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론] (realism(實在論))
실재론 realism(實在論)
마르크스는 실재론을 단순히 대상의 실재성, 독립성, 외형을 다루는 상식적 실재론과, 과학적 사유의 대상은 그들이 초래한 사건으로 환원될 수 없는 실재적 구조라고 주장하는 과학적 실재론의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었다. 상식적 실재론은 마르크스에게 있어 자연의 본질적인 독립성과 존재(사회적 존재이든 자연적 존재이든)의 초논리적 특성, 즉 ꡐ진정한 주체는 자립적인 존재를 이끌어 가면서 정신의 외부에 남아 있다ꡑ는 것을 포함한다(《요강》서문). 과학적 실재론은 상식적 실재론을 정당화하고 재정의하는 것으로서, 해석적 구조와 발생적 체계, 또는 (마르크스가 애용하는 용어로) 본질적 관계들은 그들이 방생시킨 현상(또는 현상적 양식)과 (a) 존재론적으로 다르고, (b) 양상이 다르며 (c) 그것에 대립한다는 생각을 통합한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ꡐ만약 사물들의 외적 현상과 본질이 직접적으로 일치한다면 모든 과학은 불필요하게 될 것ꡑ이라고 주장했다(《자본론》Ⅲ권 48장). 또한 그는 법칙과 법칙의 결과가 매개되는 복합적인 방식에 대한 설명 없이 현상을 법칙의 직접적인 표현으로 취급하는, 소위 리카르도의 과격한 추상화를 비판한다(《잉여가치론》 10~11장, 13장, 15~18장). 마르크스는 ꡐ그 현상에 있어 사물이 변현된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ꡑ은 정치경제학을 제외한 모든 과학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자본론》Ⅰ권 19장)이라고 언급한다. 상술한 (a), (b), (c)의 내용은 현대의 실재론적 과학철학에 정착된 실재성과 사실성을 분리하는 세 요소에 대응한다. 구체적인 역사 연구뿐만 아니라, 고전경제학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은 그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식하였음을 보여준다. (ⅰ)계층화, (ⅱ)내적 복합성, (ⅲ)실재의 분화. 계층이나 실재의 영역의 내적인 복합성을 포착하는 데 실패한다면(즉, 실재가 필연적인 관계를 실재의 존재에 본질적인 다른 것으로부터 분리시킨다면), 그러한 추상화는 잘못된 것이다. 실재의 분화는 상태적인 의미에서나, 또는 절대적인 의미에서나 독립적인 기원의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다양한 결정 가능성을 허용한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존재나 총체성에 대한 상식적 인과 관계 내에서의 결정적 구조가 일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대한 탐구가 (1) 이 단계에서 멈추어야 한다는 주장과 (2) 이에 대한 탐구를 점차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경제학 및 철학 수고》에서 마르크스는 포이에르바하의 감각주의 영향 하에서 근본적으로 추상화를 비판하면서 이 과정에서 추상화에 대한 헤겔적인 견해와 실증주의적인 견해뿐만 아니라, 준칸트적이며 준라이프니츠적인 추상화를 도구로 하는 과학적인 《자본론》의 영역에 도달했다. 마르크스의 단순하고 과학적인 실재론에 대한 풍부한 문헌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 양자 사이에는 항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후자는 최근에 이르러 주장되는 견해로서 일반적 전통으로는 마르크스가 전자를 거부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은 사유와 존재 간의 어떠한 구분도 ꡐ잘못되고 고집스런 이중성(1971, p204)'이라고 거부한 루카치와 또한 그것을 ꡑ천박한 사회주의ꡐ라고 규정한 코르쉬, 그리고 실재론을 ꡑ종교적 잔재ꡐ라고 하여 제거해버린 그람시로부터 시작하여, 마르크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이를 강력히 주장한 콜라코브스키와 슈미트의 주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콜라코브스키는 사물의 존재는 인간에 정신에 투영되어 있는 현상과 더불어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고 주장했으며(1958, p69) 슈미트는 ꡑ물질적 실재는 처음부터 사회적으로 매개된 존재로서(1971, p35), 결국 자연의 역사는 인간 역사의 퇴보적 적용이다(앞의 책, p46)'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하나의 이유는 의심할 바 없이 마르크스가 두 종류의 진리의 대상, 즉 지식 생산의 과도적 대상과 생산된 지식의 비과도적인 대상 간의 이론적인 구분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마르크스는 《요강》 서문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전자는 사회적 생산물루소 인식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변화되며, 후자는(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도) 독립적이며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구조이다. 