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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과 민족(階級과 民族)] (Class and Nation)

. 민족의 발생과 존재 형태.

민족 개념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견해는 민족이란 한 핏줄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커다란 집단이라는 명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적인 개념 정의는 사실은 씨족의 직접적인 확대·발전으로 민족을 설명하는 것으로서 실제적인 역사적 사실과는 어긋나는 비과학적인 것이다. 상식과는 달리 민족은 서로 다른 핏줄의 결합에 기초하고 있다. 민족이란 같은 핏줄을 그 형성의 중심적 기초로 하는 씨족과 같은 민족지(民族誌)적인 종속적 개념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모든 민족은 다양한 종족들이 혼합된 결과로서 나타난 실재이므로 민족을 핏줄에, 종족에 근거하여 설명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실재로부터 빗나가게 된다. 과학적 개념으로서의 민족이란 역사적 범주, 그것도 자본주의라는 특정한 역사적 범주에 의해서 비로소 발생한 인류공동체의 역사적 유형을 가리킨다. 인류공동체라 함은 인류가 그에 속해 생활을 영위해가는 집단, 즉 사회생활 단위를 뜻한다. 그런데 인류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에서 본원적인 것은 바로 경제적 관계이다. 따라서 사회생활 단위로서 인류공동체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관계의 변천에 따라 역사적으로 그 유형을 달리해왔다. 계급이 발생하기 이전의 원시공산제 단계의 인류공동체는 씨족과 부족이 그 주요한 형태였다. 씨족은 혈연관계가 생산관계와 마찬가지로 모든 활동에서 일차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집단이다. 그리고 부족은 보통 수백 혹은 수천 명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씨족보다 큰 공동체로서, 이의 성립은 이미 씨족을 특징짓는 혈연에 기초하여 통합된 다기능적 공동체의 해체과정이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그리하여 사회적 분업이 시작되고, 교환관계와 불평등한 소유관계가 출현함에 따라 씨족 및 부족 조직은 새로운 형태의 인류공동체로 변화하였다. 민족체 혹은 준민족이 이러한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형태였다. 즉 민족체는 원시공동체 관계를 대신한 계급적 생산관계의 기초 위에서 형성된 새로운 형태의 인류 공동체였다. 민족체는 공통의 언어, 심성, 문화적 특징, 생활양식에 의해 결합되어 있었다. 또한 모든 형태의 인간적 교류들의 발전을 크게 촉진하였다. 하지만 이 또한 매우 다양한 종류의 인간 활동을 포괄하는 물질적 재화의 생산과 교환의 발전을 제약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인류공동체가 바로 민족이다. 즉 일정한 지역적 연계에 기초한 국지적 분할상태로 존재한 민족체는 자본주의가 보유한 생산력을 실현하기에는 너무 협소했기에, 자본주의는 그러한 국지적 분할을 분쇄하고 민족체들을 하나의 정부, 하나의 법률, 하나의 전국적인 계급이익, 하나의 관세장벽을 가진 민족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민족을 포함한 인류공동체는 경제적 관계를 본원적으로 하는 인류의 사회생활이 이루어지는 각각의 개별적 단위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경제적 관계의 직접적 표현인 계급이 사회발전의 본질적 내용을 이룬다면, 민족을 포함한 인류공동체의 경제적 관계의 합법칙적 발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야말로 민족을 포함한 인류공동체를 올바르게 설명하는 중심적인 기초가 된다. 한편 자본주의에 이르러 비로 소 민족이 형성되었다는 사실이 민족의 요소들 또한 자본주의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민족의 요소인 언어, 지역, 문화적 공통성 등은 자본주의 이전 시기에 서서히 형성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하나의 민족을 이루는 기초로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보유한 새로운 단계의 높은 생산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결국 경제적 관계의 변화야말로 사람들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틀을 궁극적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이상에 기초하여 민족이란 공통의 언어, 지역, 경제적 생활 그리고 공통의 문화에 나타나는 심리적 성격을 기초로 하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람들의 안정적 공동체라고 정의된다. 그런데 인류공동체로서 민족이 자본주의에 의해 발생한 이상 그것은 내적으로 자본주의적 관계에 의한 총체적 규정 상태에 처하게 된다. 즉 자본-임노동 관계에 기초한 계급관계가 민족 내의 사회의 본질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민족을 자본주의적 민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민족들의 운명은 자본주의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때문에 이들은 자본주의의 멸망과 함께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민족 일반의 소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즉 자본주의적 계급관계가 발현하는 대외적 측면인 민족국가의 장벽 철폐와 민족들의 사멸 및 융합은 결코 혼동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자본주의적 민족의 멸망이란 바로 전자의 측면,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적 계급관계의 폐지를 뜻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민족의 소멸 위에 새로운 사회경제적 내용을 그 본질로 하는 민족들의 발전이 이루어진다. 이들은 계급적 억압과 착취에 의한 사회의 본원적인 불평등구조가 해체된 위에서 민족적 억압과 침략의 근원을 제거하고 민족 간의 평등한 관계에 기초한 상호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민족 간의 평등하고 우호적인 관계가 가능한 것은 지배·피지배를 야기하는 계급관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인류공동체의 사회역사적 본질을 형성하는 경제적 관계의 변화에 의해서 민족이 갖게 되는 특정한 내용과 종류의 역사적 성격 역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족을 정의할 때 경제생활의 공통성이라는 요소는 민족의 형성을 설명하는 결정적 지표일 뿐만 아니라 민족의 사회역사적 본질을 파악하는 결정적 인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제생활의 공통성이란 유럽 중심의 민족이론이 갖는 편향이라는 견해는 사실상 사회발전의 합법칙적 과정과 인류공동체, 즉 사회생활 단위로서의 민족을 형이상학적로 분리시키는 논리일 뿐이다. 이러한 견해로는 결코 민족 간 호혜평등의 완전한 실현이라는 전망을 세울 수 없으며, 피지배계급들 간의 완전한 국제적 유대의 실현이라는 원칙 또한 사실상 제시할 수 없다.

