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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이야기 ] (Robinsonade)

맑스는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몇 군데서 언급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맑스가 인용하는 문헌은 그의 문제 시각에 따라 다른 측면을 보인다. 『철학의 빈곤』에서는 두 명의 인간(파울로 · 페테로) 사이에 상품교환이 없어지는 경우를 "로빈슨의 상태"[4:104]라고 말한다. 『자본』의 예[23a:102-103]는 상품이 없는 세계이다. 로빈슨은 '생산 과정 일반을 담당하는 인간 일반'을 대표한다. 자립한 개인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어떤 생산물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를 계획하고 필요한 노동시간을 배분하며 활동과 성과를 기록한다.

상품이 없는 세계에서도 인간은 자원과 노동시간을 합리적으로 배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곳은 경제원칙이 투명하게 되는 세계이다.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초1:25]에서 로빈슨 크루소를 거론하는 방식은 다르다. 맑스에 따르면 스미스나 리카도가 거론하는 사냥꾼 · 어부의 예와 같이 로빈슨은 과거에 있었고 미래에 부활해야 할 인간상으로 제시되어왔지만, 그 자립적 개인상은 근대 시민사회의 생성과정에서 구상되어온 역사적 형상물이다.

인격적 자립은 상품=화폐라는 물상적 의존관계에 뒷받침되고 있다. 자립적 개인은 부를 지배하는 화폐를 소유함으로써 낡은 인격적 종속에서 자유롭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화폐의 노예이며 화폐의 힘으로 임금노예 · 직접노예를 지배한다. 대항해 시대 이래로 "식민지를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든 것은 노예제도이다. 세계무역을 만들어낸 것은 식민지이다"[4:135]. 맑스의 동시대의 영국의 면공업은 임금노예를 고용하고 미국 남부의 여러 주의 면화 플랜테이션의 직접노예제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역상인 · 투기가 · 저널리스트인 디포가 익명으로 1719년에 런던에서 항해기 형태로 출판한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 놀라운 모험』은 롱 셀러가 되고 유럽에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맑스는 이처럼 잘 알려진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배경으로 언급하고 있다. 실은 그 이야기의 무대는 '절해의 고도'가 아니다. 이야기에서는 구스페인령(현 베네수엘라 공화국)인 오리노코 강에서 동쪽으로 70킬로미터 떨어진 섬으로 상정되고 있다. 영국은 1713년의 유트레히트 조약으로 스페인령 아메리카에 대한 노예무역권을 스페인으로부터 획득했다.

영국 왕실은 그 권리를 남해회사에 기탁했다. 디포는 『로빈슨 크루소』 출판 2개월 전에 어느 잡지에서 오리코노 강에 해군의 보호를 받는 영국 식민지를 남해회사가 왕실의 비용으로 건설할 것을 제안하고 수지타산은 충분히 맞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제안의 배경에는 18세기 초부터 홍차에 밀크와 설탕을 넣어 마시는 애프터눈 티 습관이 영국의 중산계급에도 보급되면서 생긴 '설탕 붐'이 있다. 설탕 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식민지로 보내진 계약노동자 · 범죄자 · (크롬웰이 아일랜드 · 스코틀랜드에서 보낸 다수의) 정치범으로는 노동력이 부족했다. 이러한 부족을 아메리카 흑인노예로 보완함으로써 결국 흑인노예가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독립생산자 로빈슨 크루소를 따르는 흑인노예 프라이데이는 디포가 제안한 오리코노 식민지 경영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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