므로 작품의 분석은 어디까지나 의미하는 것의 차원에서 의미적 요소의 결합관계로 향해야만 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의미화된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의미되는 것과의 밀접한 연관 아래 놓이고 일상화된다. 따라서 작품을 비일상적이고 초월적인 그 무엇인가를 향해 열어놓기 위해서는 오히려 기존의 의미되는 것과의 연관을 끊어버리고, 작품을 의미하는 총체(ensem
ble signiflant)로서 성립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의미된 것이 지배하는 의미의 세계 속에 무의미한 (의미되는 것을 그 중심에 놓지 않는)형식적 총체를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오늘날 창작의 존재방식인 것이다. 바르트가 말한 것처럼 “의미를 정지시키는 것”(suspendre le sens), 그것이 예술이라고 한다면, 예술의 분석은 그러한 의미에서 형식주의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구조주의적인 분석, 혹은 구조주의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신비평(nouvelle critique)에서 나타난 예술의 모습은 예술에 관한 이제까지의 통념과는 매우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정밀과학의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명확해진 하나의 차원에 관한 분석의 결과이다. 그리고 예술과 같이 극히 다양하고 광범위한 영역에 속한 현상의 모든 차원을 하나의 방법으로 단숨에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방법도, 그리고 그 결과도 이에 상응하는 의의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의의는 일정한 방법에 따라 예술이라는 대상을 규정적으로 구성하고 그것에 대하여 같은 방법에 기초하여 분석을 더함으로써, 예술현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였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미학에 대한 비판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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