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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과 마르크스] (Hegel and Marx)

마르크스의 사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헤겔의 변증법적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베를린 대학에서의 학창시절 헤겔 철학에 접하게 되었고 에두아르드 간즈가 표방했던 헤겔 역사철학에 대한 공화주의적 해석을 수용하였다. 헤겔과 마찬가지로 마르크스는 세계의 역사를 변증법적 과정으로 해석했으나 포이에르바하의 헤겔에 대한 유물론적 재해석에 따라 그는 '물질적 노동을 인간의 본질, 즉 인간의 자기 정당화의 본질'로 이해하였다.(《경제학 및 철학 수고》) 헤겔 역사철학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적 재구성은 소위 '세계정신'이라고 불리는 세계역사를 위한 허구적 주체의 배제와 미래를 향한 변증법적 역사 발전 과정의 연속에 그 의미가 있다. 헤겔이 여기에 지금 완전히 실현되어 있다고 주장한 자유의 영역을 마르크스는 현재로 볼 때 실제적 가능성으로서 미래에 가서야 실현될 것으로 인식했다. 역사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증법은 세계정신에 대한 헤겔의 변증법과는 대조적으로 자유의 영역(→해방)이 실현된다는 보장을 하지 못한다. 이것은 단지 그러한 발전의 객관적인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다. 역사적으로 가능한 사회 혁명이 도래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원시 상태(룩셈부르크)로 퇴보하거나 '대립하던 계급의 공동 파멸'(마르크스)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헤겔이 역사발전의 종착점으로 상정했던 입헌 부르조아 국가 대신에 마르크스는 '생산자들의 자유로운 결합'의 개념을 제시한다. 이것은 생산자를 감독하는 어떤 종류의 강제력도 없는 사회질서이며, 그 구성원은 합의를 통해 자신들의 일을 해결해 나간다. 헤겔에 있어서 개인 스스로를 자연적 존재나 외부의 강제력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과정은 '정신화'의 과정이다. 즉 자신의 객관적 상황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통하여 개인은 의지에 대한 외적 강제로 보이는 것이 사실은 자신의 의지를 가진 사유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존재의 필요조건이며, 이러한 통찰과 함께 객관적인 실체와 화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헤겔과 보수적인 헤겔학파들은 그러한 통찰, 화해, 해방은 철학적 교육을 받은 국가 관료들에 의해서 완전히 얻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반면, 이러한 이념을 일반화시킨 청년 헤겔파는 '정신화'의 과정을 개인이 시민으로서 성숙되는 과정으로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해석에서는 개인이 어떤 '이중적 주체'로 남겨진다. 한편으로 개인은 자신을 외부적 강제력에 종속되는 것으로 느끼는 자연적 존재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분명히 자신에게 스스로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 곧 자기의 실재 그 자체라는 인식을 지닌 '정신적 존재'이다. 해방은 화해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에 있어서 해방은 인간의 주체가 인간과 시민, 자연적 개별자와 정신적 존재로의 이분화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 그리고 이것이 극복되었을 때에만 가능하다. 즉 인간이 '자신들을 지배하는 소외된 본질' 속에 자신의 사회적 억압을 객관화시킬 필요가 더 이상 없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헤겔에 대한 자신의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는 인류는 역사 과정에서 진보를 성취한다는 헤겔적 신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한 그는, 사실 당연한 것이지만, 헤겔의 유럽 중심주의를 수용한다. 그의 유럽 중심주의는 인도와 중국에 대한 저서에서 가장 분명히 나타난다.
'정치경제학 비판'에 관한 마르크스의 논문에서 헤겔의 두 번째 영향이 드러난다. 이러한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특히 마르크스의 주요 저작인 《자본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것인바, 그것은 이 영향이 마르크스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분석의 기초가 된 방법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적 원동력과 체계적 구조를 제시하기 위해, 자신이 독자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주장하는 헤겔의 변증법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체계는 하나의 통일성, 즉 바로 이러한 이유로 상호연결된 총체로서 고찰되고 제시되어야 할 포괄적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경험적 연구와 특수한 경험적 자료들의 분석 결과는 총체성에 선행해야 한다. 주관적이며 동시에 객관적인 범주인 가치, 화폐, 자본 등의 변증법적 자기 운동은 연구중인 대상의 특징일 뿐 결코 외부로부터 강요된 방법론적 계획의 결과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마르크스는 경험적 관계와 사실들을 다루는 데 있어 자신의 방법과 헤겔이 취한 방법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즉 마르크스가 《헤겔의 국가철학 비판》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헤겔은 《논리학》에서 일차적으로 범주들의 도식을 전개시키고, 후에 자신의 도식에 추상적으로 일치시켜 가족, 시민사회, 국가와 같은 사회제도와 그들의 내부 구조를 제시하였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연구대상에 대한 유일하고 타당성 있는 변증법적 설명은 대상의 역학적 및 구조적 개별성에 대한 민감한 설명뿐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자기 운동적 '주체'는 자본 그 자체이다. 그러나 자본은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그 어떤 것이 아니라, 개별자와 계급들의 무의식적 상호작용과 협조로부터 발생되는 그 무엇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사회가 극복되기만 하면 자본도 사라진다. 자본은 생산의 참된 주체가 아니라 '가(假)주체'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본'이라는 마르크스의 범주가 헤겔의 사상과 체계에서 '정신'이라는 범주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고 단언하는 것은 오해이다. 헤겔의 관념철학에 따르면 (세계)정신은 실제로 역사를 창조하는 반면에, 자본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표면상의 실제적인 주체일 뿐이다. 이러한 생산양식의 실질적인 '주체의 부재'(알뛰세)는 결코 마르크스의 유일한 방법론적 업적이 아니다. 자본이 한편으로는 객관적으로 생산의 독립적인 참된 주체로 나타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의 실재'가 아니라는, 즉 실제로는 독립적인 주체가 아니라는 사고는 그것을 구성요소로 하는 생산양식에 대한 함축적인 비판을 내포하고 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생산자들의 자유로운 결합은 자연을 무자비하고 단견적으로 착취하는 사회질서인 자본주의와 필연적으로 대치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내에서의 개인과 계급들은 '가(假)주체'인 자본에 봉사하는 생산양식의 구조적 법칙에 의해 규정된다. 마르크스가 주장하듯이 생산자들의 자유로운 결합은 사회와 자연의 신진대사적 상호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자본주의 사회-그곳에서는 생산이 자본의 이익에만 종속된다.-와는 대조적으로 그 생산은 생산자들의 물질적 요구와 그들의 사회적 활동, 사회 생활, 개인적인 발전을 위한 필요물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생산자들의 자유로운 결합은 '가(假)주체'인 자본, 즉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생산주체의 '현상형태'를 대치할 것이다. 이와 같이 아직도 실현되지 않은 주체 속에서만 헤겔적 (세계)정신은 자신의 경험적 구현물을 찾게 될 것이다.
마르크스는 헤겔의 변증법을 방법론적으로, 그리고 더욱이 이를 넌지시 사용하여 역사발전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근거지었다. 그러나 《반듀링론》에서 엥겔스는 이를 넘어서서 유물 변증법적 존재론과 발전이론의 기초를 마련하려 하였다.(→유물론) 헤겔보다는 다윈과 19세기의 자연과학 및 과학적 세계관으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그의 이 시도에서 이른바 '변증법적 유물론'이 발생하였으며, 이 철학은 플레하노프, 레닌, 스탈린 등의 소련의 사상가들에 의하여 더욱 발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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