 

. 민족문제의 본질과 그 변화.

자본주의의 발생·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인류공동체로서 민족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함에 따라 민족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는 민족형성의 문제와 식민지 민족해방운동의 문제로 대별할 수 있으며, 식민지에서는 이 두 가지 문제가 중첩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한편 민족이 자본주의에 의해 발생한 까닭에 민족문제는 봉건제적 지배질서를 대체하는 자본주의적 지배질서 형성의 문제인 것이며, 따라서 본질적으로 부르주아적인 문제이다. 그런 까닭에 또한 각종의 민족운동 역시 사회역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본질적으로 부르주아적 운동인 것이며, 그 때문에 부르주아지 자체가 소멸되지 않고서는 민족운동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게 된다. 즉 민족운동의 최종적 소멸은 오직 부르주아지 자체의 몰락에 의해서만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완전한 호혜평등에 입각한 민족적 관계란 이때에만 비로소 가능해진다. 민족문제는 자본주의의 발전에 조응하여 변화해왔다. 이는 네 시기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자본주의의 생성기로서 민족들이 출현하는 단계이며, 동유럽의 다민족국가가 민족문제의 발생지였다. 두 번째 시기는 제국주의의 출현시기로서, 이때에 이르러 민족문제는 서구 자본주의국가에서의 민족형성의 문제에서 식민지 민족문제로의 질적인 변환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시기는 민족문제의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이룬다. 그것은 민족문제의 위상이 자본주의의 가장 발전한 단계인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투쟁 속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식민지 민족해방운동이 갖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진보성이다. 세 번째 시기는 러시아의 사회주의혁명 이후의 시기이며, 이때에 이르러 식민지 민족해방운동은 프롤레타리아트의 직접적인 동맹군으로서 발전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제 민족문제의 해결은 개별 민족국가 내에서는 사회주의로의 발견이라는 전망하에서, 동시에 다른 민족국가들과의 관계에서는 세계혁명의 완수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져야만 한다. 네 번째 시기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시기로서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재편과 이에 의해 나타난 많은 신식민지들로 특정지어진다. 이때에 이르러 식민지 민족해방운동은 중요한 변화를 맞게 된다. 즉 종속을 조건으로 급속히 진행되는 자본주의의 발전에 대한 대처가 민족해방을 위해 가장 주요한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 민족에 대한 비과학적 견해들.

