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過程] (process, Prozeß , processus)
다른 개념과 결합해서 하나의 술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술어로서는 『독일 이데올로기』에서의 '생활과정' 개념으로 처음 출현한다. 맑스는 과정 개념에 대해 프랑스어판 『자본』 제1권에 덧붙인 주해에서 이 개념이 화학과 생리학 방면에서 점차 학문적 용어로서 사용되게 되었으며, "그 현실적 조건들의 전체에서 고찰된 하나의 발전"[프랑스어판 『자본』 일본어 역, p. 168]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이 주해는 헤겔과의 개념사적 관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시각의 중첩을 보여준다.
헤겔에게 있어서는 '개념'에 입각하여 명확한 목적을 지닌 '발전'의 입장에 반해, '과정'은 통일의 논리에 대해 자각을 결여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문제 장면을 생성 · 변화의 모습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형성하는 요인들을 자립화하지 않고 상관성 아래에 두는 점은 맑스의 시각이기도 하다. 맑스는 이런 함의를 활용하여 과정 개념을 구사한다.
『독일 이데올로기』에 등장하는 생활과정 개념은 생산과 재생산을 포괄하는 것이며, 그 아래에서 변화하는 물질적 교통 및 개인들의 교통을 시야에 모으고 있다. 다양한 의식 형태들도 이와 같은 생활과정의 "필연적인 승화물"[廣31]로서 취급된다. 인간은 이 과정 속에서 "일정한 조건들 하에 있는 인간"[같은 책:33]이며, 이 과정을 1차적으로 규정해가는 주체가 아니라 이 과정을 짊어지는 주체적 계기로 파악된다. 이는 인간의 본질을 "사회적 관계들의 총화(ensemble)"[「포이어바흐 테제」(제6테제), 3:4]로 보는 관계론적 시각으로 이어진다. 과정 개념은 헤겔 · 헤겔 좌파가 내세우는 각별한 주체 개념을, 또한 역사를 포함한 다양한 사태를 실체적 본질‒현상의 틀에서 받아들이는 관점을 물리치는 지점에서 술어화되고 있다.
과정 개념은 사회적 현실을 둘러싼 중심적 개념이기도 하다. 자본제적 생산과정은 사회적 생산과정의 역사적으로 규정된 한 형태로서 파악되는데, 부르주아 사회를 총체로서 볼 때 "언제든 사회적 생산과정의 최종 결과로서 사회적으로 서로 관련된 인간 자신이 나타난다. 생산물 등등과 같은 고정된 형태를 지닌 모든 것은 이 운동의 계기로서만 나타난다. 직접적 생산과정 그 자체도 여기서는 단지 계기로서 나타나는 데 지나지 않는다"[초2:501].
과정을 성립시키는 조건들이나 거기에 대상적으로 형태화되어 있는 것, 그것들이 '과정의 계기들'로서 충분히 파악되게 될 때에 자신의 관계를 생산‒재생산하는, 다시 말해 어떤 역사적 한계를 뛰어넘는 상호 관계적 개인들이 마침내 문제로 된다. 여기에 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규정된 전제들을 바탕으로 관계를 기조로 하여 대상적 계기와 주체적 계기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관점이다. -다키구치 기요에이(瀧口淸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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