즉 다시 말하면 마르크스는, 인간의 지식에 대한 그의 관점상의 두 단계, 즉 실천이라는 이행적인 차원과 객관성이라는 비이행적인 차원을 체계적인 관계로 구성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마르크스의 독창성은 그의 실천과 노동과정에 대한 개념에 있지만, 여기서 그의 실재론은 어떤 기존의 철학적 전통과 유사해지기가 쉽기 때문이다(특히 칸트주의와 유사하기 쉽다). 두 번째로, 마르크스는 자신의 길을 철학에서 사회 및 역사 과학으로 바꾸게 한 관념론에 대한 비판과 비교될 만큼, 그런 정도로 경험론에 대해서 분명하게 비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마르크스의 과학적 실재론은 오로지 ꡐ실천적 상대ꡑ와 몇몇 산재되어 있는 방법론적인 측면에 있어서만 유용한 것이 된다. 더욱이 마르크스 자신의 실증주의적 경향(→실증주의), 특히 《독일이데올로기》에서 철학을 실재론 또는 이데올로기와 동일하게 생각함으로써 엥겔스적 성향을 갖고 있는 전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어떠한 실재론도 전(煎)과학적인 방식으로서 자명하고 이념적이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므로 기능면에서는 로크적이거나 레닌주의적이고, 형식에 있어서는 비판적이며 변증법적인, 선험적 실재론의 가능성, 즉 과학을 위한 철학은 최근까지도 배제되어온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생각들은 마르크스 이후의 마르크스주의적 인식론(→인식론)이 변증법적 유물론의 전통으로 표현되는 속류화된 초자연주의적인 독단적 실재론과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반자연주의적이고, 판단 면에서는 상대주의적인 다양한 인식론적 실재론 사이에서 동요하는 경향이 있었다.
과학적 실재론은 그것이 체계화되는 일반성의 수준에서 볼 때 마르크스의 과학적 실천이 지닌 인식론적으로 중요한 특징들을 구별해낼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마르크스는 경제적 생활의 자명한 현상을 설명하고 정치경제학을 내적인 모순이 있는 것으로 비판하는 관점에서, 본질적 생산관계의 심오한 실재성은 역사적으로 발전하고 현상적 형식이나 그러한 형식이 지배하는 일상적 활동에 의존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의 실천을 바로 이것이 비판적으로 연구되고 자기반성적으로 약속된 과정의 일부분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특정한 자연과학에 근거한 실재론의 인식론적 한계를 만족스러울 정도로 이론화하지는 못했다. 또한 그는 실재의 분화에 의해 제안된 문제들을 취급하는 데에서 잔재하는 합리주의를 제거했다.
실재론이 마르크스의 법칙 개념에 대한 근거를 쉽게 마련할 수 있었던 반면에 그가 탐구하는 법칙을 스스로 규정짓는 방식에 있어서는 인식론적으로 중요한 남점을 내포하고 있다. 때때로 즉, 《자본론》 Ⅰ권의 서문에서는 이 법칙이란 것이 쇠붙이를 가지고 노동하는 경우에 l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필연성이 있다는 시각에서 다루어졌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요강》의 경우에는 그들 법칙이 단지 그들에게 되돌아 갈 운명인, 인간의 소외된 힘 이상의 그 어떤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물론 이러한 두 개의 개념이 분명히 형식적으로는 일치한다. 그러나 이것은 마르크스에 의하면 자본주의 논리가 유도하는 결과 중의 하나가 사회주의의 실재론적인 특성에 없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마르크스의 과학적 실재론을 향한 접근방식이 지닌 궤적인 본성에 의하여 해석학적 신뢰성이 부가된 그러한 추측은, 만약 그것이 실현되는 날에는, 과학적 실재론이 아닌 (왜냐하면 그러한 사회에 있어서 과학의 개념은 그 자체에 결코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학을 위한 불가피한 역할이라는 명제를 거부할 것이다. (→결정론 : 변증법 : 유물론 :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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