지금까지 민족이란 자본주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그것은 사회생활 단위로서 사회의 본원적 관계인 경제적 관계에 의해 규정되어 존재하는 것임을 살펴보았으며, 그러한 관점에 기초하여 민족문제의 본질과 그 변화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대하는 견해들 또한 존재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생활 단위로서의 민족을 사회의 본원적 관계인 경제적 관계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민족과 계급 간의 실제적인 연관을 부정하거나, 이미 살펴본 바와는 역으로 규정하는 데에 있다. 그리하여 이들은 민족이란 정치체제상의 모순이나 계급 간의 대립과 같은 문제들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공동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보자. 보통 민족성론이라 불리는 민족이론을 제시한 오토 바우어는 민족이란 공통의 운명에 따라 성격의 공동체로 결합된 사람들의 집합체라고 정의한다. 즉 민족은 첫째 운명공동체이며, 둘째 공통의 민족성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우선 민족의 내부적 구성이 계급적으로 단일하지 않을 경우에는 성립할 수 없는 논리이다. 즉 사회생활 단위로서 민족이 존재하는 현실적 양태인 계급적 분열과 적대가 단지 가정된 공통의 운명에 의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논리에 따르면 민족성과 민족은 경제적 관계를 근본으로 하는 구체적인 사회적 활동과는 거리를 갖고 초월적으로 형성되는 것처럼 제시된다. 그러나 그러한 활동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공통의 민족성도 따라서 민족도 형성될 수 없는 것이다. 민족을 공통의 운명을 가진 집단으로, 공통의 민족성으로 규정하는 이러한 논리와 함께 핏줄로써 민족을 설명하려는 논리도 과학적인 민족이론을 부정하는 대표적인 민족이론이다. 이는 씨족과 민족을 혼동하는 데서 기인하는 상식적인 종족적 민족관보다는 훨씬 세련된 자신의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혈통론이라 부를 수 있는 이러한 논리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나치즘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역사상 최악의 국수주의요 배외주의였던 나치즘은 위대한 게르만 민족의 구호 아래 수많은 목숨을 전쟁의 포화로 사라지게 하였다. 현대의 형태론적 민족이론은 혈통과 혈연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이론은, 혈연은 직접적인 핏줄관계로서 씨족단계에 속하는 것이고 혈통은 서로 다른 핏줄들 간의 관계도 포함해서 이루어지는 핏줄의 공통성이며 역사적 범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이미 처음에 살펴보았듯이 핏줄의 이질화를 핏줄의 공통성으로 주장하는 것이며, 민족지(民族誌)적인 종속적 범주와 민족을 혼동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민족이란 사회생활 단위라고 하는 명제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논리이다. 사회생활 단위란 경제적 관계를 본원적으로 하는 인류의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고, 그에 의해 인류의 생활이 영위되는 구체적 장을 뜻한다. 따라서 그것은 역사적으로 변천해왔으며, 그 변화의 단계마다 그것이 근거하는 주요한 관계 또한 바뀌어왔다. 그러나 현대의 혈통론은 사회생활 단위를 경제적 관계로부터 분리시키고 그것에 초월적인 독자성을 부여함으로써 민족을 역사적 범주로 파악하지 못하고 만다. 민족·민족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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