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책 처음으로 | 사전 | 자유게시판 | 회원자료 | 로그인

 

       ■ 의견바로가기

[무정부주의 ] (anarchism)

무정부주의는 정치적 권위의 일반 원리를 부정하면서, 그러한 권위 없이도 사회질서가 이룩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이념과 운동이다. 무정부주의는 근대국가를 형성하는 핵심적 요소들, 즉 국경선 개념을 수반하는 국가의 영토, 국경선 안에 살고 있는 모든 국민과 재산에 대한 배타적 지배를 포함하는 국가의 주권, 내부적·외부적으로 그 주권의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중요한 물리적 강압수단들의 국가적 독점, 다른 법률과 관습들보다 우월한 국가의 실정법 체계, 그리고 최고의 정치적 공동단체로서의 국가 관념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에서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무정부주의는 '자연 상태의 사회'(natural society), 즉 개인들과 자유의사로 결합된 집단들의 자율적 사회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비록 무정부주의가 풍부한 지적인 바탕, 특히 국가와 사회의 구분에 의존하고 있지만, 무정부주의의 다양한 특성 때문에 무정부주의 사상 내의 학파들을 분명히 구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인주의적 무정부주의와 사회주의적 무정부주의는 그 중요한 하나의 구분선이 된다. 전자는 개인의 자유, 개인의 주권, 사적 재산과 소유의 중요함 및 모든 독점 행위의 악(惡)을 강조한다. 그것은 극단적 결말에 이른 자유주의로 이해될 수 있다.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Anarcho­capitalism)는 이 학파의 현대적인 한 변종이다. 이와 반대로 사회주의적 무정부주의는 사회적 불평등의 중요한 원인으로서 국가와 사적소유를 함께 거부한다. 만인의 최대한의 개인적 자유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서 사회적 평등을 주장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공동체 속의 개성'으로 특징지울 수 있다. 사회주의적 무정부주의는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융합, 즉 자유주의적 사회주의로 나타난다.
무정부주의에 대해서 처음으로 체계적인 견해를 밝힌 사람은 윌리엄 고드윈(1756∼1836)이었는데, 그의 사상의 일부는 오웬류의 조합주의적 사회주의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비록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보다 광범한 사회주의 운동을 구성하는 불가결한 부분으로서 고전적 무정부주의는 원래 푸루동의 공생주의적 및 연방주의적인 견해에 의해서 고무된 것이었다. 푸루동은 본질적으로 조합주의적인 방식으로 사회주의에 접근하였으나, 그는 자본의 권력과 국가권력은 동의어이며 노동자계급의 해방에 국가권력을 이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푸루동의 견해는 바쿠닌에 의해서 정력적으로 선전되었고, 그의 지도 아래 무정부주의는 1860년대 후반에 국제적 차원에서 맑스주의적 사회주의의 가장 중요한 경쟁자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푸루동과는 다르게 바쿠닌은 자본주의적 소유와 토지소유권을 폭력적이고 혁명적으로 수용하여 집산주의 형태로 이끄는 것을 옹호하였다. 바쿠닌의 후계자인 크로포트킨(1842∼1921)은 사회진보의 한 요소로서 공공부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무정부주의적 공산주의의 이론을 발전시키는 주된 책임을 맡게 되었는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것은 만인에 속하며', '분배는 전적으로 필요에 의거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 그 역사적 역할' 이라는 논문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이 혐오하는 것에 대해서 통찰력 있게 분석하였다.
바쿠닌의 전략은 피억압계급, 즉 산업노동자 및 농민들의 자연발생적 봉기와 광범위하게 만연된 반란과정에서 국가는 폐지되고 지역적, 국민적, 국제적인 차원에서 연방적으로 결합되는 자치적인 코뮨들에 의해서 대치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바쿠닌이 '대담하고 솔직한 국가의 부정' 이라고 격찬한 1871년의 파리코뮨은 이러한 무정부주의적 혁명 모델에 근접하였다. 파리코뮨이 무너지자, 엥겔스는 그 실패의 원인을 코뮨의 중앙집권화와 권위가 결여되었으며, 그 위압적 권위를 충분히 자유롭게 행사하는 데 실패하였던 점에서 찾았다. 그 뒤 맑스주의자와 개량주의적 변종 양자가 국가 사회주의 쪽으로 쏠리는 추세가 확고해졌다. 당시 몇몇 무정부주의자들은 정치지도자들을 암살하고 시민계급에 테러를 가하는 '행동에 의한 선전' 전술을 채택하여 대중폭동을 고무하려고 하였다. 그 결과 운동에 억압이 가해지자 다른 무정부주의자들은 그 대안으로 생디칼리즘과 결합한 전략을 발전시켰다. 이 사상은 대(對) 시민계급 투쟁에서 노동조합을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수단으로 변화시키고, 사회주의적 질서의 기초 단위로서 코뮨보다는 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입장에서 혁명은 총파업 형태를 띌 것이고, 총파업의 진행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생산과 분배 및 교환의 수단들을 장악하고 국가를 폐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이 생디칼리즘을 통해 1895∼1920년 사이의 무정부주의는 노동 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스페인에서는 그 영향력이 더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그것은 내란기(1936∼39)에 무정부주의적 생디칼리스트들이 자신들의 혁명사상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생디칼리즘이 쇠퇴해버린 이후 무정부주의는 사회주의 운동에 다만 제한된 영향을 끼쳐 왔으나, 1960년대 신좌익 운동에서, 반드시 그렇다고 인정되지는 않지만, 무정부주의적 이념과 경향의 주목할 만한 부활이 나타났다. 기독교 무정부주의의 전통에 뿌리를 두었지만, 마하트마 간디(1869∼1948)에 의해서 보편화된 비폭력 직접 행동방식에 보다 많은 영향을 받은 오늘날의 무정부주의는 서구 평화운동 내에서 중요한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막스 슈티르너[Max Stirner](1805∼56), 푸루동 및 바쿠닌에 의해 상징되는 개인주의적 무정부주의와 사회주의적 무정부주의 양자는 맑스와 엥겔스의 폭넓은 비판을 받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고 간주되었다. 대체로 그들은 무정부주의를 소시민계급적 현상으로 이해하였고, 바쿠닌의 경우에는 그것이 모험주의와 혁명적 미사여구를 늘어놓은 몰락한 지식인 및 룸펜 노동자계급의 특성과 결합되어 있다고 보았다. 사회주의 운동 내의 조류에 뒤떨어진 하나의 분파적 흐름으로서 무정부주의는 시민계급의 이익을 보호하는 중앙집권적인 국가와 대규모 자본주의의 발전에 대한 소시민계급의 저항을 반영하였다. 그들의 저항은 실재하는 모든 국가뿐만 아니라, '추상적 국가, 국가 그 자체,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국가' (《사회민주주의 연합과 국제노동자협회》, 1873, s. Ⅱ)에 대한 부정의 형태를 취하면서 나타났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무정부주의가 노동계급의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본질적인 것, 즉 정치권력의 즉각적 파괴가 아닌, 정치권력의 획득을 가져오는 독립된 노동계급 정당에 의한 정치적 행동을 부정하였다는 것이다. 엥겔스가 설명했듯 '공산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국가의 폐지는 모든 계급들이 폐지된 필연적 결과이며, 국가의 소멸과 함께 하나의 계급이 다른 계급들을 억압하기 위해서 권력을 조직할 필요성은 자동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Marx, Engels, Lenin 1972, p. 27).
무정부주의는 그러한 비판 속에서도 살아 남아 맑스주의 이론, 특히 맑스주의적 실천을 비판하는 주요한 원리로서 존재하고 있다. 맑스주의적 및 무정부주의적 공산주의자들은 계급과 국가 없는 사회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달리 한다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견해는 적절한 것 같지 않다. 보다 높은 수준에서 볼 때 그 불일치는 국가의 본질, 사회와 자본에 대한 국가의 관계 및 소외의 한 형태로서의 정치운동을 어떻게 초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관련자료]
Apter, David and Joll, James eds 1971: Anarchism Today
Guérin, Daniel 1970: Anarchism
Kropotkin, P. A. 1970; Selected Writings on Anarchism and Revolution.
Marx, Engels, Lenin 1972: Anarchism and Anarcho-Syndicalism.
Pennock, J. R. and Chapman, J. W. eds 1978: Anarchism.
Thomas, Paul 1980: Karl Marx and the Anarchists.
Woodcock, George 1963: Anarchism.
■ 인접어

모스크바 선언과 모스크바 성명
모택동
모험주의
무신론
무장봉기・군사문제
무정부주의
무정부주의
문학
문화
물신숭배
물질

뒤로
■ 의견

 



HOME - 후원방법 안내 - CMS후원신청 - 취지문 - 사용 도움말 - 회원탈퇴하기

2002 노동자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만들기 모임
120-702 서울시 중구 정동 22-2 경향신문 별관 202호 44
laborsbook@gmail.com
모바일버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